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3년 전 나는 놀라운 초능력을 얻었다. 아주 짧은 상대방과의 접촉으로도 내가 상상하는 대로 상대를 살해할 수 있는 능력,,, 그래서 나는 킬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되었고 사람들에게서 '풍선인간'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런 귀찮은 일>에서는 내가 살고 있는 집주변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사업가를 없애는 일을 하였고 의도치 않게 옆집으로 이사 온 린카이원이라는 자와 얽히는 문제를 해결했다. <십면매복>에서는 경찰과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있는 브렌트스크기업의 CEO 프레이 스미스 박사를 제거했다. 거기서 거싱이 형사에게 잡힐뻔한 순간도 겪었지만.. <사랑에 목숨을 걸다>에서는 영화배우 출신의 딩제원으로부터 자신과 결혼한 궈칭옌이란 대부호의 딸 궈치란을 없애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나는 의뢰비로 딩제원의 몸을 요구한다. <마지막 파티>는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온 전전과 샤오바오는 우연한 기회에 옆집에 사는 사람이 킬러이고 어제 있었던 박물관 살해 사건과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전전과 샤오바오는 그가 '풍선인간'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를 조사해보기 한다. 하지만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다. 오히려 옆집 사람에게 들키고 만다.


작가들 중 단편은 잘 쓰는데 장편을 잘 못쓰는 작가와 장편은 잘 쓰는데 단편은 못쓰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물론 두 가지를 다 잘하는 작가들도 많은데 찬호께이 작가도 단편과 장편 모두 다 잘 쓰는 작가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 작가를 처음 알리게 된 <13.67> 역시 각각이 연결성이 있지만 단편들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있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풍선인간>은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킬러 '풍선인간'을 주제로 4개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 단편들을 영화 장르로 구분해 봤는데요..<이런 귀찮은 일>은 단순한 소품집.. 드라마로 보면 인물 소개 정도 되는 파일럿 프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고 <십면매복>은 액션 스릴러, <사랑에 목숨을 걸다>는 에로틱 스릴러, <마지막 파티>는 아동 모험 활극으로 보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각각의 색채가 다양하지만 대중소설로서의 재미는 보장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거기에 유머 코드까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킬러의 이미지와는 다른 초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는 다르게 굉장히 소심하고 어떻게 보면 나약하게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평범한 소시민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일본의 <데스노트>를 떠오르게 합니다. 아무래도 생각만으로 사람을 해친다는 설정 때문인 것 같은데요 소프트한 <데스노트>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4편의 단편들이 모두 좋았지만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단편은 <십면매복>과 <마지막 파티>입니다. <십면매복>은 스피디한 전개로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빠져읽었고 특히 마지막 유머 코드도 좋았던 단편이었습니다. <마지막 파티>는 마지막 반전이 기가 막히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반전을 읽다가 다시 되돌아가서 다시 읽게 되는..... 이런 설정을 만든 찬호께이에게 찬사를 보내는 단편이었습니다.


저는 작가 소개란에 있는 '찬호께이는 홍콩 중문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뒤 재미 삼아 타이완 추리작가협회 공모전에 참가'했다고 하는 부분을 읽고 화가 났습니다. 누구는 마음잡고 단편 하나 쓰고 싶어도 써지질 않는데 누구는 재미 삼아 글을 써서 이제는 어디에 내놔도 인정받는 작가가 되다니... 신은 만인을 사랑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찬호께이의 반의반만이라도 나에게 재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따라잡기 위해 그의 책들을 열심히 읽어보게 됩니다. 읽을 때마다 깊은 좌절만을 느끼지만 말입니다. (찬호께이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선망의 대상 중 한 명입니다. 오해없으시길...) 찬호께이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정말 장르소설이란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본 소설과는 뭔가 다른 좀 더 노골적인 엔터테인먼트 면이 더 강하다고 할까요...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재미있는 건 여타의 추리소설 작가들이 자신만의 페르소나처럼 대표하는 캐릭터 시리즈들이 있는데 찬호께이는 그런 캐릭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찬호께이를 대표하는 캐릭터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도 합니다. '풍선인간'으로한 연작 시리즈물도 계속 나오면 좋을듯한데 말이죠.... 끝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계속해서 찬호께이의 작품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나오는 데로 다 읽어줄 용의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저의 최근 작품은 실제 사회 이슈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실 순수하게 오락을 목적으로 하는 이야기를 더 좋아합니다.

첫째, 살아 있는 생물이면 피부 접촉으로 명령어를 입력할 수 있다. 목표물의 신체 일부분 혹은 내장기관에 공기를 불어넣거나 팽창하게 하거나 비트는 것이 가능하다.



