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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평점 :
맨션 13층에서 잔혹하게 죽어있는 여성 시체의 발견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잔혹하게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여성, 노인, 어린아이 등 범행의 패턴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항상 시체 옆에는 아이가 쓴 것 같은 쪽지가 남겨져 있습니다. 그 속에는 개구리와 관련된 글이 쓰여있었기에 언론에서는 그 살인마를 개구리 남자로 지칭하기 시작합니다. 사건의 단서도 찾지 못하던 경찰들은 50음도 순으로 살인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추론하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알리게 되면서 도시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다른 때라면 사건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재미있어할 대중이라는 집단 및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이 이 사건만은 절대 건드리려고 하지 않아. 관계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 거지. 한시라도 빨리 종결되기를 갈망하고 있어. 선량한 시민이라면 올바른 태도겠지. 그런데 스캔들 좋아하고 남의 말에 쉽게 동조하면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왜 갑자기 선량한 시민들로 변했을까? 잘못된 믿음 때문이야. 이 사건에 대해 의연해지고 안전거리만 확보해 두면 최소한 나한테는 피해가 없다. 그런 식으로 믿고 있어. 아니, 믿지 않을 수가 없는 거지....
요즘 독서 슬럼프가 와서 읽는 날보다 안 읽는 날들이 더 많은 날을 보내고 있다가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흥미를 끌만한 책을 찾던 중 전에 읽었던 <작가형사 부스지마>의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골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작가형사>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다른 작품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워낙 평들도 좋아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을 때 제일 처음 느낀 것은 <작가형사>와는 상반되는 묵직함이었습니다. 이 책은 형법 39조를 큰 주제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형법 39조란 심신 상실자나 정신이상자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 조항인데 작가는 과연 이법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사례들이 있기에 다른 나라의 법문제이지만 이해를 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어떤 죄를 범하든 아무도 벌할 수 없습니다. 살해된 네 사람의 유족들은 틀림없이 원통하겠죠. 이번만은 여론도 39조를 존속시킨 걸 후회할 겁니다. 그때 법정의 단상에서 재판장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유족들 감정과 처벌하는 감정은 다르다고. 그걸 누가 모릅니까! 법정은 복수의 장이 아니라고? 그것도 누가 모릅니까! 그렇기 때문에 법정 밖을 복수의 장으로 택한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귀축이라도 되겠다고 저는 맹세했어요.
신입 경찰 고테가와는 젊은 혈기와 열정을 가진 형사로 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 와타세 반장은 노련함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고테가와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결정적인 순간에 사건을 풀어가는 역할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말했듯이 고테가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소설 속 고테가와의 성격 때문인지 모르지만 초반을 넘어 중반까지 고리타분함과 답답한 전개로 인해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물론 현재 사건 전개 사이에 개구리 남자의 어린 시절의 내용을 삽입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읽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어린아이에 대한 학대 부분이나 동물들을 잡아 잔혹하게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는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굳이 세밀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반까지 흥미로움보다 지루함이 커져갈 때쯤 드디어 소설은 급반전을 시작하기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소설은 폭발하기 시작했고 저의 가독력도 덩달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과 경찰청사 안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지는 부분부터 고테가와의 일명 '다이하드'가 시작되었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 전개에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패 너머로 남자들이 거리를 좁혀 오는 모습이 보인다. 크게 벌린 입, 입속으로 보이는 혀, 그리고 고테가와에게 초점을 맞추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뭔가를 보는 눈....
조금 전 사이코들이라고 했지?
그건 당신들이야.
고테가와는 끓어오르는 머리와는 반대로 냉정한 시선을 남자들에게 보낸다.
하지만 뜨거운 감정 한편에서 차가운 사고가 또 다른 의문을 품는다.
그러면 너 자신은 어떤가 하고.
자기 자신이 소중해서 위험 분자의 정보를 손에 넣으려는 인간과, 죄를 범했지만 선악을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 벌도 받지 않은 자를 지키려는 자신.
어쩌면 제정신이 아닌 것은 이쪽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제도에 의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이성을 읽고 있는지도....
고테가와의 고군분투로 사건이 해결되었음에도 안도감보다는 39조의 법 모순 때문에 일어날 결말 내용 부분 때문에 씁쓸함을 가지고 마지막 장을 넘겼습니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의 전개 그러나 그것은 좋은 전개가 아니기에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서 말이죠..) 나카야마 시치리는 근래 제가 본 작가 중에 최고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끌고 가는 힘이라던가 반전을 풀어가는 능력이라던지 모든 게 훌륭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읽으면서 와타세반장의 독립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마침 <테미스의 검>이 출간되었습니다. (고테가와보다 와타세반장의 임팩트가 워낙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다음에 읽을 책은 <테미스의 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다른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쭉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오래간만에 한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 읽게 만드는 그런 인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공항에 빠지고 경찰이 외압에 못 이겨 괜히 서둘러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오인 체포와 원죄 문제가 생길 거야. 그건 별로 자랑할 수 없는 경찰의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어. 하지만 그것만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실수야. 원죄라는 건 진범을 들판에 풀어 준 채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매장시키고 경찰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삼중의 대죄야. 그런 대죄를 만들 정도면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게 나아.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느니 살인자 한 명쯤 놓치는 게 더 낫다는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