그레이맨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코틀랜드 젠틀리 또는 코트 젠틀리는 세계적인 킬러로 일명 그레이맨으로 통한다. 한때는 CIA 소속으로 활동했으나 어느 사건을 계기로 막대한 현상금이 걸린 쫓기는 신세가 되고 현재는 첼트넘 시큐리티 서비스(CSS)라는 기업 보안 서비스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이번에 시리아에서 있었던 아이삭 아부아키박사의 암살사건 때문에 CSS의 최고경영자 도널드 피츠로이에게 로랑 그룹의 변호사가 찾아오게 되는데 그 변호사는 피츠로이 아들 가족을 볼모로 젠틀리를 내놓을 것을 협박하게 된다. 로랑 그룹은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천연가스산업을 진행 중이었고 죽은 아부아키는 대통령의 동생이었고 임기를 얼마 안 남은 시간 동안 사업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대통령의 복수를 도와주기로 한 것이었다. 피츠로이는 어쩔 수 없이 젠틀리를 배신하게 되고 피츠로이의 가족이 인질로 잡혀있는 것을 안 젠틀리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나서게 된다. 로랑 그룹 역시 젠틀리를 잡기 위해 전 세계 제3국의 정보기관의 조직들을 이용 점점 젠틀리를 잡기 위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젠틀리와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이 소설의 장르를 따지자면 액션 스릴러입니다. 다른 장르소설에 비해서 이 분야는 접근성에서나 이해면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대부분 이 장르의 패턴들이 우리가 흔히 봐왔던 액션 영화들의 공식들과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주인공의 뛰어난 신체능력이나 전투능력 한마디로 차원이 다른 급으로 나오죠. 두 번째는 전투력이나 능력은 별로인데 주인공을 얕잡아보고 주변 사람까지도 무시하는 건방과 오만을 몸에 달고 사는 짜증 나는 빌런이 나오고, 세 번째는 적이지만 원리원칙에 충실한... 악당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 나오며 마지막으로는 주인공과 맞먹는 전투력을 가진 라이벌이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이런 공식에서 이야기들이 전개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해도 요리사마다 맛이 틀리듯이 비슷한 소재와 상황을 주어도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 읽는 재미가 틀리다는 것입니다. 액션 스릴러라는 장르는 내용을 리얼리티로 가느냐 아니면 과장되는 면을 부각시켜 재미를 극대화 시키냐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장르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잭 리처 시리즈>, <미치 랩시리즈>, <잭 라이언 시리즈>가 대표적인 리얼리티를 중시하면서 극을 전개한다고 볼 수 있다면 우리에게는 영화 <레모>로 알려진 워렌 머피의 <디스트로이어> 같은 경우 만화 같은 플롯과 과장된 상황 연출로 이야기의 재미를 이끌어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레이맨'은 2009년도에 1편이 출간되었는데 이상하게 읽으면 읽을수록 아날로그적 감성이 많이 드러나는 8,90년대 소설을 읽는듯한 느낌을 받으면서 읽게 됩니다. 그 당시 소설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난다는 것이지 흔히 8,90년대 액션 소설들에서 보여주던 황당한 상황이나 과장된 내용이 들어가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액션 스릴러소설은 소위 말하는 B급 장르로 치부되기 일쑤였습니다. 굳이 머리를 쓰면서 읽을 필요도 없고 내용의 흐름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되었고 인간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어떤 소설들은 서양의 무협지라는 평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시대적 상황이 변하면서 이 장르 역시 정치적 문제나 사회문제, 군사적 문제 등을 소설 내용의 소재로 삼고 좀 더 이런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작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단순했던 하위 장르에서 메이저급 장르로 올라오게 되었고 소설 속 주인공을 좋아하는 고정팬들을 생기면서 다양한 작품들이 시리즈화되었고 영상화되었습니다. 이 소설의 작가인 마크 그리니 역시 '그레이맨'을 쓰기 위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지역들을 돌아보고 소설 속 각종 무기들도 직접 다뤄보는 등 현실감 있는 작품을 내놓으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고 그런 노력이 소설 속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레이맨'은 여타 다른 소설과 다르게 수많은 적을 상대하면서 살아남아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어떻게 보면 생존 소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거의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죠..) 