둘째, 명령 발동 시점을 늦추도록 지정할 수 있다.



셋째, 명령어를 입력한 뒤에는 목표 대상이 명령 발동 전에 사망하더라도 능력이 시체에서 똑같이 작용한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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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가 웃는 순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치자화 일명 아화는 홍콩 문화대학 통계학과 1학년 신입생이다. 개학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미리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기로 한다. 그가 속한 기숙사는 대학에서도 유명한 노퍽관. 이곳은 7대 불가사의라는 괴담이 떠도는 유명한 곳이다. 입소 첫날부터 실수를 하는 아화는 우연히 버스에서 즈메이라는 여학생을 도와주게 되고 미리 기숙사에 와있는 친구들 버스와 위키와 합류한다. 그날 저녁 버스로 인해 같은 기숙사를 사용하는 여학생(칼리, 아묘, 샤오완, 산산, 즈메이)들과 휴게실에서 합석하게 되고 그들은 기숙사에 떠도는 괴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마침 같은 휴게실에 있던 아량 선배를 통해 예전 화재사건의 원인이었다는 악마 소환 의식이 벌어진 지하실이 아직도 있다는 말에 그들은 그곳에 가보기로 한다. 그곳에서 버스의 의견에 따라 초혼게임을 하게 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화를 놀리기 위한 장난이었다. 장난이 끝난 후 여학생들은 방으로 돌아가고 남아있던 남자들은 휴게실에서 카드게임을 하기로 하는데 잠시 후 아묘가 내려와 칼리가 없어졌다고 말한다. 칼리를 찾기 시작한 일행들... 그들에게 서서히 7대 불가사의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벌어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호러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 장르입니다. 아니 아예 읽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을까? 그건 작가를 믿고 읽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났을 때 이걸 어느 한 장르로 정하는 게 모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호러소설의 외피를 가지면서도 풀어가는 과정은 추리소설 같았으며 마지막 후반부는 청춘물처럼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종합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라고 할까요. 작가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의도가 어떻든 저는 읽는 내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이 작품의 재미는 지하실에서 나오면서부터 일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그 이후로 주인공 아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7대 불가사의와 엮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이 책의 특이점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작가가 중국인이다 보니 중국 밀종과 관련된 술법에 관한 내용들이 종종 나옵니다. 귀신 퇴치나 악마 소환 의식의 표식을 밀종과 연관해서 풀어간다는 점은 특이하고 색다른 흥미요소였습니다. 소설의 중후반까지 독자들을 긴장감과 공포감으로 몰아갔다면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위키가 일련의 사건들을 마치 탐정처럼 추리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이 작가는 뼛속까지 추리 마니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런 점이 저를 그 작가의 팬으로 만든 건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후반 사건이 절정으로 치닫는 과정.. 이 부분이 좀 뭐랄까... 이 부분 때문에 이 작품의 평가가 호불호가 갈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일순간에 늘어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좀 맥이 빠지는 아쉬운 마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스포일러라 말은 못 하겠네요..) 소설들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 내용이 느슨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소위 작가들이 집중력이 떨어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런 순간에 글이 조금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던데 대부분 중반 이후에 느슨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가장 중요한 결말 부분에서 느슨해지고 말아 이게 이 작품의 옥에 티가 된 것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 부분만 가지고 전체 작품을 평가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말입니다. 이 책 카피 문구처럼 '뻔하지만 재미있는' 그런 소설인 것은 확실합니다. 호러 영화 몇 편을 보신 독자라면 읽는 동안 어떻게 펼쳐질지.. 그리고 이 일련의 사건들이 누구에 의해 벌어진 건지 대충 감이 잡힌 채로 읽을 정도입니다. 호러소설이라고 말하지만 솔직히 그렇게 무섭지도 않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뻔한 스토리입니다. 그런데 재미있습니다. 이건 작가의 뛰어난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입니다. 찬호께이의 작품을 한편이라도 읽게 된다면 그의 다른 작품을 찾게 만드는 그만의 능력이 여기서도 어김없이 벌어지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칼리! 너 어디 갔었어?"

야묘가 물었다. 그리고 벽에 달린 전등 스위치로 손을 올리며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 순간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야묘의 손목을 낚아챘다. 야묘가 뭐라고 투덜댔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넋이 나간 얼굴로 어둠 속의 흐릿한 형체만 멀거니 바라봤다. 저건 칼리가 아니다. 야묘가 알아챈 모양이었다. 나는 덜덜 떨었다. 단단히 붙든 야묘의 팔에도 내 떨림이 전해지고 있었다. 야묘와 나는 나란히 서서 어둠 속의 형체를 응시했다. 그건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여자의 뒷모습이었다. -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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