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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아레나
후카미 레이이치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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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마리코의 별장에 모이는 친구들. 그들은 '미스터리 연구회'멤버들로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별장 주인 마리코의 방을 찾은 사부로는 등에 칼이 꽂힌 채 죽어있는 마리코를 발견하게 되고 죽은 그녀가 남긴 S라는 글자를 보고 자신이 청혼한 사야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황급히 지운다. 그리고 멤버들을 부른 사부로. 멤버들은 마리코의 시신에 적잖이 놀라게 되고 그 와중에 멤버 중 한 명인 마루모가 탐정 역할을 자청하며 나서게 된다. 그리고 사부로가 마리코의 방으로 가는 것을 본 멤버가 있었고 자신들을 부른 시간차가 나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루모는 마리코를 살인한 범인으로 사부로를 의심하게 되고 그로 인해 마루모와 사부로가 서로 대립하게 된다. 폭우로 인해 별장과 마을로 통하는 다리도 끊기고 전화도 안 되는 상황에 그들은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날이 밝기를 기다리게 된다. 다음날 마루모와 사부로마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위에 내용은 <미스터리 아레나>라는 TV 쇼의 문제를 요약한 내용입니다. 일본에서<홍백가합전>이나 <가키노츠카이 절대로 웃으면 안 되는 시리즈>를 방영하면 올해도 다 가는구나 하고 일본 대중문화를 조금 아는 사람들이라면 아는 방송들입니다. 이 소설 시간적 배경은 이 <홍백가합전>이 없어지고 그 자리를 이 <미스터리 아레나>가 차지한지 10년이나 지난 미래가 배경입니다. 참가자들은 문제를 읽고 자신만의 추리를 말하고 제일 처음 정답을 맞힌 사람이 모든 상금을 가지는 그런 쇼 프로입니다. 10년 동안 정답을 맞힌 우승자가 안 나와 당첨금은 누적되어 어느새 20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200억이 넘는 상금이 모이게 되어있는 상황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소설은 문제 챕터와 정답을 유출하는 참가자 챕터로 번갈아가면 전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쇼 프로 자체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우선 이 쇼 프로의 사회자의 말속에서 이상함을 느끼게 합니다. 이 프로가 단순히 게임이 아닌 정답을 못 맞춘 참가자는 죽음을 당한다는 내용을 대놓고 사회자의 잦은 말실수 속에 표현함으로써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누구나 이상함을 느끼게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문제의 답을 추리하는 참가자의 설명이 끝나면 이어지는 문제에서는 참가자의 말을 반박하는 내용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창과 방패처럼 말이죠...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읽다가 이런 내용이 자주 나오다 보니 이건 마치 정답을 못 맞추게 일부러 조작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면서 읽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의심만이 커지면서 참가자의 추리가 중요하게 들어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TV 쇼를 한다는 자체가 더 이상하게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로 이런 프로를 만드는 것인지 아니면 TV 쇼와는 반대로 이 방송 관계자들이 살인자 집단인 건지...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들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순간 한순간에 모든 것이 풀리는 내용이 나오면서 방송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 전개로 본다면 흠을 잡을 수 없는 장르소설이었습니다.


영화로 따지면 후반 20분... 추리 문제의 해결과 실제쇼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단계에서 소설은 제대로 된 수습을 못하고 어영부영 결말을 짓고 맙니다. 이런 소설 같은 경우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는 반전이나 아니면 사이다같이 시원하게 모든 것을 해결하는 그런 것을 기대했건만 기대와는 다르게 어영부영 사건 해결.. 끝... 이런 식으로 끝이 납니다. 당연히 '뭐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는 거죠. 작가가 벌여놓은 건 많은데 아이디어가 바닥나서 그냥 뻔하게 해결책을 낸 건지.. 마감시간에 쫓겨 급하게 마무리 지은 것인지는... 다른 독자리뷰를 봐도 저랑 비슷하게 생각한 분들이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의 고충도 이해가 되는 게 추리 문제 구상해야 하고 각각의 참가자들의 추리들도 구상해야 하고 정말 생각할게 너무 많다 보니 마무리까지 갈 여력이 없었나 보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시간을 들여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는데 끝이 너무 어이없게 끝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결말이 안 좋으면 그 작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됩니다. 저에게 있어 이 소설은 80%의 흥미와 20%의 어이없음과 실망으로 점철된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언제까지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나는 단단히 결심하고 행동에 나섰다.

만약 내가 무슨 행동에 나섰는지 들통나면 목숨마저 위험하겠지.

