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도르래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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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이 하지메의 의뢰로 이사와 우메코의 뒷조사를 하게 된다. 요즘 집안의 귀중품을 내다 팔고 있는 이유가 이상한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들의 의심에서 시작되었다. 우메코를 미행하던 중 옛 동창 아오누마 마쓰에와의 몸싸움에 엮이게 되고 부상을 입게 된다. 이 일로 하무라는 마쓰에와 우메코의 중재 역할을 맡게 된다. 마침 살던 집에서 이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 하무라에게 마쓰에가 자신의 빌라에 무상으로 입주하라는 조건을 제시한다. 단 집안일을 도와주고 하무라의 직업을 살려 죽은 자신의 아들이 남기고 간 서적과 유품 처분 정리를 해달라는 조건이 붙는다. 마쓰에는 손자 아오누마 히로토와 살고 있는데 몇 달 전 교통사고로 아들 아오누마 미스타카는 죽고 같이 있던 히로토 역시 큰 부상으로 여전히 다리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그들 세명은 가족 아닌 가족이 되었고 다소 평범한 일상을 보내게 된다. 물건 정리를 하기로 한 전날 의문의 화재사건이 나고 하무라는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만 그 화재로 인해 히로토는 사망하게 되고 마쓰에는 혼수상태에 빠졌다 결국 사망하고 만다. 그 화재는 단순 사고처리로 마무리되는듯했지만 그 화재사건과 더불어 히로토와 그의 아버지 미스타카 역시 마약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얘기를 경찰을 통해듣게 되고 하무라는 화재사건과 마약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기로 한다.


또다시 하무라 월드에 빠졌습니다. 전작 '조용한 무더위'를 읽은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또 다른 신작이 나와 열심히 이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조용한 무더위' 드라마 '하무라 아키라' 그리고 '녹슨 도르래'까지 하무라 월드에 빠져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저를 왜 그렇게 빠져들게 한 매력이 무엇이었을까요.... 아무래도 하드보일드 특유의 감성과 허무함 그리고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까지... 무엇보다도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 한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끊을 수 없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전작 '조용한 무더위'가 단편집이었다면 이번 '녹슨 도르래'는 장편소설입니다. 과연 단편소설에서 보여줬던 강한 임팩트가 장편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궁금증이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반반의 성과였다고 봅니다. 시작 부분부터 화재가 나기 전까지의 내용은 평범한 일상 그 자체였습니다. 하무라가 평소에 겪어보지 못한 따뜻한 일상처럼 묘사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도우미로 불여 먹는 것 같은 인상을 받게 됩니다.(제가 너무 세상의 때를 많이 묻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더불어 히로토와의 로맨스가 들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로 내용이 너무 평범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계속 간다면 끝까지 읽을 자신이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화재사건이 벌어지는 중반부터 기대에 부응하듯 하무라의 활약이 펼쳐지면서 점점 작품의 재미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건의 연결성이나 해결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고 결말 역시 급 마무리하는듯한 인상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지루해짐을 느낄만한 부분도 곳곳에 들어있는데 장편으로 하다 보니 굳이 안 넣어도 되는 내용들(예를 들어 하무라가 살던 맨션 사람들 이야기..)을 줄였더라면 좀 더 스피디한 전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합니다. 가벼운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신다면 다시 한번 '하무라 아키라'의 매력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우리는 매일 선택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시 선택한다. 선택한 끝에 일어난 일에 대해 혹자는 자신의 선택을 칭찬하고, 혹자는 후회한다. 그리고 다시 선택한다.

엘리베이터에 탔다. 무인 엘리베이터는 빠른 속도로 하강했다. 기압이 변해 귀 안쪽이 막혔다. 현실을 차단당한 듯한 기분이었다. 마쓰에나 히로토와 함께 보낸 며칠간은 마법 같은 시간이었다. 때로 인생에 찾아오는 멋진 순간....누군가와 무언가를 공유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그들은 내게 주었다. 그것이야말로 현실이고, 현재의 내 쪽이 환상처럼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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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무더위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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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에 보면 와카타케 나나미를 코지 미스터리의 여왕, 하드보일드의 달인, 단편 미스터리의 명수.. 등 많은 수식어를 가진 작가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 한 권을 봐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저는 코지 미스터리(폭력 행위가 비교적 적으며, 끝 맛도 깔끔한 미스터리)와 하드보일드(건조한 문체로 사실만을 써 내려가면서 등장인물의 마음의 변화를 독자가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는 서로 상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저의 오판이었음을 이 책은 기가막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하무라 아키라라는 여성 탐정을 주인공으로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나이는 어느새 40대에 싱글이며 체력적으로도 약하고 잔병도 많은 소위 요즘 말로 독거노인이라 불릴만한 그런 인물입니다... 이 소설은 코지 미스터리에 맞게 소소한 사건들로 구성(제 입장에서는) 되어 있습니다. 우연히 일어난 교통사고 현장에서 물건을 훔쳐 간 여자를 추적하는(파란 그늘-7월), 치매에 걸린 어머니 때문에 고생하는 아들(조용한 무더위-8월), 한때 유명했던 시타라 소라는 작가의 실종과 연관된 조사(아타미 브라이튼 록-9월), 병원에서 벌어진 인질사건에 엮이는(소에지마씨 가라사대-10월), 쓰노다 고다이작가의 신분을 도용하다 사고로 죽은 사람에 대한 조사(붉은 흉작-11월), <성야 플러스 1>의 서적에 얽혀 벌어지는 크리스마스이브의 사건(성야플러스1-12월) 각각의 챕터는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유머스럽고, 때로는 묵직함으로 각각의 챕터들의 나름대로의 개성을 품고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소에지마씨 가라사대-10월>과 <성야 플러스1-12월>을 좋아하고 이 책에서 가장 하드보일드스러운 단편들이었습니다.


돌이켜볼 때 저는 1인칭 시점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3인칭 시점보다 집중이 잘 된다는 거 그리고 셜록 홈스처럼 명석한 추리력을 뽐내는 탐정보다 몸으로 때우는 무데뽀 스타일의 하드보일드 속 탐정들을 더 좋아합니다. 이 소설은 제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미스터리 소설 전문점을 배경으로 1인칭 시점의 내용은 가볍지만 몸으로 때우는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거죠...읽는 사람에 따라 이 소설은 하드보일드가 될 수 있고 코지 미스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에게는 <파란그늘-7월>과 <조용한 무더위-8월>은 코지 미스터리로 <아타미 브라이튼 록-9월>부터 마지막 <성야 플러스1-12월>까지는 하드보일드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소설의 짜임새도 <아타미 브라이튼 록-9월>부터 더 뛰어나기도 하고요....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하지만 어둡고 묵직함이 부담스럽다면 이런 가볍고 유머러스한 하드보일드 소설 한편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시간은 흐른다. 사고 당사자들 또한 그렇다. 하물며 목격자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살아가다 보면 허기가 진다. 먹기 위해서는 일할 수밖에 없다.

"방금 경찰이 농성중인 범인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에머슨회 제2병원에서 농성 중인 것은 소에지마 준페이라는 인물입니다. 반복합니다. 병원에서 농성중인것은 소에지마 준페이, 53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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