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돌아가는 히나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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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절이고, 절대로 가 볼 수 없는 시절인 학창시절. 그것도 고교생 때. 중학생 때는 다소 어린 듯한 느낌이 있고 대학생 때는 어쩐지 순수한 맛이 휘발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드니 소중한 학창시절이라고 하면 고등학생 때가 가장 적절할 것이라 싶다. 이 시절의 이야기, 영원히 기억에 남아 있을 시절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라고 해도 내 것으로 떠올리게 되는 이야기. 이런 흐뭇한 기분으로 이 책을 읽었다.  

 

일본의 고등학교 이야기이지만, 상황은 꽤 다르지만, 우리의 고교시절보다는 좀더 여유와 낭만이 있어 보인다. 대학 입시에 대한 부담이나 진로에 대한 부담은 비슷한데 우리만큼 절박하지는 않은 것 같다. 개인 차이일까? 내가 그 시절을 너무 많이 떠나 온 것일까? 작가는 참 오묘하게도 잘 그려내고 있다.

 

정말 별다른 사건 아니다. 이런 에피소드로 이런 소설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우리가 사소한 일상에 지나치게 골몰하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일상 속에 사소한 재미가 꽤 담겨 있다는 것도 알겠다. 지탄다가 '신경 쓰여요'라고 하는 말, 그 말과 관련된 사소한 미스터리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이 추리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내 어린 시절에는 왜 이런 호기심이나 탐구 과정이 없었을까 싶은 아쉬움까지 드는 것이었다.  

 

남의 이야기이지만, 자꾸 읽다 보면 나와 비교하게 된다. 내 사고 범위, 내 사고 방식, 내 삶의 태도, 내 가치관, 내 기준 등 못하다 싶을 때도 있고 더 낫다 싶을 때도 있다. 그런 것이다. 끄덕이며 살아가는 것, 부족하든 넘치든 이만큼이 내 것이라는 인정과 함께. 좀 그립기는 하다, 그 때 그 어린 날이. 돌아간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y에서 옮김201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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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누나 6
마스다 미리 지음, 김혜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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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해서 도리어 귀하게 여겨지는 말들, 생각들, 태도들을 본다.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데도 새삼 대단하게 보인다. 우리가 사는 하루하루의 일상이 어쩌면 우주의 신비로움만큼이나 거대한 가치를 지닌 게 아닌가 싶다. 이렇게 모자란 대로 넘치는 대로 때로 제멋대로 때로 엉망인 채로 살아도 삶이 이어지고 있음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1권에서 5권까지 본 누나와 남동생의 대화. 6권에서도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심심한 듯해도 약간의 충격을 느끼고, 무난한 듯해도 가끔씩 찌르는 시선에 놀란다. 연한 자극에도 마음이 술렁 움직인다. 살짝씩 떨리는 내 안의 이 느낌이 마음에 든다. 사람들이 건네는 말에 내가 아직도 감동을 받고 위로도 얻는다는 게 고맙게 여겨진다. 


관찰이었을까, 상상이었을까, 경험이었을까? 사소한 에피소드를 하나씩 얻을 때마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 가방에 고이 담이 두었거나 부지런히 기록을 해 두었을까?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소재로도 그림이 되고 글이 되고 책이 되며 교훈마저 전할 수 있다는 것이.


6권이라는 말은 다음 권도 준비를 하고 있다는 뜻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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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더블 ㅣ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이제중 옮김 / 검은숲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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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츠빌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일어난다. 이상하기만 한 게 아니라 위험한 일이다. 사람이 하나씩 죽으니까. 자연사처럼 보여서 특별한 사건으로 다룰 수 없을 것 같은데 엘러리가 초대를 받는다. 희생자 중의 한 사람인 그의 딸로부터. 희생자의 딸인 리마와 엘러리의 관계가 야릇한 것도 다소 당황스러운 설정이었다. 연애를 하겠다는 것인지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동요가 사건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동요의 내용에 따라 희생자가 나온다는 설정.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으로 이미 본 적이 있어서 새롭지는 않았고 오히려 억지스러운 맛마저 느껴졌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범죄를 저지른다고? 동기는 그토록 단순했는데? 결말은 어째 과정보다 더 한심스러워지고 말았고.