하지만 이미 각오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무를 수도 없다.

신이여 부탁드립니다. 부디 일이 잘 풀리게 도와주소서. - P119

순문학과 비교하며 아직도 미스터리를 저급한 장르로 취급하는 자칭 ‘현학적‘인 놈들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기 때문이지. 순문학은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작품이 성립해. 「덤불 속」은 물론 두말할 나위 없는 걸작이지만, 세상에는 그 작품을 모방한 셈인지 그다지 재미도 없는 가능성만 몇 가지 던져주고 나머지는 독자 여러분이 알아서 생각하라는 듯이 ‘도망‘치는 ‘순문학‘작품이 수두룩하게 많아. 오히려 마지막에 수습을 하지 않는 작품을 ‘열린 결말‘ 운운하며 높게 평가하여 현학 콤플렉스를 마구 드러내는 멍청이들도 있어.

하지만 미스터리는 거기에서 한 단계가 더 필요해. 가능성의 총체를 제시한다고 해서 미스터리 독자는 만족하지 않아. 그중에서 납득이 가면서도 의외성이 충분한 단 한 가지의 결말을 준비해야 하지. 한 가지 상황에는 다양하게 전개될 수 있는 가능성의 싹이 무수하게 돋아 있는데, 매번 눈물을 머금고 그중에서 단 하나만을 ‘진실‘로 제시해야 하는 거야. - P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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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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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나스오는 작가가 되기위해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공모전을 목표로 5년 동안 수많은 추리소설을 읽고 연구하여 마침내 <환상의 여인>을 내놓게 된다. 일일이 손으로 집필한 원고를 친구 기도 아키라가 워드프로세서로 정리 작업을 해주지만 안타깝게도 나스오집으로 가던 중 원고를 잃어버리게 되고 그걸 같은 지하철을 타고 가던 나가시마 이치로가 발견 주인을 찾아주려 했지만 원고를 읽어본 이후 그는 욕심이 생겨 자신의 이름으로 공모전에 제출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그로 인해 기도 아키라는 자신을 나스오로 착각한 이치로에 의해 살해가 되고 뒤에 기도 아키라가 나스오가 아님을 알게 된 이치로는 진짜 나스오를 찾아가게 된다. 이치로의 공격에서 간신히 살아난 나스오는 오랜 시간 병원생활을 하게 된다. 퇴원 후 나스오는 공모전 결과를 보게 되고 자신의 작품 <환상의 여인>이 대상을 받은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이 있을 자리에는 시라토리 쇼라는 이름으로 되어있었고 이에 나스오는 시라토리 쇼가 자신의 친구 기도 아키라를 죽이고 자신의 원고를 훔쳤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자신의 누렸어야 할 부와 명예를 훔쳐가 시라토리 쇼...나스오는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처음에는 욕심이 부른 참극으로 생각하며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야마모토 나스오는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가라는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으로 친구의 죽음에 결정적 힌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경찰에 말하지 않았고 나가시마 이치로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원고를 돌려주려 했지만 원고를 읽고 나서는 상금과 인세에 욕심을 보여 살인까지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끝에 밝혀지는 모든 것은 욕심이 아닌 광기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환상의 여인>이 부른 광기였고 여기에 결부된 모든 인물들은 이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도착의 론도>는 시라토리 쇼라는 이름의 등장을 기준으로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반의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소소하게 진행되지만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반전의 반전을 일으키게 됩니다. 시라토리 쇼의 등장으로 인해 사건의 전개와 진범을 대략적으로 간파하게 되는데 거기까지 갔을 때 '내가 너의 트릭을 간파했다'라는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다가 점점 끝으로 갈수록 '나는 결국 작가의 손바닥에서 놀아났구나'란 작가와의 두뇌싸움에서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내가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을 때 작가는 그것을 미리 간파하고 두·세수를 더 내다보고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릭 소설은 읽는데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끝까지 이해를 못 하고 마치는 경우와 이해를 하지만 놀림을 당한 듯한 것에 대한 분함... 그래서일까요 트릭 소설을 읽으면 끝까지 손에서 못 놓고 읽게 만들지만 머리 아픈 게 싫어 처음부터 손을 안대는 경우 이 두 가지가 공존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도착의 론도>는 작가에게 놀림을 당하고 나의 머리 나쁨을 원망하며 한번 읽기 시작해서 끝을 보고만 그런 책이었습니다. 여전히 저의 부족한 내공을 반성하며 오늘도 책 읽기를 마칩니다.

