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이었지만 탐정 역할의 인물이 이어지고 있어서 끊어지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e북으로 읽기에는 단편이 더 적절하겠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 


누군가를 모함하거나 함정에 빠뜨리는 일에는 상당히 교묘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범죄는 더 그러할 것이고. 소설은 현실이 아니라 소설이므로 작가는 이중적인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도모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독자를 속였다가 반전을 일으켜야 할 것이므로 결말에서 도입으로 거꾸로 구성하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 보게 되고. 


실린 글 중에서 탐정을 이용하여 범죄를 꾀하는 에피소드가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러한 의외성이 추리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하기 때문에 작가가 의도한 것일 테다. 미국 수사 드라마를 보면서 시청자를 속이는 화면 전개 방법에 감탄하곤 했는데, 이 작가의 글은 대체로 나를 만족시킨다. 사람의 마음 속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듣는 것도 흥미롭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군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 보고 있다면, 그걸 안다면 어떤 마음이 될까 생각해 본다. 죄를 짓지 말아야지. (y에서 옮김201510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청준 평전 - 소설가 이청준 15주기 기념
이윤옥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대상을 좋아한다는 마음의 근원은 무엇일까? 소유일까? 갖고 싶다는?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물음이다.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한다. 내용들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대부분의 작품을 읽었다고 생각한다. 갖고 있는 책도 있고 빌려 읽은 책도 있고. 어린 학생일 때는 대체로 빌려 읽었을 것이고 이후에 사서 보았을 것인데 이번에 챙겨 보니 잃어버린 책도 있는 것 같다. 나는 이 작가의 책을 사 모으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돈만 있으면 다 구할 수 있는 책, 다른 명품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싼 편인 책, 절판인 책은 구할 수 없겠지만 문학과지성사에서 작가 사후에 전집을 만들어 내놓았으니 정가대로 다 구입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나는 왜 다 갖고 싶을까?  

책은 이청준의 일생을 다루고 있다. 작가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떻게 자랐고 어떻게 성장했으며 어떤 활동을 했는지 모조리. 이 책의 작가는 당사자인 이청준과 의논을 하면서 자료를 모으고 정리했다고 하니 거짓말이나 추측으로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럴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한 줄 한 줄 따라 읽어 나가면서 나는 이청준이라는 소설가의 일생을 지나 보았다. 작가에 대해 많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알았다. (굳이 알려고 했던 적도 없었던 것 같고.) 소설 자체만 좋아해서 읽었을 뿐 작가의 주변 사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으니 소설 속 세상을 확대시키고 심화시키는 과정은 없었던 독서였다. 나는 그저 작가의 문체가 마음에 들었고 다루는 소재와 주제만을 즐기는 것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벅찼으므로 더 나아가지는 못했다. 이게 딱히 아쉽거나 아까운 적도 없었다. 읽을 수만 있다면, 작품만 있다면, ......

이 책을 보니 또 알겠다. 알고 읽으면 더 많은 것을 만날 수 있었으리라는 것을. 작품마다 세부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작가의 사정을 보면서 소설가의 숙명이나 사명감까지 느낄 수 있었다. 삶이 곧 소설이었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이렇게도 사는 사람이 있구나, 이렇게 살아야 하는 사람이었구나, 이런 사람이 있어서 독자인 나 같은 사람도 색다른 세상을 얻게 되는구나. 내가 겪는 직접 경험으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세상, 더 넓고 풍요로운 세상, 바랄 만한 세상들.

작가는 소설가 이청준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사람과 글 모두를 소중하고 깊이 있게 다뤄 놓고 있다. 작가를 연구하는 그 마음도 궁금해진다. 독자로서 좋아하는 마음과는 얼마나 닮아 있고 어떻게 다른지.      

해 볼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했으면 하는 두 가지. 하나는 이 책에 예문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순서대로 읽어 보는 일. 둘은 전집의 책들을 사 모으는 일. 욕심이든 욕망이든 허영이든 미련이든 그 무엇이든. (y에서 옮김2024082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숙명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람들의 모든 만남과 헤어짐은 우연인가 숙명인가. 어느 한쪽의 일방된 입장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사람마다 조금 더 치우치는 쪽은 있을 것이다. 나는? 글쎄, 숙명 쪽을 덜 믿는 것 같은데. 이런 나에게 소설은 숙명으로 이어진 틀 안에서 인물들의 사정을 열어 보인다. 어디서부터, 누구부터, 누구와 누가? 그리하여 숙명의 관계도를 파악하기 위한 읽기가 된다.


