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다리를 건널 때 오늘의 젊은 문학 5
문지혁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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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다른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 풍습이 다른 곳에서 정서가 다른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은 어떤 변화일까?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간접적으로 상상할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 이렇게 소설로 읽게 되면 그지없이 막막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할 텐데, 아, 참 힘들겠다, 힘들겠다, 힘...


8편의 소설, 쉽고 편하게 읽은 작품이 없다. 주어지는 환경 자체가 갈등의 근원이다. 내가 만든 것이 아닌, 나의 밖에서 막무가내로 제공되는 갈등 상황. 이겨서 살아남든지 그렇게 되지 못하든지. 삶이 이토록 무거운 것이었던가, 누군가에게는 그럴 수도 있겠다, 내가 처한 게 아니라서 다행일 뿐이다, 이런 식으로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인가... 속상해지고 화가 나고 억울하고 분하고 절망에까지 이르고. 이 소설집, 참 힘들구나, 사는 일만큼이나.


깔끔한 문장이라는 말을 알겠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말도 알아먹겠다. 작가의 글은 이렇게 깔끔하다. 깔끔해서 내 쪽에서는 도리어 멀어지는 느낌이다. 은근슬쩍 기댈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허투루 넘길 문장이 없다는 말도 된다. 그런데도 슬프고 가슴 먹먹하고 두렵다. 절대로 바라지 않는, 조금이라도 비슷해서는 안 될 세상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아주 냉혹한 얼굴을 한 채로. 세상이 이렇게 무서워져서야. 


현실이 아니어서 나는 허용한다. 여기까지. 다리를 건너 가고 싶지 않다. 못 건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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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10미터 앞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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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라는 말, 이 말 안에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힘이 들어 있다. 어떤 이는 이 진실 때문에 목숨을 걸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이 진실 때문에 살 의지를 얻기도 한다. 마냥 좋아 보이는 진실이지만, 한 겹만 들춰 보면 누구에게나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 때도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진실을 구하기는 해야 하나 감출 때도 있어야 한다는 모순 같은 상황에 놓이면 그만 진실이 두려워지기까지 한다. 


주인공은 다치아라이. 앞서 읽은 이 작가의 책 두 권(안녕 요정, 왕과 서커스)에 나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기막히게도 두 권을 다 읽었음에도 나는 기억을 못한다. 이 리뷰를 쓰고 나면 이 책마저 잊고 말겠지. 그러면 다음에 또 읽으면 되지, 새로운 기분으로, 처음 만나는 것처럼. 잠시 황당했던 마음을 이렇게 달래 놓고. 


일반적으로 기자는 진실을 밝히는 직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어떤 진실을 어떻게 밝혀내느냐에 따라 기자의 자질이나 수준이나 품격을 가늠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 세상이 된 후로는 기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게 되었다. 진실이라고 다 밝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나, 진실을 밝힌답시고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일이 생기는 것이나, 꼭 밝혀야 할 중요한 진실은 모른 척 하고 별로 가치가 없는 정보를 진실이랍시고 굳이 밝혀내는 것이나. 기자라는 것이 세상에 꼭 있어야 하는 직업 중 하나이기는 한데, 맡은 자의 역할에 따라 다른 평가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다치아라이는 퍽 괜찮은 기자로 보인다. 이런 기자가 주변에 있다면 말없이 마구마구 응원해 주고 싶을 것 같다. 조사를 잘 하고, 질문도 잘 하고, 아마 기사도 잘 작성하겠지. 특히 취재원들을 향한,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퍼올리는 것으로 보이는 정성은 다치아라이의 모든 의도를 믿게 해 준다. 어떤 말이라도 다치아라이에게는 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치아라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입히는 기사를 작성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작가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이런 기자를 강렬하게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쓴 것은 아닐까.     


겉으로 드러난 것만 다는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번번이 드러난 것에만 홀려 사태를 판단하고 평가한다. 조금만 더 주의깊게 살펴볼 것, 조금만 더 여유롭게 헤아릴 것, 조금만 더 대를 배려할 것. 오해를 줄이고 갈등을 줄이고 무엇보다 서로의 불행을 줄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좀 오래 기억하고 있어야 할 내용인데...쯔쯧) (y에서 옮김2018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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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살기 9년차 혼자살기 시리즈 2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박솔 & 백혜영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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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자 사는 것은 분명히 둘 이상 사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혼자일 때는 둘을 꿈꾸고 둘이 되어서는 다시 혼자의 시공간을 그리워하곤 한다.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이 철없는(내 생각에) 동경을 어찌하면 좋을지.


