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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노사이드 게임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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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제가 읽는 이케이도준 작가의 첫 소설입니다. 이 작가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물을 접하다 보니 쉽게 소설에는 손이 가지 않는 작가였습니다. 그래도 관심을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것은 작가님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영상화되었다는 건 그만큼 대중적으로 좋아할만한 재미가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다른 분들의 작품리뷰를 보면 호평 일색이었다는 것입니다. 과연 그 말이 허풍이 아니었던 게 정말 '이게 엔터테인먼트다'라는 걸 보여주듯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보통 책을 읽다 보면 어느 정도 읽다 좀 쉬었다 읽는다거나 하루 목표치 페이지를 읽었으니 내일 읽어야지 하는데 이건 한번 잡아보니 다음이 궁금해서 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제가 재미있게 읽으면서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웹 소설과 상당히 유사성을 띠고 있었습니다. 불필요한 내용을 빼고 할 얘기만 스피디하게 전개하고 고구마 같은 전개로 지루하게 끌다가 후반에 해결하는 그런 과정 없이 고구마 같은 전개가 나오면 바로 사이다 같은 전개로 카타르시스를 준다는 것입니다. 그가 재미와 인기를 얻는 건 요즘 시대와 맞는 웹 소설 스타일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판단해 봅니다. 럭비와 회사 내의 권력싸움을 적절히 조합하여 어디 한 군데 치우치지 않게 조절을 잘한 것도 훌륭합니다. 개인적으로 회사 내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이나 럭비 경기를 하는 부분에서 저는 해결보다 거기까지 도달해가는 과정이 더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 '스토브리그'처럼 말이죠. 럭비라는 생소한 스포츠와 회사 이야기를 접목시켜 이렇게 재미있게 내용을 끌어간다는 거 스토리텔링을 공부함에 있어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 들며 웹 소설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에게도 충분히 공부할 만한 작가라고 생각이 듭니다. 단지 아쉬운 점은 럭비에 사용하는 용어 해석을 책 마지막에 정리해 놓았는데 그 용어가 나왔을 때 바로 이해할 수 있게 옆에 주역으로 달아놓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본에서는 드라마 '노사이드 게임'이 10부작으로 나왔고 국내 OTT에서 볼 수 있는데 웬만하면 안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시나리오 작가가 누군인지 모르지만 캐릭터를 이상하게 만들고 매회 억지 감동을 주려고 하는 것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70년대 한국 영화 보는 줄..) 등 마지막 10회 빼고는 참... 주인공 키미시마를 좋아하는 배우 '오오이즈미 요'가 맡았지만 안되는 거 안되네요...

"볼을 서로 빼앗는 격렬한 경기를 하다가도, 일단 종료 휘슬을 불면 적도 아군도 사라지지. 그러니까 노사이드(No Side)가 되는 거야. 그리고 서로의 건투를 빌어주지. 숭고한 정신이야. 이거야말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 아닌가? 여기에는 우리가 절대 잊어선 안되는 인간의 존엄성, 삶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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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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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나는 놀라운 초능력을 얻었다. 아주 짧은 상대방과의 접촉으로도 내가 상상하는 대로 상대를 살해할 수 있는 능력,,, 그래서 나는 킬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들에게서 '풍선인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런 귀찮은 일>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집주변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업가를 없애는 일을 하였고 의도치 않게 옆집으로 이사 온 린카이원이라는 자와 얽히는 문제를 해결했다. <십면매복>에서는 경찰과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있는 브렌트스크기업의 CEO 프레이 스미스 박사를 제거했다. 거기서 거싱이 형사에게 잡힐뻔한 순간도 겪었지만.. <사랑에 목숨을 걸다>에서는 영화배우 출신의 딩제원으로부터 자신과 결혼한 궈칭옌이란 대부호의 딸 궈치란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나는 의뢰비로 딩제원의 몸을 요구한다. <마지막 파티>는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전전과 샤오바오는 우연한 기회에 옆집에 사는 사람이 킬러이고 어제 있었던 박물관 살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전전과 샤오바오는 그가 '풍선인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를 조사해보기 한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오히려 옆집 사람에게 들키고 만다.


