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10미터 앞 ㅣ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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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라는 말, 이 말 안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들어 있다. 어떤 이는 이 진실 때문에 목숨을 걸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이 진실 때문에 살 의지를 얻기도 한다. 마냥 좋아 보이는 진실이지만, 한 겹만 들춰 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때도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실을 구하기는 해야 하나 감출 때도 있어야 한다는 모순 같은 상황에 놓이면 그만 진실이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주인공은 다치아라이. 앞서 읽은 이 작가의 책 두 권(안녕 요정, 왕과 서커스)에 나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기막히게도 두 권을 다 읽었음에도 나는 기억을 못한다. 이 리뷰를 쓰고 나면 이 책마저 잊고 말겠지. 그러면 다음에 또 읽으면 되지, 새로운 기분으로, 처음 만나는 것처럼. 잠시 황당했던 마음을 이렇게 달래 놓고. 


일반적으로 기자는 진실을 밝히는 직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떤 진실을 어떻게 밝혀내느냐에 따라 기자의 자질이나 수준이나 품격을 가늠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 세상이 된 후로는 기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게 되었다. 진실이라고 다 밝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나, 진실을 밝힌답시고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일이 생기는 것이나, 꼭 밝혀야 할 중요한 진실은 모른 척 하고 별로 가치가 없는 정보를 진실이랍시고 굳이 밝혀내는 것이나. 기자라는 것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하는 직업 중 하나이기는 한데, 맡은 자의 역할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치아라이는 퍽 괜찮은 기자로 보인다. 이런 기자가 주변에 있다면 말없이 마구마구 응원해 주고 싶을 것 같다. 조사를 잘 하고, 질문도 잘 하고, 아마 기사도 잘 작성하겠지. 특히 취재원들을 향한,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퍼올리는 것으로 보이는 정성은 다치아라이의 모든 의도를 믿게 해 준다. 어떤 말이라도 다치아라이에게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치아라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기사를 작성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작가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이런 기자를 강렬하게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쓴 것은 아닐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다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번번이 드러난 것에만 홀려 사태를 판단하고 평가한다. 조금만 더 주의깊게 살펴볼 것, 조금만 더 여유롭게 헤아릴 것, 조금만 더 대를 배려할 것. 오해를 줄이고 갈등을 줄이고 무엇보다 서로의 불행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좀 오래 기억하고 있어야 할 내용인데...쯔쯧) (y에서 옮김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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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9년차 ㅣ 혼자살기 시리즈 2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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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것은 분명히 둘 이상 사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혼자일 때는 둘을 꿈꾸고 둘이 되어서는 다시 혼자의 시공간을 그리워하곤 한다.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이 철없는(내 생각에) 동경을 어찌하면 좋을지.


앞선 책 <혼자살기 5년차>와 큰 차이는 없다. 작가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리라. 좀더 익숙해지고 좀더 능숙해지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누리고 이겨 내는 법도 좀더 세련되어 보일 뿐. 우리네 삶이 벼락 맞은 듯 달라지는 기회를 얻기란 어려운 일일 테니까. 또 그게 늘 좋은 쪽으로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을 것이고.


잘 지내고 있어 보인다. 열심히 그림 그리고 먹고 맥주 마시고 슈퍼 다니고 잘 자고. 혼자 사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도 느끼고 그러면서 또 편안해 하고. 오래 전 선조들의 삶처럼 인생이 오십에 끝나는 게 아니라 백 세 이상 시대라고 하니 이제는 누구나 혼자만의 삶도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그 나이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젊어서는 젊어서대로 나이가 들어서는 또 나이가 든 대로 섭섭하지 않고 서럽지 않게 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이미 가족을 이룬 사람이고 가족 안에 살고 있으므로 여전히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 이해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듯하지만, 부분적으로는 공감하고 어떤 면에서는 동경하기도 하고.


혼자 쇼파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도 좋을 나른한 태만. 그래, 그게 부러울 수 있는 것도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꿈꾸는 휴식일 수도 있겠다. 지금의 처지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 이게 중요하다. (y에서 옮김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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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5 ㅣ 소설 보다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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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절에 한 권씩, 세 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계절이 바뀐다. 나는 앞으로 몇 권의 책을, 몇 편의 소설을, 몇 차례의 계절을 맞이하게 될까? 오래 건강하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호의 작품 셋은 대체로 떨떠름했다. 주제도 삭막하거니와 등장인물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내 마음에 안 드는 경우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고스란히 거리감이 느껴지면 답답해진다. 나는 어쩌면 2025년 겨울을 이런 마음으로 보냈던 게 아닌가 한다.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꼬인 관계에서 헤매는 것처럼.