몇 년 전 이 작가의 글을 줄기차게 찾아 읽다가 어느 즈음 그만두었다. 읽는 동안에는 계속 재미를 느꼈지만 읽고 나면 이쯤 읽었으니 되었다 싶은 때가 왔던 셈이다. 그러다 이 책을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하고는 모처럼 읽어 볼까 하는 마음으로 빌렸다. 그리고 빌려 읽기에 딱 좋았다는 느낌으로 정리한다.


빠른 전개, 독자에게 드러내는 바와 숨기는 바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솜씨, 보이지 않는 것들을 두고 상상과 추리를 하도록 이끌어 들이는 글힘, 세밀하지는 않으나 부족함을 못 느낄 정도로 그려 놓은 인물 묘사는 여전했다. 이러니 책을 잡으면 한번에 다 읽게 된다. 다 읽고 나면 뿌듯한 자부심 따위가 생기지 않는다는 게 좀 섭섭하기는 해도.


일본에서는 1993년에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요즘의 시대상과 거리가 느껴지는 풍경들이 곳곳에 보인다. 작가는 그때도 소설 구성을 이렇게 했나 보다. 일본 내 사회나 역사의 문제(여기서는 인체 실험 같은 경우)를 줄기 하나로 삼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인물을 설정하고, 여기에 인간으로서 갖게 되는 평범한 욕망에 따르는 이와의 갈등 관계를 만들어내고. 추리 소설이면서 사회 소설의 성격도 갖기를 바란 듯한 의도로. 결말은 작가의 소설들이 대체로 그랬던 것 같은데 현실에서 여전히 이어지는 부조리한 상황과는 달리 갈등이 풀려서 모두들 평온을 되찾는다는 식으로 되었고(이 점이 나에게는 지루한 인상을 남기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추리소설은 결말에 이르기 전까지 독자가 얼마나 그릇된 방향으로 상상하도록 만들어 내는가 하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슬쩍 해 본다. (y에서 옮김202205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쓰쿠모 서점 지하에는 비밀의 바가 있다 ㅣ 아르테 미스터리 20
오카자키 다쿠마 지음, 김진환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작가의 탈레랑 커피점 시리즈를 읽던 중에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잠시 비켜 들어섰다. 출간 순서를 찾아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커피점보다는 긴장도가 떨어지는 작품이다. 이 책도 에피소드의 특성으로 보아 연작소설일 수 있겠는데 아직 후속작품집이 나오지는 않은 모양이다. 번역만 안 된 것일지도. 나온다면? 나는 볼 것 같다. 커피점보다는 못해도 서점도 나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니까. 게다가 지하에 바도 있지 않은가.


일이라는 게 무엇일까. 이른바 낙원이라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일을 할까, 안 해도 될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곳이 낙원일까, 아무 일도 안 해도 되는 곳이 낙원일까. 소설 속 주인공 다스쿠는 이 일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데. 일이 없어서도 아니고 남들이 말하는 좋은 직업을 가졌음에도 주어진 일 자체를 못해 낸다는 설정으로. 그래, 일을 못하는 사람은, 뻔뻔하지도 못하다면, 일을 못한다는 것 때문에 스스로 엄청 힘들겠다는 생각을 이제야 해 본다. 일을 그만두고 차라리 무직인 채로 지내게 되더라도.  


이런 다스쿠를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고 도와주는 쓰쿠모 서점의 주인. 서점 주인은 다스쿠와 반대쪽에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일을 아주 잘해서 문제를 만난 상황. 둘은 서로를 돕는다. 바의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 사토나카와 도야마도 함께. 바로 일을 통해서. 소설은 다소 유치하고 뻔한 에피소드로 넘어가는데 이건 이것대로 재미있다. 우리네 일상에 무슨 특별한 일이 날마다 생기겠는가? 삶이 본래 유치하고 뻔한 과정인 것을.  


서점이 배경인 줄 알았는데 서점보다는 바가 중심이다. 서점 주인이기도 한 사장이 손님들에게 만들어주는 칵테일이 글자로 된 설명만으로도 무척 맛있게 보인다. 요즘도 칵테일을 파는 곳이 있나? 전혀 모르니 더 궁금해진다. 


4편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알게 되는데 서점 주인과의 계약 덕분에 다스쿠도 제법 일머리를 파악하고 처리할 줄 알게 되었다. 소설이 더 이어질 것처럼 보였는데... 잡화점 에피소드도 있던데, 내게 와 닿는 대로 읽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마음의 발걸음 - 풍경, 정체성, 기억 사이를 흐르는 아일랜드 여행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행을 하면서, 여행하는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를 꼭 배워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떠도는 중에 배우고 익히고 깨닫는 게 있다면 그 또한 좋을 일이다. 이 여행책은 참 좋다. 작가가 워낙 훌륭한 사람이라 기대를 하며 읽기도 했고, 내 기대를 훨씬 넘어설 만큼 만족스러워서 며칠 품고 있었다. 나는 고작 책 한 권을 읽었으나 몰랐던 세상 하나를 통째로 얻은 느낌? 근사하다.