나는 시라토리 쇼의 <환상의 여인>을 펼쳤다.

읽다 보니 의혹은 확신으로 변했다. 프롤로그의 문장에서부터 내 <환상의 여인>과 똑같았다. 그래도 나는 아니기를 바라며 페이지를 계속 넘겼다. 하지만 모두 똑같았다. 문장 하나, 글자 하나 차이가 없었다. 다른 것은 작가의 이름뿐이었다. ‘야마모토 나스오‘로 되어 있어야 할 이름이 ‘시라토리 쇼‘로 되어 있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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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영화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권일영 옮김 / 포레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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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귀재 또는 폭주하는 영화감독 오야나기 도시조는 '탐정영화'라는 새로운 작품을 찍기로 한다. 영화의 결말은 비밀로 한 체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결말을 제외한 러시 필름을 시사하는 날 감독은 연락도 없이 행방불명이 된다. 남은 건 오직 결말 부분뿐.... 잘못하면 영화사 자체가 도산할 위기에 처한 상황에 감독의 행방을 찾지 못한 체 영화제작진들은 감독 없이 결말을

어 완성하기로 결정한다.


산사태를 만난 자유기고가 다쓰미는 한 저택을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그곳은 왕년의 유명한 영화배우 사기누마 준코의 집으로 그곳에는 그녀의 딸과 조카 그리고 고용인으로 보이는 노인과 주치의, 입주 간호사가 있었다. 산사태로 인한 통신 두절에 마을로 내려가기 힘든 고립된 상황에서 하루를 묻기로 한 다쓰미.. 그날 새벽 여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 다쓰미는 다급하게 밖으로 나오고 집 밖에는 간호사 하야시가 목이 부러진 체 죽어있었다. 2층 그녀의 방은 안에서 잠겨있는 상태였고 방열쇠는 그녀의 손에 들어있었다. 자살? 아니면 살인?..... (영화 '탐정영화')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는 국내에 《살육에 이르는 병》으로 유명한 작가입니다. 부끄럽지만 저는 그 책을 아직 읽지 못하였고 이 《탐정영화》가 작가와의 첫 만남이 되었습니다. 작가는 1989년 《8의 살인》으로 데뷔하여 여러 작품을 남겼는데 이 작품은 1990년에 나온 작품으로 전체적으로 가벼운 느낌이 드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짜임새가 아직은 부족한 어떻게 보면 아직 신인작가로서의 풋풋함마저 느껴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소설은 크게 보면 영화의 크랭크인에서 크랭크업 그리고 영화 상영 이후의 이야기까지 영화를 만드는 전과정을 소재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다시 두 가지 파트로 나눠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현실에서의 영화 촬영 현장과 그들이 만드는 영화 속 이야기. 이 두 가지 상황을 교차편집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보통 치밀한 구성과 극적 긴장감 그리고 반전의 묘미가 주는 즐거움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와는 대조적으로 극적인 긴장감이나 이렇다 할 반전은 그렇게 없는 작품입니다. 《탐정영화》는 '왜, 감독은 사라진 것인지' 그리고 '영화 속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구냐'에 대한 의문을 푸는 게 핵심적인 내용입니다. 보통 미스터리 소설 같은 경우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상황들을 독자들이 풀어보는, 즉 작가와 독자의 두뇌게임을 벌인다고 본다면 이 소설에서는 이야기에 독자들도 같이 참여해서 만들어가기를 원하는 듯해 보였습니다. 저는 소설 속 장면 중 감독 없이 스텝과 배우들이 결말을 만들기로 결정한 후 배우들은 서로가 돋보이기 위해 자신의 배역이 범인이고 왜 그런지 이유를 밝히는 장면에서 작가가 독자들에게 당신들도 같이 참여해서 '어떤 역이 범인인지 그리고 왜 그런지 한번 만들어보는 건 어떤지' 의견을 제시해보라고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어드벤처 게임을 하는 기분이랄까 하여튼 조금은 신선하고 재미있게 책 읽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결국 소설이기에 읽다 보면 결론으로 가게 되는데 아쉽게도 결말 부분은 좀 허무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쉬웠습니다. 뭔가 한방이 있겠지 했는데 감독의 사라진 이유도 그렇고, 맥빠지는 영화 속 결말도 그렇고 많이 아쉬움이 남는 결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살육에 이르는 병》을 먼저 읽으신 분들은 이 소설에 대해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 이분의 다른 책을 읽어본 건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미스터리 소설로는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현실 속 영화 만들어가는 과정과 감독의 실종만을 가지고 좀 더 코믹스러운 상황들을 만들어 넣어 이끌어갔다면 유쾌한 소동극으로 더 나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실제 영화로도 만들어져도 재미있는 작품이 될 것 같은데 말이죠.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둘 다 잡기에는 어딘가 역부족이지만 책을 읽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드니 나름 재미있게는 읽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영화 관련된 내용들이 많아 다양한 영화들과 감독, 배우들의 이름들이 많이 나옵니다. 소설 속 나오는 영화나 배우, 감독들이 누구인지 얼마나 아는지 맞추면서 읽어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어두운 실내. 의자가 스무 개쯤되는 시사실 한가운데 사내가 몸을 깊숙이 묻고 앉아 있다. 그가 왼손을 높이 들어 딱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머리 위로 눈부시게 하얀 빛의 사각뿔이 홀연히 나타났다. 사각뿔의 밑면은 남자 정면에 있는 스크린, 꼭짓점은 그가 등지고 있는 벽 중앙 부분에 있다. 큼직한 숫자가 스크린에 비친다.