작가들 중 단편은 잘 쓰는데 장편을 잘 못쓰는 작가와 장편은 잘 쓰는데 단편은 못쓰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물론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찬호께이 작가도 단편과 장편 모두 다 잘 쓰는 작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 작가를 처음 알리게 된 <13.67> 역시 각각이 연결성이 있지만 단편들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풍선인간>은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킬러 '풍선인간'을 주제로 4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단편들을 영화 장르로 구분해 봤는데요..<이런 귀찮은 일>은 단순한 소품집.. 드라마로 보면 인물 소개 정도 되는 파일럿 프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십면매복>은 액션 스릴러, <사랑에 목숨을 걸다>는 에로틱 스릴러, <마지막 파티>는 아동 모험 활극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각각의 색채가 다양하지만 대중소설로서의 재미는 보장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유머 코드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킬러의 이미지와는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소심하고 어떻게 보면 나약하게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일본의 <데스노트>를 떠오르게 합니다. 아무래도 생각만으로 사람을 해친다는 설정 때문인 것 같은데요 소프트한 <데스노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4편의 단편들이 모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단편은 <십면매복>과 <마지막 파티>입니다. <십면매복>은 스피디한 전개로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읽었고 특히 마지막 유머 코드도 좋았던 단편이었습니다. <마지막 파티>는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반전을 읽다가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읽게 되는..... 이런 설정을 만든 찬호께이에게 찬사를 보내는 단편이었습니다.


저는 작가 소개란에 있는 '찬호께이는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뒤 재미 삼아 타이완 추리작가협회 공모전에 참가'했다고 하는 부분을 읽고 화가 났습니다. 누구는 마음잡고 단편 하나 쓰고 싶어도 써지질 않는데 누구는 재미 삼아 글을 써서 이제는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는 작가가 되다니... 신은 만인을 사랑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찬호께이의 반의반만이라도 나에게 재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따라잡기 위해 그의 책들을 열심히 읽어보게 됩니다. 읽을 때마다 깊은 좌절만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찬호께이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선망의 대상 중 한 명입니다. 오해없으시길...) 찬호께이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정말 장르소설이란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소설과는 뭔가 다른 좀 더 노골적인 엔터테인먼트 면이 더 강하다고 할까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재미있는 건 여타의 추리소설 작가들이 자신만의 페르소나처럼 대표하는 캐릭터 시리즈들이 있는데 찬호께이는 그런 캐릭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찬호께이를 대표하는 캐릭터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도 합니다. '풍선인간'으로한 연작 시리즈물도 계속 나오면 좋을듯한데 말이죠.... 끝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계속해서 찬호께이의 작품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나오는 데로 다 읽어줄 용의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저의 최근 작품은 실제 사회 이슈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실 순수하게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이야기를 더 좋아합니다.

첫째, 살아 있는 생물이면 피부 접촉으로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다. 목표물의 신체 일부분 혹은 내장기관에 공기를 불어넣거나 팽창하게 하거나 비트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 명령 발동 시점을 늦추도록 지정할 수 있다.



셋째, 명령어를 입력한 뒤에는 목표 대상이 명령 발동 전에 사망하더라도 능력이 시체에서 똑같이 작용한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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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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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화 일명 아화는 홍콩 문화대학 통계학과 1학년 신입생이다. 개학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미리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가 속한 기숙사는 대학에서도 유명한 노퍽관. 이곳은 7대 불가사의라는 괴담이 떠도는 유명한 곳이다. 입소 첫날부터 실수를 하는 아화는 우연히 버스에서 즈메이라는 여학생을 도와주게 되고 미리 기숙사에 와있는 친구들 버스와 위키와 합류한다. 그날 저녁 버스로 인해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는 여학생(칼리, 아묘, 샤오완, 산산, 즈메이)들과 휴게실에서 합석하게 되고 그들은 기숙사에 떠도는 괴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마침 같은 휴게실에 있던 아량 선배를 통해 예전 화재사건의 원인이었다는 악마 소환 의식이 벌어진 지하실이 아직도 있다는 말에 그들은 그곳에 가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버스의 의견에 따라 초혼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화를 놀리기 위한 장난이었다. 장난이 끝난 후 여학생들은 방으로 돌아가고 남아있던 남자들은 휴게실에서 카드게임을 하기로 하는데 잠시 후 아묘가 내려와 칼리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칼리를 찾기 시작한 일행들... 그들에게 서서히 7대 불가사의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벌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호러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장르입니다. 아니 아예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그건 작가를 믿고 읽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이걸 어느 한 장르로 정하는 게 모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러소설의 외피를 가지면서도 풀어가는 과정은 추리소설 같았으며 마지막 후반부는 청춘물처럼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고 할까요. 작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의도가 어떻든 저는 읽는 내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이 작품의 재미는 지하실에서 나오면서부터 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로 주인공 아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7대 불가사의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작가가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 밀종과 관련된 술법에 관한 내용들이 종종 나옵니다. 귀신 퇴치나 악마 소환 의식의 표식을 밀종과 연관해서 풀어간다는 점은 특이하고 색다른 흥미요소였습니다. 소설의 중후반까지 독자들을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몰아갔다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위키가 일련의 사건들을 마치 탐정처럼 추리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 작가는 뼛속까지 추리 마니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 점이 저를 그 작가의 팬으로 만든 건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후반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 이 부분이 좀 뭐랄까... 이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의 평가가 호불호가 갈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일순간에 늘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좀 맥이 빠지는 아쉬운 마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스포일러라 말은 못 하겠네요..) 소설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 내용이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위 작가들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런 순간에 글이 조금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던데 대부분 중반 이후에 느슨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가장 중요한 결말 부분에서 느슨해지고 말아 이게 이 작품의 옥에 티가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 부분만 가지고 전체 작품을 평가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말입니다. 이 책 카피 문구처럼 '뻔하지만 재미있는' 그런 소설인 것은 확실합니다. 호러 영화 몇 편을 보신 독자라면 읽는 동안 어떻게 펼쳐질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들이 누구에 의해 벌어진 건지 대충 감이 잡힌 채로 읽을 정도입니다. 호러소설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무섭지도 않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뻔한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이건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입니다. 찬호께이의 작품을 한편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의 다른 작품을 찾게 만드는 그만의 능력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벌어지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칼리! 너 어디 갔었어?"