아일랜드. 코로나 19로 여행이 막히기 전만 해도 언젠가 한번 가 보고 싶다고 찍어 둔 곳이다. 지금은 이 책만으로 충분하다. 내가 간다고 해서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지금의 나를 더 넓게 깊게 하다못해 여유롭게 만들어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괜히 쓸데없는 자랑질만 하나 더 늘어나게 될지도. 그럴 바에는 이 책을 한번 더 보는 게 여러 모로 나을 듯하다. 작가가 나무라고 있는 그릇된 우월감의 실체를 되새기면서.  


글은 무거우나 경쾌하다. 글을 따라 걷는 내 눈의 걸음도 무거운 한편 즐거웠다. 같은 여행을 해도 사람마다 이렇게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이용하는구나. 나는 참 겉만 보고 있었구나, 아니, 어쩌면 겉도 제대로 못 본 채 살아오고 있었구나. 잘못 살았다는 건 아니지만, 무언가 좀 덜 누리며 살아온 듯 내 하찮은 능력에 억울해지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작가만큼의 능력을 갖고 싶은 바람이 있다는 말도 아니다. 이건 좀 많이 벅차다. 이 정도를 다스리고 살자면 큰 인물이 되고 말 텐데 나는 전혀 그럴 만한 그릇이 못되므로. 그냥 좀 더 진실을 잘 파악할 줄 아는 힘, 거짓에 저항하는 힘, 오염된 생각에서 빠져 나올 줄 아는 힘, 좋은 것을 좋은 사람들과 나눌 줄 아는 방법들을 지금보다 조금만 더 얻었으면 싶다. 이 책이 내게 준 생각의 선물이다.


아일랜드는 멀다. 멀고 척박하고 고난의 역사에 시달렸던 땅. 지금은 관광지로 더 알려져 있지만 작가는 관광이라는 말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 보게 해 주었다. 볼거리를 파는 산업, 그 땅에 사는 사람과 그 땅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과의 차이. 무엇보다 냉혹한 자본의 논리. 게다가 아일랜드의 역사, 그리고 영국과의 관계. 작가는 아일랜드 땅의 길을 걸으면서 이 모든 것들을 아주 친절하게 말해 준다. 남의 이야기임에도 읽고 있으면 저절로 분노가 일고 한탄하는 마음이 생긴다. 인간의 본성이라든가 강자의 논리라든가 제국주의의 폐해라든가 마침내 인류가 권력의 명분으로 저지르는 악행이나 어리석은 행동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이야기의 세상이다.   


최근에 본 여행 책으로는 단연 으뜸이다. 다른 책이 떠오르지 않는다. (y에서 옮김20221011)

새도 되고 싶고 나무도 되고 싶다, 떠돌고도 싶고 머물고도 싶다, 뿌리를 내리고도 싶고 날아가고도 싶다, 머물러 있을 때는 어디론가 날아가고만 싶고, 떠돌고 있을 때는 한곳에 뿌리를 내리고만 싶다, 그런 소망이었다. - P79

세상을 좋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우리는 세상의 좋은 것을 맛보면 안 되는 것일까? 혁명가들과 활동가들이 줄곧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 P104

기대 자체가 큰 기쁨이고, 계획은 기대의 기쁨을 누리는 좋은 방법이다. - P155

어딘가로 가고 있을 때는 시간이 버려진다는 느낌보다는 시간이 채워진다는 느낌, 시간의 흐름이 공간의 리듬을 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 P157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그 대상을 나의 내면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머물게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나라는 존재의 일부가 되게 한다는 것이다. - P212

자연 풍광 앞에서 열광하는 취향은 18세기에 영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지금 우리가 관광tourism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취향의 결과물이다. - P232

내가 거슬려하는 것은 그들이 취하는 해법이다. 그들의 해법은 정신의 관광객이 되는 것, 몰랐던 문화, 또는 몰랐던 시대로 불쑥 들어가서 스냅사진을 찍고 기념품을 사듯 남의 의미들, 또는 남의 정체성들을 챙겨오는 것이다.(여기서 관광객이란 말은 비하의 의미로 쓰였다.) 그들을 길러낸 문화의 심각한 해악으로는 신속한 만족을 추구한다는 것, 모종의 세계화를 통해 다른 문화들을 지배한다는 것, 정치를 정신으로부터 격리한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들이 대안을 추구하는 방식 그 자체가 바로 그런 해악들을 체화하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알아차림’은 상당한 ‘못 알아차림’을 체화하고 있다. - P235

남의 가정집에 묵는다는 것은 가장 작은 규모의 식민지를 가장 예의 바른 방식으로 마련하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 P2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