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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과 십자가 ㅣ 버티고 시리즈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 오픈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소녀는 한 번 비명을 질렀다. 딱 한 번.
엄밀히 따지면 그의 실수였다. 하마터면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 수상쩍어 하는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하면 끝장이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앞으로 재갈을 더 단단히 물려놓으리라 다짐했다. 조금만 더 단단하게. 아주 조금만.
주인공 존 리버스는 SAS에서 특수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특수 훈련까지 받았으나 어떤 한 사건으로 인해 군을 떠나 경찰에 되어 살아가던 중에 에든버러에 소녀들만 유괴해서 살해하는 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나게 되고 경찰들은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한 체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존 리버스에게 메시지와 함께 매듭과 십자가가 들어있는 의문의 편지들이 발송되기 시작하고 또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범인을 찾기 위해 수사하던 중 존 리버스의 딸이 유괴가 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편지와 오래전 잊고 싶었던 군 시절의 일이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영국 미스터리 소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읽었던 영국 미스터리 소설들의 느낌은 굉장히 스피디하다는 겁니다. 여기저기로 시선을 분산하기보다 오직 하나만 보고 달려가듯 불필요하다 싶은 내용들 없이 할 말만 하고 끝내는 그럼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소설 역시 존 리버스의 배경이나 주변 상황들의 얘기는 최소화하면서 사건에 관련된 내용에 집중해서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존 리버스 첫 번째 시리즈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요즘의 미스터리 소설에 비해서 분량은 짧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소설을 읽고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없고 그 안에 하고 싶은 내용들은 다 담겨있으니 이런 훌륭한 결과물이 나온 것에는 작가 이언 랜킨의 필력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의 느낌은 한마디로 사람들이 왜 이언 랜킨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읽는 동안 중간에 그만두기 아까울 정도로 빠져 읽었고 상황에 따라 짜증도 내었다가 가만히 미소도 지었다가 하면서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몰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존 리버스의 가끔 튀어나오는 썰렁한 유머 역시 좋았으며 다른 일련의 작품 속 주인공 형사들이 알코올중독에 무리들과도 잘 어울리지 않는 그런 아웃사이더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 존 리버스는 대체적으로 중간 정도 되는 인간으로 보였습니다. 알코올중독이 아닌 것만 해도 감사해하며 책을 읽을 정도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늘 저녁에 꼭 하고 싶었던 일이에요. 스코틀랜드 중앙 동부에 사는 변태 성욕자와 성범죄자들의 사건 기록을 훑어보는 것. 왜 저를 이토록 증오하십니까? 제가 무슨 욥이라도 되는 줄 아십니까? 그래서 이러시는 겁니까?
이번 <매듭과 십자가>는 존 리버스 시리즈의 시작으로는 손색이 없었다고 생각 듭니다. 이제 인물 소개가 끝났으니 정말 제대로 된 본편은 다음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두 번째 작 <숨바꼭질>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사람들마다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 작가나 책들이 있는데 저하고 이언 랜킨 작가의 작품은 궁합이 잘 맞는 편인 것 같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슬픔은 아마도 점점 소장해야 할 작품들은 늘어나는데 그걸 받쳐줄 총알이 없을 때 일 것입니다. 제가 점점 그런 상태가 되어가네요..!!
인생이란 게임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대학 밖 세상이 얼마나 호화로운지 알면 이상주의가 싹 사라져버릴걸. 졸업하고 나면 모두 다 가지려고 할 거야. 런던의 좋은 직장, 멋진 아파트와 차, 많은 봉급, 와인 바. 더 이상 이런 궁상은 떨고 싶지 않게 될걸. 하지만 지금은 이해를 못 할 거야. 저건 그저 양육에 대한 반발일 뿐인데. 대학은 학생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도록. 리버스도 다르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