야묘가 물었다. 그리고 벽에 달린 전등 스위치로 손을 올리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야묘의 손목을 낚아챘다. 야묘가 뭐라고 투덜댔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넋이 나간 얼굴로 어둠 속의 흐릿한 형체만 멀거니 바라봤다. 저건 칼리가 아니다. 야묘가 알아챈 모양이었다. 나는 덜덜 떨었다. 단단히 붙든 야묘의 팔에도 내 떨림이 전해지고 있었다. 야묘와 나는 나란히 서서 어둠 속의 형체를 응시했다. 그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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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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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은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통해 등장했던 와타세반장의 젊은 시절을 거슬러 올라가 시간의 흐름 속에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변해가는 와타세 경부의 성장소설이자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쓰게 되는 원죄에 대한 문제를 다룬 사회파소설이기도 합니다. 책은 크게 연대순으로 4개의 챕터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 사건의 발단이 된 쇼와 59년(1984) 그리고 재판이 벌어지는 쇼와 61년(1986), 와타세를 변하게 만든 계기가 된 1991년 마지막으로 모든 사건의 원인과 해결을 맞게 되는 헤이세이 24년(2012)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동산업을 하는 부부의 강도 살인 사건이 벌어지고 그들이 불법 고리대금업을 하는 것을 알게 된 와타세와 그의 파트너 나루미는 그들이 남긴 장부를 토대로 용의자를 압축하던 중 구스노키 아키히로라는 인물을 알게 되고 임의동행 형식으로 경찰서로 데려와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취조를 하기 시작합니다. 거기에 더불어 피 묻은 점퍼까지 나오게 되고 취조에 지친 아키히로는 범행했다는 자백을 하게 됩니다. 법정에서 강압적인 취조에 어쩔 수 없이 범행 인정을 했지만 자신은 아니라고 주장하던 아키히로는 결국 사형 판결을 받게 됩니다. 아키히로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구치소에서 자살하게 됩니다. 5년 후 예전 부동산 살인사건과 범행이 일치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을 체포하고 취조하던 중 5년 전 사건의 범행 역시 자백 받게 되면서 와타세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소설을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합니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는 <개구리 남자>에서는 형법 39조의 문제점을 다루었다면 이 소설에서는 원죄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이 작가의 작품을 지금까지 3권을 읽었는데 책에 대한 흥미로움이나 묵짐함들이 각각 다 틀리게 다가온다는 겁니다. <작가형사>는 가벼우면서도 유쾌한 작품이었고 <개구리남자>는 차갑고 어두웠다면 <테미스의 검>은 역사소설을 읽는듯하면서 무거운 무언가가 내 몸을 누르고 있는듯한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읽었고 가장 분노를 느끼면서 읽었던 작품이었던 같습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처음 단추만 잘 끼워 맞췄더라면 억울하게 죽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그와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는데 단추 하나 잘못 끼는 바람에 너무나 많은 사람이 불행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는 것에 답답함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거기에 자신들의 과오로 일어난 문제를 감추기에 급급한 경찰 조직들. 말로는 정의 실현을 얘기하지만 실상은 그들도 범죄자들과 별반 다름없음을 극명하게 보여주게 됩니다.