전개 과정에 따른 사안들이 궁금해서 하나씩 하나씩 따라가며 풀어 보자는 마음으로 읽기는 했다. 읽는 동안에는 만족스러웠고. 결과에서 실망하고 만 건가 싶어 다시 들춰 보기도 했다. 실망하면 안 되는데 실망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y에서 옮김2024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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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221
이정록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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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어떻게 이런 표현을 할까, 싶은 경이로움. 그래서 아무나 시인이 되는 것은 아닐 테다. 이 시집에는 우리가 늘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해 온 벌레와 풀과 나무와 사물들이 따뜻한 생명을 가진 채 담겨 있다. 오죽 그러하고 싶었으면 시인은 시집 제목을 (번데기로 살고 싶다면) '버드나무 껍질에 세들고 싶다'라고 했을까.

우리는 늘 위대하고 거창한 것만 꿈꾸면서 살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로 우리 옆에서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풀과 벌레들, 제 몫을 다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일상의 사물들에서 삶의 더 큰 진실을 얻는다. 저대로 행복하고 저대로 가치로운 이 세상에 주어진 모든 존재들. 이 시집을 읽고 나는 길을 걸으면서 내 발에 밟히는 땅과 스치는 풀과 괜히 서 있는 게 아닌 나무와 집들을 유심히 보았다. 거기 그 자리에 있어서 조화롭고 신비로운 모든 것들.

나는 또 내 자리를 생각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유와 앞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시인은 '삶이란 결국 못갖춘 마디로 정리된다(22p)'고 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나의 행복과 나의 가치와 나의 참된 꿈을 좇아야 하리라고. (y에서 옮김20000511)

작은 나무들은 겨울에 큰단다 - P12

아름다운 것이 이렇게 무서울 수가 있구나. - P14

끝까지 가기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 P16

삶이란 결국 못갖춘마디로 정리된다고 - P22

낮고 분명해야 하리라 - P28

모나게 살자
샘이 솟는 곳
차고 맑은 모래처럼 -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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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드랴프카의 차례 ㅣ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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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는 언제 하게 될까. 자신에게 하는 기대, 누군가에게 거는 기대, 상대에게 바라는 기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은 기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기대라는 말에 담긴 마음이 예사로운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체념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작가의 말이 맞든 어쨌든. 


가미야마 고등학교의 축제날. 세상에나, 고등학교 축제를 사흘이나 허락해 주다니(학교든 학부모든). 수업도 안 하고 오로지 축제 행사로만 진행되는 일정. 실제 일본에 이런 고등학교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현실로서는 상상으로도 해 볼 수 없는 것을. 게다가 학생들의 참여 수준이 소설 속 상황만큼 갖추어져 있다면 허락해 줄 만하다고 납득이 되었다. 축제에 동아리 문집을 돈을 받고 판매할 수 있으려면, 문집을 만드는 쪽도 문집을 읽는 쪽도 각각 어울릴 만큼 수준을 갖추어야 할 테니까.


일본어의 십문자라는 형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설을 읽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알고 읽는다면 범행의 전개 과정을 더욱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었겠지만. 그 범행 역시 '기대'에서 비롯된 것이었던가. 고전부원들의 '기대'를 은근히 받고 있는 호타로가 결국 범행의 전 과정을 밝혀 주었는데. 지탄다의 기대하는 마음, 사토시의 기대하는 마음이 안타깝게 전해져 오는 것이었다. 아, 나에 대한 체념에서 다른 이에 대한 기대로 넘어가야 하는 삶의 씁쓸한 과정이라니.


이 작가의 글은 좀 무섭다. 읽는 동안에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아니었는데 다 읽고 난 뒤에 생각하다 보면 스멀스멀 인간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과 가벼운 환멸까지 생겨난다. 인간 존재 자체의 실상이라 결코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더 그러한 것 같기도 하고. 무슨 고등학교 축제가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사건을 품고 있더란 말인가.


출간되었을 때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흔적이 아무 데도 없다. 새로 읽고 몇 자 적어 본다. 그때의 기억이 통 없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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