5, 4, 3, 2, 1·······

"서, 술·····서술 트릭? 그건 뭐지?"

미스즈가 묻자 호소카와가 신이 난다는 듯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는 ‘작가가 독자를 속이는 트릭‘이라고 정의하지. 작품 속 범인이 쓰는 트릭이 아니라 작가가 오로지 독자를 속이기 위해 장치하는 트릭이야·····소설의 경우에는 등장인물의 체형이나 그 공간의 풍경은 눈에 보이지 않잖아? 그걸 역으로 이용해서 중요한 내용을 독자에게 숨겨두기도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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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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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욕심이 부른 참극으로 생각하며 읽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야마모토 나스오는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가라는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으로 친구의 죽음에 결정적 힌트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경찰에 말하지 않았고 나가시마 이치로는 처음에는 순수하게 원고를 돌려주려 했지만 원고를 읽고 나서는 상금과 인세에 욕심을 보여 살인까지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끝에 밝혀지는 모든 것은 욕심이 아닌 광기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환상의 여인>이 부른 광기였고 여기에 결부된 모든 인물들은 이 광기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도착의 론도>는 시라토리 쇼라는 이름의 등장을 기준으로 전반과 후반으로 나누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요 전반의 내용들은 어떻게 보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소소하게 진행되지만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반전의 반전을 일으키게 됩니다. 시라토리 쇼의 등장으로 인해 사건의 전개와 진범을 대략적으로 간파하게 되는데 거기까지 갔을 때 '내가 너의 트릭을 간파했다'라는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다가 점점 끝으로 갈수록 '나는 결국 작가의 손바닥에서 놀아났구나'란 작가와의 두뇌싸움에서의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내가 한 수 앞을 내다보고 있을 때 작가는 그것을 미리 간파하고 두·세수를 더 내다보고 소설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릭 소설은 읽는데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끝까지 이해를 못 하고 마치는 경우와 이해를 하지만 놀림을 당한 듯한 것에 대한 분함... 그래서일까요 트릭 소설을 읽으면 끝까지 손에서 못 놓고 읽게 만들지만 머리 아픈 게 싫어 처음부터 손을 안대는 경우 이 두 가지가 공존하기도 합니다. 저에게 <도착의 론도>는 작가에게 놀림을 당하고 나의 머리 나쁨을 원망하며 한번 읽기 시작해서 끝을 보고만 그런 책이었습니다. 여전히 저의 부족한 내공을 반성하며 오늘도 책 읽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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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룡경찰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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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작품을 알았을 때는 그저 그런 일본의 라이트노벨이라고 생각을 해서 관심 밖이었습니다. 메카닉이 나오는 소설이라니... 일본에서 일본 SF 대상을 받고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도 오르는 작품이란 걸 알았지만 간간이 라이트노벨 같은 작품들도 오르고 일본에는 이런 마니아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렇다고 읽어볼 생각은 아예 안 한 건 아니기에 서점에 갈일 있으면 여러 책을 담을 때 눈에 보이면 같이 담아두었다가 좀 책 구입이 오버인 것 같다 생각이 들면 일 순위로 뺐던 게 이 책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구정 연휴에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다가 마침 이 작품의 두 번째 작품도 나와있길래 전자책으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전 소설이 어떤가 몇 장만 읽어볼까란 생각에 읽었다가 거침없이 끝까지 내달리고 말았습니다. 다 읽은 후 그동안 내가 너무 편협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생각과 저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이제야 이 작품을 읽은 것에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저에게 있어 최고의 재미를 안겨줬던 <개구리 남자>이후 얼마 안 된 현시점까지 통틀어 최고의 재미를 안겨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장르를 SF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경찰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장르가 애매하지만 어떤 장르에 두어도 양쪽 팬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균형감을 가진 이 작품이 쓰키무라 료에의 데뷔작이란 게 놀랄 정도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두 가지 작품이 떠올랐는데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패트레이버 시리즈 중 저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The Movie(1993)>와 국내 PC 어드벤처게임 <디어사이드 3>가 생각났습니다. 이 두 작품 다 오시이 마모루와 연관이 있는데 한편은 감독을 다른 한편은 오시이 마모루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그런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두 편 다 조직 내의 갈등과 테러리스트를 대항에 싸우는 내용, 그리고 기갑병장이 나온다는 점인데 '기룡 경찰' 역시 비슷한 맥락의 내용인지라 개인적으로 이 세 작품 다 유사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패트레이버>나 <디어사이드 3>는 그 주제가 무겁고 내용이 철학적인 부분이 많아 난해한 부분이 많지만 <기룡경찰>은 어깨에 힘을 빼듯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도리는 옆에 놓인 라이저의 가죽 재킷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 무게에 놀란 것 같은 표정을 보였다. 