나쁜 마음, 나쁜 의도, 나쁜 계획, 나쁜 시도, 나쁜 실천, 나쁜 모함 따위들은 인간의 본성과 어떻게 이어질까? 내 이익과 이어지면 이어지는 대로, 내 이익과 상관없어도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제멋대로 되어 버려라 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따라서. 길지 않은 소설 세 편은 나를, 내 바람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괜찮은 존재가 아닌 모양으로.


봄아, 이제 좀 와 주렴.


<별개의 문제>

나는 별점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5개만 준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안 준다. 이것도 내 방식 중 하나다.


<뱀이 있는 곳>

제목과 소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읽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밖에.


<5월은 창가의 호랑이>

화자를 어린이로 내세우는 글에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것도 약간의 학대처럼 느껴지는 게 영 마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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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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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로의 '안 해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의 유래를 읽었다. 이 작가의 대표적 작품인 '빙과'의 뜻을 알게 되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 혹은 내가 이 작가의 글과 호타로에 대해 어찌하여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그 어떤 배신감, 인간에게서 느낀 쓰디쓴 무례에 대한 공감을 했다고 해야겠다. 난 그걸 올해 느낀 셈인데, 얼마 전에 깨달은 느낌인데, 나이 오십이 넘어 알게 된 셈인데, 호타로의 취향에 동감을 느꼈던 게 내게도 그런 성향이 숨어 있었던 탓이었을까? 딱하지만, 좀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런......


책에는 6편의 글이 실려 있다. 고전부 동아리 회원 4명이 겪은 일화를 근사한 이야기로 엮어 놓았다.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소소한 사건들을 이야기로 꾸며 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이게 어떻게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싶은 에피소드가 묵직한 의미를 주는 이야기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 보다 보면, 기억력일까 상상력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나도 이런 초등학생 시절을, 중학생 시절을,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내 학창 시절은 참 단순하고 밋밋했구나 싶어지면서, 이런 정도의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 없었던 게 좀 섭섭해지기까지 하는 거다. 아니,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심히 넘기고 마는 일상의 순간들 사이로,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잡아낼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게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그런 능력이 없는 나는 독자로 남아 있는 것이고, 또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읽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먹는 나이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나이를 늦게 먹고 있어서(창작인지 출판인지 아무튼 이 속도가 늦어지고 있어서) 나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언제까지 고전부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인가, 궁금하다. (y에서 옮김20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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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5년차 ㅣ 혼자살기 시리즈 1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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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살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남편도 있고 자식도 둘이나 있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직업도 갖고 있으므로 작가와는 다른 입장이면서도 아주 흐뭇하게 이 만화를 보았다. 혼자서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충분히 만족할 것 같구나 그런 생각이 저절로 드는 삶.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작가가 함께 삶을 꾸릴 사람을 만나고 결혼을 해서 만화를 그려 보여 준다면,-'둘이 살기 1년차' 이런 식으로-그것도 그것대로 흥미로울 것 같은데 '혼자살기 9년차'라는 책이 이미 출간된 것을 보면 아직 결혼을 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 작가 이전에 내가 만난 <마스다 미리>와는 또다른 그림과 내용으로 나를 빠져들게 한다.


주인공이 참 귀엽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먹을 때의 황홀한 표정이나 잠잘 때의 푹 퍼진 모습은 내 마음에 쏙 든다. 나도 그림처럼 그렇게 따라 해 보고 싶을 정도이다. 그림대로라면 작가가 먹는 양이 상당한 수준인데, 잘 먹고 많이 먹으면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개인적으로는 복된 것이리라.


좀 소심하기도 하고, 은근히 수줍음이 많아서 잘 나서지도 못하고, 남들의 시선에 구애받아 머뭇거리는 일이 있는 듯이 보이기는 해도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해 내고 마는 작가다. 혼자 살아가는 힘도 혼자 여행하는 힘도 그렇게 키운 것일 테지. 9년차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 줄지 기대가 된다.


일본의 여자 작가 중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이 미혼이면서 애니메이션 작가이다. 내가 응원하는 속마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y에서 옮김201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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