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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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마리코의 별장에 모이는 친구들. 그들은 '미스터리 연구회'멤버들로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별장 주인 마리코의 방을 찾은 사부로는 등에 칼이 꽂힌 채 죽어있는 마리코를 발견하게 되고 죽은 그녀가 남긴 S라는 글자를 보고 자신이 청혼한 사야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황급히 지운다. 그리고 멤버들을 부른 사부로. 멤버들은 마리코의 시신에 적잖이 놀라게 되고 그 와중에 멤버 중 한 명인 마루모가 탐정 역할을 자청하며 나서게 된다. 그리고 사부로가 마리코의 방으로 가는 것을 본 멤버가 있었고 자신들을 부른 시간차가 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루모는 마리코를 살인한 범인으로 사부로를 의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마루모와 사부로가 서로 대립하게 된다. 폭우로 인해 별장과 마을로 통하는 다리도 끊기고 전화도 안 되는 상황에 그들은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날이 밝기를 기다리게 된다. 다음날 마루모와 사부로마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위에 내용은 <미스터리 아레나>라는 TV 쇼의 문제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일본에서<홍백가합전>이나 <가키노츠카이 절대로 웃으면 안 되는 시리즈>를 방영하면 올해도 다 가는구나 하고 일본 대중문화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는 방송들입니다. 이 소설 시간적 배경은 이 <홍백가합전>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이 <미스터리 아레나>가 차지한지 10년이나 지난 미래가 배경입니다. 참가자들은 문제를 읽고 자신만의 추리를 말하고 제일 처음 정답을 맞힌 사람이 모든 상금을 가지는 그런 쇼 프로입니다. 10년 동안 정답을 맞힌 우승자가 안 나와 당첨금은 누적되어 어느새 20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200억이 넘는 상금이 모이게 되어있는 상황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소설은 문제 챕터와 정답을 유출하는 참가자 챕터로 번갈아가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쇼 프로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이 쇼 프로의 사회자의 말속에서 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프로가 단순히 게임이 아닌 정답을 못 맞춘 참가자는 죽음을 당한다는 내용을 대놓고 사회자의 잦은 말실수 속에 표현함으로써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누구나 이상함을 느끼게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문제의 답을 추리하는 참가자의 설명이 끝나면 이어지는 문제에서는 참가자의 말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창과 방패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읽다가 이런 내용이 자주 나오다 보니 이건 마치 정답을 못 맞추게 일부러 조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읽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의심만이 커지면서 참가자의 추리가 중요하게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TV 쇼를 한다는 자체가 더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프로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TV 쇼와는 반대로 이 방송 관계자들이 살인자 집단인 건지...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순간 한순간에 모든 것이 풀리는 내용이 나오면서 방송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 전개로 본다면 흠을 잡을 수 없는 장르소설이었습니다.


영화로 따지면 후반 20분... 추리 문제의 해결과 실제쇼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단계에서 소설은 제대로 된 수습을 못하고 어영부영 결말을 짓고 맙니다. 이런 소설 같은 경우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반전이나 아니면 사이다같이 시원하게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것을 기대했건만 기대와는 다르게 어영부영 사건 해결.. 끝... 이런 식으로 끝이 납니다. 당연히 '뭐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는 거죠. 작가가 벌여놓은 건 많은데 아이디어가 바닥나서 그냥 뻔하게 해결책을 낸 건지.. 마감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인지는... 다른 독자리뷰를 봐도 저랑 비슷하게 생각한 분들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고충도 이해가 되는 게 추리 문제 구상해야 하고 각각의 참가자들의 추리들도 구상해야 하고 정말 생각할게 너무 많다 보니 마무리까지 갈 여력이 없었나 보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시간을 들여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데 끝이 너무 어이없게 끝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결말이 안 좋으면 그 작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 이 소설은 80%의 흥미와 20%의 어이없음과 실망으로 점철된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단단히 결심하고 행동에 나섰다.

만약 내가 무슨 행동에 나섰는지 들통나면 목숨마저 위험하겠지.

하지만 이미 각오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다.

신이여 부탁드립니다. 부디 일이 잘 풀리게 도와주소서. - P119

순문학과 비교하며 아직도 미스터리를 저급한 장르로 취급하는 자칭 ‘현학적‘인 놈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지. 순문학은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성립해. 「덤불 속」은 물론 두말할 나위 없는 걸작이지만, 세상에는 그 작품을 모방한 셈인지 그다지 재미도 없는 가능성만 몇 가지 던져주고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이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이 ‘도망‘치는 ‘순문학‘작품이 수두룩하게 많아. 오히려 마지막에 수습을 하지 않는 작품을 ‘열린 결말‘ 운운하며 높게 평가하여 현학 콤플렉스를 마구 드러내는 멍청이들도 있어.

하지만 미스터리는 거기에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해.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한다고 해서 미스터리 독자는 만족하지 않아. 그중에서 납득이 가면서도 의외성이 충분한 단 한 가지의 결말을 준비해야 하지. 한 가지 상황에는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싹이 무수하게 돋아 있는데, 매번 눈물을 머금고 그중에서 단 하나만을 ‘진실‘로 제시해야 하는 거야.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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