이 수첩과 수갑, 권총은 전부 국가가 우리 경찰에게 부여한 힘입니다.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경찰은 어느 누구에게서든 진술을 받아 낼 수 있고, 어느 집에든 들어가고, 혐의가 있는 이들을 구속하고, 필요하면 발포할 수도 있죠. 평범한 이들에게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 힘입니다. 하지만 전 어느 검사에게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정의가 없는 권력은 그저 폭력일 뿐이라고요. 집행한 권력이 정의롭지 않았다면 그것을 조사해서 밝혀내야 한다고요

자신으로 인해 죄 없는 사람이 억울하게 죽었다고 자책하는 와타세는 모든 사건을 바로잡으려고 하지만 조직에서는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 자신들의 밥줄이 끊기는 걸 원치 않는 조직 내의 사람들. 그들은 와타세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까지 막으려고 합니다. 그런 조직문제는 세월이 지난 2012년에 와서도 여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와타세는 이 원죄 사건을 통해 제대로 된 올바른 경찰이 되고자 다짐하게 됩니다.

검은 힘을 뜻하고 천칭은 선악을 판단하는 정의를 뜻한다.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는 뜻일까. 그러나 테미스 상에는 검을 치켜든 것과 천칭을 치켜든 것 두 종류가 존재한다. 최고 재판소의 테미스 상이 오른손에 쥔 검을 높이 치켜든 것은 정의보다 힘을 과시하는 자세에 대한 통렬한 자기비판 아닐까

책 제목에서도 나와있듯 테미스는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천칭을 든 법의 여신입니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도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나타내고 있는듯합니다. 묵직한 주제와 내용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반전까지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읽다 보면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듯한 느낌으로 읽게 되는 작품이었으며 한 작가의 작품을 읽다 보면 분위기나 전개 방식이 매 작품마다 유사한 부분들이 있다거나 패턴들이 있는데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에서는 그런 부분이 별로 없는듯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읽을 때마다 신선하고 새로운 느낌을 받게 됩니다. 

두 번 다시 틀리지 않겠다.
억측과 선입견에 사로잡히지 않겠다.
깨달음이 부족하면 깨달음을 바로 흡수하겠다. 관찰력이 부족하면 관찰력을 반드시 얻어내겠다. 지식이 부족하면 지식을 끝까지 찾아내겠다. 타인이 이야기에 조금 더 귀 기울이고, 조금 더 책을 읽고, 조금 더 다양한 곳에 가서 세상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고 말겠다.
그렇다.
나는 부끄럽지 않은 형사가 될 것이다.

그 마음 변치 않는 와타세 경부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며 또 다른 나카야마 시치리의 다음 작품에 손을 대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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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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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션 13층에서 잔혹하게 죽어있는 여성 시체의 발견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잔혹하게 죽은 시체들이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여성, 노인, 어린아이 등 범행의 패턴도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항상 시체 옆에는 아이가 쓴 것 같은 쪽지가 남겨져 있습니다. 그 속에는 개구리와 관련된 글이 쓰여있었기에 언론에서는 그 살인마를 개구리 남자로 지칭하기 시작합니다. 사건의 단서도 찾지 못하던 경찰들은 50음도 순으로 살인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추론하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언론에서도 이 사실을 알리게 되면서 도시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합니다.

 

다른 때라면 사건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재미있어할 대중이라는 집단 및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사람들이 이 사건만은 절대 건드리려고 하지 않아. 관계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 거지. 한시라도 빨리 종결되기를 갈망하고 있어. 선량한 시민이라면 올바른 태도겠지. 그런데 스캔들 좋아하고 남의 말에 쉽게 동조하면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을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왜 갑자기 선량한 시민들로 변했을까? 잘못된 믿음 때문이야. 이 사건에 대해 의연해지고 안전거리만 확보해 두면 최소한 나한테는 피해가 없다. 그런 식으로 믿고 있어. 아니, 믿지 않을 수가 없는 거지....