안에 꽂혀 있는 M629를 본 모양이었다. 

미도리가 총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 라이저가 말했다.

"탄은 들어 있다." 

나직한 목소리였다. 

"쏘고 싶다면 쏴도 좋다. 네게는 쏠 자격이 있고, 내게는 맞을 이유가 있다."


이 소설은 경시청 내의 특수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특수부는 수사원과 현장 투입되는 돌입 요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돌입 요원들이 타는 병기가 이족보행을 하는 기갑병장으로 통칭 '드래군'이라고 하고 그들을 일컬어 암흑가에는 '기룡경찰'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특수부는 경시청 소속이나 경시청 내 조직에서나 경찰 조직 내에서 나 미움받는 존재들로 그들과 매번 갈등을 일으킵니다. 이 소설은 그런 조직 간의 갈등 문제와 일련의 벌어지는 사건들을 조사하고 싸워나가는 얘기를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드래군을 조종하는 돌입 요원 3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소설중간마다 그들의 과거를 엿볼 수 있게 해 놓았지만 겉핥기 정도라고 할까..) 이 소설의 장점은 빠른 전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불필요한 잔가지들은 최소화함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없도록 이야기가 구성되어있어 전혀 지루한 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무식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좋았다고 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느끼는 단점도 있는데요 이 작품은 기갑병장이 등장하는 소설로 메카닉 관련 내용들이 다소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이 부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상이 잘 안되는 부분들이 나온다는 것이죠. 특히 저에게는 드래군이 어떤 모양일지 잘 상상이 안되다 보니 메카닉 관련 내용에서는 이해하고 넘어가기 힘들기도 하였습니다. 다나카 요시키 작가의 <은하영웅전설>처럼 중간중간 일러스트를 첨부했더라면 좀 더 이해하며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나오는 용어들에 주석 번호들을 달았는데 주석 내용들은 책 후반에 있기에 일일이 용어를 찾기 위해 책 뒷장을 보고 다시 본 내용으로 넘어가는 번거로움이 있기에 아예 안 읽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하단에 주석 내용을 달았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책만 이렇게 주석을 달아놓은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주석단 책들을 간혹 만나게 되는데 책 읽는데 흐름을 깨는 주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부분만 없었다면 저에게 있어 완벽한 책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 소설은 기룡경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작가가 처음 쓸 때부터 연작을 생각을 하고 쓴 것처럼 전체적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에 대한 맛보기라고 해야 할지 떡밥들을 남기고 끝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궁금증을 일으키며 다음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들면서 끝나는 아주 영악하고 얄미운 작가의 농간에 계속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다행히 다음 작도 출간되어 소장하고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소설이 국내에 출간된 게 2017년 8월이고 두 번째 작품이 2018년 12월이니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출간이 안되었으니 세 번째 작품은 나오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닌 지하는 생각이 들다 보니 지금도 상상만 해도 끔찍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웬 오버냐'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각기 취향이 있으니 호불호도 있을 수 있지만 지극히 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나오는 쓰키무라 료에의 작품은 그냥 '묻지마 구입'이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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