그리고 내용도 정말 단순합니다. 우리는 그저 주인공이 여러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가슴 졸이면서 읽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이 소설이 여타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을 찾아보자면 우선 도입 부분을 제외하고 펼쳐지는 다이하드급 사건들의 연속이라는 것입니다. 다른 소설들을 보면 소설 후반까지 사건을 추적하고 밝혀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최종장에 들어가서 모든 힘을 쏟아 적을 응징하는 장면들을 써 놓았다면 이 작품은 쉴 틈 없이 다가오는 적들의 추격과 공격을 받다 보니 쉬지 않고 뛰고 달리고 싸우는 장면의 연속이었고 그러다 보니 매 순간을 긴장과 스릴을 느끼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뭐 오락 소설로서 지루하지 않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만들어준다면 그걸로 만족이지 않을까요. 액션 스릴러는 우리나라에서 그리 인정받지 못하는 장르소설로서 '이런 책을 왜 읽냐'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책 중에 하나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르소설을 좋아하거나 한 번쯤 가벼운 마음으로 그냥 읽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해주고 싶은 소설입니다. 현재까지 국내에는 후속작 '온 타깃'이 나와있고 현지에서는 8권까지 나와있기에 끝까지 시리즈가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침 하늘 저 멀리서 번쩍이는 섬광이 피로 범벅이 된 랜드로버 운전자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눈이 가늘어졌다. 오클리의 편광 렌즈도 앞 유리로 쏟아져 들어오는 눈부신 빛을 완전히 막아주지 못했다. 그는 불길에 휩싸인 채 빙그르르 돌며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항공기를 바라보았다. 검은 연기를 꼬리처럼 내뿜으며 떨어지는 혜성을 보는 듯했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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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타깃 그레이맨 시리즈
마크 그리니 지음, 최필원 옮김 / 펄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피츠로이 가족을 구출하고 로랑 그룹에 의해 수많은 적들로부터 죽을 고비를 넘긴 지 몇 달 후 젠틀리는 이번에는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집행가가 되었다. 핸들러의 이름은 시드로 젠틀리의 요구 조건 '죽어 마땅한 또는 윤리적 중심을 지키지 않는 표적들'만을 제거한다는 조건을 흔쾌히 받아주었다. 이번 의뢰는 두걸 슬래터리라는 6년 전 이후로 작업을 하지 않는 킬러로 죽기 전 그에게서 시드의 실체에 대해 듣게 된다. 임무 완료 후 돌아온 러시아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건 시드의 부하들로 그들의 안내로 시드를 만난 자리에서 수단 대통령 바크리 알리 아부드의 암살을 의뢰받게 된다. 아부드는 현재 어마어마한 현상금에 다르푸르 대량학살로 헤이그의 국제 형사 재판소에서 체포영장까지 발부된 상태다. 그의 암살 이유는 다르푸르 사막 12A 지구에서 나오는 석유 때문으로 현재는 중국이 채굴권을 가지고 있으나 아부드를 암살하고 국회를 이용 중국을 쫓아내고 러시아로 채굴권을 가져올려는 계획인 것이다. 의뢰를 받은 그날 밤 시드의 부하들의 감시를 피해 허름한 여관으로 옮긴 젠틀리 거기서 오랫동안 그를 추적하던 CIA에 의해 붙잡히게 된다. 그런데 CIA는 젠틀리를 죽이는 대신 아부드 대통령을 산 채로 잡아 미국에 넘겨달라는 제안을 하게 된다. 그 조건으로 젠틀리에게 내려졌던 사살 명령을 없애준다는 것이었다. 양쪽의 의뢰를 받은 젠틀리는 러시아 쪽 의뢰를 하는척하면서 미국 쪽으로 아부드를 넘겨줄 계획을 세우게 된다. 러시아 수송기를 타고 수단으로 가던 중 계획에 없던 알다시르에 착륙하게 되고 거기서 국제 형사 재판소 특별 조사단으로 온 엘렌 월시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엘렌 월시의 엉뚱한 행동 때문에 여러 번 곤경에 처하게 되는 젠틀리는 우여곡절 끝에 엘렌 월시를 무사히 떠나보내고 다시 원래 임무수행으로 돌아오지만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면서 러시아도 미국에도 모두 버림을 받게 되고 또다시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일반적으로 캐릭터 중심의 시리즈 소설 거기에 액션 장르의 소설이라면 어느 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고 읽게 됩니다. 