 

요즘 독서 슬럼프가 와서 읽는 날보다 안 읽는 날들이 더 많은 날을 보내고 있다가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흥미를 끌만한 책을 찾던 중 전에 읽었던 <작가형사 부스지마>의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들을 골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작가형사>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다른 작품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워낙 평들도 좋아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펼치고 읽기 시작했을 때 제일 처음 느낀 것은 <작가형사>와는 상반되는 묵직함이었습니다. 이 책은 형법 39조를 큰 주제로 놓고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형법 39조란 심신 상실자나 정신이상자에게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 조항인데 작가는 과연 이법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사례들이 있기에 다른 나라의 법문제이지만 이해를 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어떤 죄를 범하든 아무도 벌할 수 없습니다. 살해된 네 사람의 유족들은 틀림없이 원통하겠죠. 이번만은 여론도 39조를 존속시킨 걸 후회할 겁니다. 그때 법정의 단상에서 재판장은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유족들 감정과 처벌하는 감정은 다르다고. 그걸 누가 모릅니까! 법정은 복수의 장이 아니라고? 그것도 누가 모릅니까! 그렇기 때문에 법정 밖을 복수의 장으로 택한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귀축이라도 되겠다고 저는 맹세했어요.

신입 경찰 고테가와는 젊은 혈기와 열정을 가진 형사로 이 소설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 와타세 반장은 노련함과 냉철한 판단력을 가지고 고테가와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주며 결정적인 순간에 사건을 풀어가는 역할로 나오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말했듯이 고테가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소설 속 고테가와의 성격 때문인지 모르지만 초반을 넘어 중반까지 고리타분함과 답답한 전개로 인해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물론 현재 사건 전개 사이에 개구리 남자의 어린 시절의 내용을 삽입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읽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어린아이에 대한 학대 부분이나 동물들을 잡아 잔혹하게 죽이면서 희열을 느끼는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굳이 세밀하게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반까지 흥미로움보다 지루함이 커져갈 때쯤 드디어 소설은 급반전을 시작하기 시작합니다. 말 그대로 소설은 폭발하기 시작했고 저의 가독력도 덩달아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시민들과 경찰청사 안에서 대치 상황이 벌어지는 부분부터 고테가와의 일명 '다이하드'가 시작되었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내용 전개에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방패 너머로 남자들이 거리를 좁혀 오는 모습이 보인다. 크게 벌린 입, 입속으로 보이는 혀, 그리고 고테가와에게 초점을 맞추면서도 실제로는 다른 뭔가를 보는 눈....
조금 전 사이코들이라고 했지?
그건 당신들이야.
고테가와는 끓어오르는 머리와는 반대로 냉정한 시선을 남자들에게 보낸다.
하지만 뜨거운 감정 한편에서 차가운 사고가 또 다른 의문을 품는다.
그러면 너 자신은 어떤가 하고.
자기 자신이 소중해서 위험 분자의 정보를 손에 넣으려는 인간과, 죄를 범했지만 선악을 판단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아무 벌도 받지 않은 자를 지키려는 자신.
어쩌면 제정신이 아닌 것은 이쪽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제도에 의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사이 이성을 읽고 있는지도....

고테가와의 고군분투로 사건이 해결되었음에도 안도감보다는 39조의 법 모순 때문에 일어날 결말 내용 부분 때문에 씁쓸함을 가지고 마지막 장을 넘겼습니다. 끝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의 전개 그러나 그것은 좋은 전개가 아니기에 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현실을 보면서 말이죠..) 나카야마 시치리는 근래 제가 본 작가 중에 최고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끌고 가는 힘이라던가 반전을 풀어가는 능력이라던지 모든 게 훌륭하다고 생각이 듭니다. 읽으면서 와타세반장의 독립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마침 <테미스의 검>이 출간되었습니다. (고테가와보다 와타세반장의 임팩트가 워낙 강력하게 다가왔습니다.) 아마 다음에 읽을 책은 <테미스의 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다른 작품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을 쭉 읽게 될 것 같습니다. 오래간만에 한 작가의 작품들을 모아 읽게 만드는 그런 인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공항에 빠지고 경찰이 외압에 못 이겨 괜히 서둘러 해결하려고 하다 보면 결국 오인 체포와 원죄 문제가 생길 거야. 그건 별로 자랑할 수 없는 경찰의 지난 역사가 증명하고 있어. 하지만 그것만은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실수야. 원죄라는 건 진범을 들판에 풀어 준 채 무고한 사람의 인생을 매장시키고 경찰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는 삼중의 대죄야. 그런 대죄를 만들 정도면 사건이 미궁에 빠지는 게 나아.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느니 살인자 한 명쯤 놓치는 게 더 낫다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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