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룡경찰 LL 시리즈
쓰키무라 료에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선 반성의 시간을 가지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처음 이 작품을 알았을 때는 그저 그런 일본의 라이트노벨이라고 생각을 해서 관심 밖이었습니다. 메카닉이 나오는 소설이라니... 일본에서 일본 SF 대상을 받고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도 오르는 작품이란 걸 알았지만 간간이 라이트노벨 같은 작품들도 오르고 일본에는 이런 마니아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렇다고 읽어볼 생각은 아예 안 한 건 아니기에 서점에 갈일 있으면 여러 책을 담을 때 눈에 보이면 같이 담아두었다가 좀 책 구입이 오버인 것 같다 생각이 들면 일 순위로 뺐던 게 이 책이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구정 연휴에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다가 마침 이 작품의 두 번째 작품도 나와있길래 전자책으로 구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전 소설이 어떤가 몇 장만 읽어볼까란 생각에 읽었다가 거침없이 끝까지 내달리고 말았습니다. 다 읽은 후 그동안 내가 너무 편협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생각과 저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이제야 이 작품을 읽은 것에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저에게 있어 최고의 재미를 안겨줬던 <개구리 남자>이후 얼마 안 된 현시점까지 통틀어 최고의 재미를 안겨준 작품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장르를 SF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경찰 소설이라고 해야 할지 장르가 애매하지만 어떤 장르에 두어도 양쪽 팬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균형감을 가진 이 작품이 쓰키무라 료에의 데뷔작이란 게 놀랄 정도입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두 가지 작품이 떠올랐는데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얘기하는 패트레이버 시리즈 중 저는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2-The Movie(1993)>와 국내 PC 어드벤처게임 <디어사이드 3>가 생각났습니다. 이 두 작품 다 오시이 마모루와 연관이 있는데 한편은 감독을 다른 한편은 오시이 마모루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그런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두 편 다 조직 내의 갈등과 테러리스트를 대항에 싸우는 내용, 그리고 기갑병장이 나온다는 점인데 '기룡 경찰' 역시 비슷한 맥락의 내용인지라 개인적으로 이 세 작품 다 유사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패트레이버>나 <디어사이드 3>는 그 주제가 무겁고 내용이 철학적인 부분이 많아 난해한 부분이 많지만 <기룡경찰>은 어깨에 힘을 빼듯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미도리는 옆에 놓인 라이저의 가죽 재킷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그 무게에 놀란 것 같은 표정을 보였다. 

안에 꽂혀 있는 M629를 본 모양이었다. 

미도리가 총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 라이저가 말했다.

"탄은 들어 있다." 

나직한 목소리였다. 

"쏘고 싶다면 쏴도 좋다. 네게는 쏠 자격이 있고, 내게는 맞을 이유가 있다."


이 소설은 경시청 내의 특수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특수부는 수사원과 현장 투입되는 돌입 요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돌입 요원들이 타는 병기가 이족보행을 하는 기갑병장으로 통칭 '드래군'이라고 하고 그들을 일컬어 암흑가에는 '기룡경찰'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특수부는 경시청 소속이나 경시청 내 조직에서나 경찰 조직 내에서 나 미움받는 존재들로 그들과 매번 갈등을 일으킵니다. 이 소설은 그런 조직 간의 갈등 문제와 일련의 벌어지는 사건들을 조사하고 싸워나가는 얘기를 주축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특히 드래군을 조종하는 돌입 요원 3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소설중간마다 그들의 과거를 엿볼 수 있게 해 놓았지만 겉핥기 정도라고 할까..) 이 소설의 장점은 빠른 전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불필요한 잔가지들은 최소화함으로써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없도록 이야기가 구성되어있어 전혀 지루한 감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무식하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듯한 느낌마저 드는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좋았다고 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느끼는 단점도 있는데요 이 작품은 기갑병장이 등장하는 소설로 메카닉 관련 내용들이 다소 나오고 있습니다. 근데 이 부분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상이 잘 안되는 부분들이 나온다는 것이죠. 특히 저에게는 드래군이 어떤 모양일지 잘 상상이 안되다 보니 메카닉 관련 내용에서는 이해하고 넘어가기 힘들기도 하였습니다. 다나카 요시키 작가의 <은하영웅전설>처럼 중간중간 일러스트를 첨부했더라면 좀 더 이해하며 쉽게 넘어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나오는 용어들에 주석 번호들을 달았는데 주석 내용들은 책 후반에 있기에 일일이 용어를 찾기 위해 책 뒷장을 보고 다시 본 내용으로 넘어가는 번거로움이 있기에 아예 안 읽고 넘어가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하단에 주석 내용을 달았다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책만 이렇게 주석을 달아놓은 것도 아니고 이런 식으로 주석단 책들을 간혹 만나게 되는데 책 읽는데 흐름을 깨는 주요 요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부분만 없었다면 저에게 있어 완벽한 책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이 소설은 기룡경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작가가 처음 쓸 때부터 연작을 생각을 하고 쓴 것처럼 전체적으로 앞으로 전개될 내용들에 대한 맛보기라고 해야 할지 떡밥들을 남기고 끝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들게 하는데요 궁금증을 일으키며 다음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들면서 끝나는 아주 영악하고 얄미운 작가의 농간에 계속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다행히 다음 작도 출간되어 소장하고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이 소설이 국내에 출간된 게 2017년 8월이고 두 번째 작품이 2018년 12월이니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출간이 안되었으니 세 번째 작품은 나오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닌 지하는 생각이 들다 보니 지금도 상상만 해도 끔찍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웬 오버냐' 할 수도 있을 것이고 각기 취향이 있으니 호불호도 있을 수 있지만 지극히 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나오는 쓰키무라 료에의 작품은 그냥 '묻지마 구입'이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