전편보다는 더 다채롭기를 바라죠. 이건 액션 영화를 볼 때도 나타납니다. 전편보다는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렇기에 대부분 액션 영화들이 스토리는 약해져도 스케일이나 볼거리는 속편으로 갈수록 풍성해집니다. 소설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있기에 그것에 못 미치면 실망하거나 그다음에 나올 작품에 대해 기대하지 않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와 소설의 차이가 있죠. 영화는 한정된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하기에 많은 부분을 포기하고 가야 하지만 소설은 작가의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내용의 디테일도 살리면서 스케일도 마음대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죠. 단 너무 만화같이 황당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겠지만 말입니다. 그레이맨 2탄인 <온 타깃>은 전편에 비해 내용도 다채로워졌고 작가의 필력도 월등히 향상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책의 분량만 봐도 얼마나 많은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전작만 놓고 본다면 전작은 막무가내적으로 보일 정도로 일방적인 진행 방식이었다면 이번 작은 목표에 도착하기 위해 직진보다는 우회하면서 그 속에 여러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직구만 던지던 투수가 이제는 커브도 던질 줄 알게 되었다고 할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 중반까지는 다양한 상황 설정과 떡밥들을 만들기 위해 뜸을 많이 들였다면 후반 한 200페이지 가까이의 내용들은 태풍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합니다. 어느 순간 읽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읽혔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정말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장르소설 특히 미스터리 소설을 읽는 재미는 후반에 나오는 반전을 즐기는 거죠. 근데 그레이맨에서는 그런 반전의 재미는 느낄 수 없습니다. 그냥 읽는 내내 즐기면 되는 겁니다. 머리 쓸 필요 없이 작가가 펼쳐 놓은 세계에 빠져 즐기는 그런 재미로 읽는 소설이니까요, 마지막 장에 주인공 젠틀리는 앞으로 더 많은 적들과 싸워야 한다는 걸 암시하며 끝납니다. 거기에 과거에 대한 떡밥도 흘리기 시작했고 이번 작품에서 조금씩 보여줬던 국가 간의 국제적 관계 속에 벌어지는 암투까지 앞으로의 차기작에서는 지금보다 더욱더 큰 스케일과 더 험난한 일들이 일어날 거란 걸 예감하게 만듭니다. 문제는 이런 시리즈 소설들이 회가 거듭할수록 비슷한 패턴에서 스케일의 변화만 주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지루해지거나 예측 가능한 뻔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시리즈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조금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그레이맨 시리즈는 이미 8편까지 나와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소개가 안 되어있기에 빠른 시기 내에 차기작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모리스가 들려준 또 다른 한 마디가 코트의 뇌리를 스쳤다.

"계획은 그저 벌어지지 않을 악몽들을 열거해놓은 목록일 뿐이야."

그것은 진리였다. 임무에서도, 인생에서도 계획은 좋은 것이었다.

필요한 것이었고 하지만 거의 모든 계획은 헛소리에 불과했다. - P39

"살인 행위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스케일이 문제라는 건가? 하지만 난 정치 정책을 통해서 그 일은 해왔는데? 직접 내 손을 써서 죽인 게 아니라? 난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한 사람을 죽이는 게 법과 선전 포고를 통해 대량 학살을 하는 것보다 훨씬 잔인하다고 생각해. 우리 중 더 위험한 놈은 당신이라고 당신 같은 사람이 권력을 쥐고 국가 정보기관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보나 마나 세상의 모든 반대자들을 싹 쓸어버리고 말걸."

수단 대통령 바크리 알리 아부드가 모닥불 너머로 상체를 기울였다. 땀에 뒤덮인 그의 얼굴이 불빛을 받아 번뜩였다.

"바로 나처럼... 동지." - P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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