앞선 책 <혼자살기 5년차>와 큰 차이는 없다. 작가의 삶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뜻이리라. 좀더 익숙해지고 좀더 능숙해지고 외로움과 쓸쓸함을 누리고 이겨 내는 법도 좀더 세련되어 보일 뿐. 우리네 삶이 벼락 맞은 듯 달라지는 기회를 얻기란 어려운 일일 테니까. 또 그게 늘 좋은 쪽으로일 것이라는 보장도 없을 것이고.


잘 지내고 있어 보인다. 열심히 그림 그리고 먹고 맥주 마시고 슈퍼 다니고 잘 자고. 혼자 사는 것에 약간의 두려움도 느끼고 그러면서 또 편안해 하고. 오래 전 선조들의 삶처럼 인생이 오십에 끝나는 게 아니라 백 세 이상 시대라고 하니 이제는 누구나 혼자만의 삶도 각오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한다. 그 나이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젊어서는 젊어서대로 나이가 들어서는 또 나이가 든 대로 섭섭하지 않고 서럽지 않게 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이미 가족을 이룬 사람이고 가족 안에 살고 있으므로 여전히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 이해한다고는 말할 수 없을 듯하지만, 부분적으로는 공감하고 어떤 면에서는 동경하기도 하고.


혼자 쇼파에 누워 뒹굴거리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도 좋을 나른한 태만. 그래, 그게 부러울 수 있는 것도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꿈꾸는 휴식일 수도 있겠다. 지금의 처지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는 것, 이게 중요하다. (y에서 옮김201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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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보다 : 겨울 2025 소설 보다
박민경.서장원.하가람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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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계절에 한 권씩, 세 편의 소설을 읽고 나면 계절이 바뀐다. 나는 앞으로 몇 권의 책을, 몇 편의 소설을, 몇 차례의 계절을 맞이하게 될까? 오래 건강하게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호의 작품 셋은 대체로 떨떠름했다. 주제도 삭막하거니와 등장인물들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았던 탓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내 마음에 안 드는 경우야 늘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 고스란히 거리감이 느껴지면 답답해진다. 나는 어쩌면 2025년 겨울을 이런 마음으로 보냈던 게 아닌가 한다. 좀처럼 풀어지지 않는 꼬인 관계에서 헤매는 것처럼.


나쁜 마음, 나쁜 의도, 나쁜 계획, 나쁜 시도, 나쁜 실천, 나쁜 모함 따위들은 인간의 본성과 어떻게 이어질까? 내 이익과 이어지면 이어지는 대로, 내 이익과 상관없어도 그냥 기분 내키는 대로, 남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제멋대로 되어 버려라 하는 무책임한 태도에 따라서. 길지 않은 소설 세 편은 나를, 내 바람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인간은 괜찮은 존재가 아닌 모양으로.


봄아, 이제 좀 와 주렴.


<별개의 문제>

나는 별점을 주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5개만 준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안 준다. 이것도 내 방식 중 하나다.


<뱀이 있는 곳>

제목과 소재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러니 읽고 싶은 마음이 안 들 수밖에.


<5월은 창가의 호랑이>

화자를 어린이로 내세우는 글에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다. 이것도 약간의 학대처럼 느껴지는 게 영 마땅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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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날개라 해도 고전부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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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로의 '안 해도 되는 일은 하지 않는다, 해야 하는 일은 간략하게’의 유래를 읽었다. 이 작가의 대표적 작품인 '빙과'의 뜻을 알게 되었을 때만큼이나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 혹은 내가 이 작가의 글과 호타로에 대해 어찌하여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슬프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한 그 어떤 배신감, 인간에게서 느낀 쓰디쓴 무례에 대한 공감을 했다고 해야겠다. 난 그걸 올해 느낀 셈인데, 얼마 전에 깨달은 느낌인데, 나이 오십이 넘어 알게 된 셈인데, 호타로의 취향에 동감을 느꼈던 게 내게도 그런 성향이 숨어 있었던 탓이었을까? 딱하지만, 좀 서글프지만, 어쩔 수 없었던 그런......


책에는 6편의 글이 실려 있다. 고전부 동아리 회원 4명이 겪은 일화를 근사한 이야기로 엮어 놓았다. 하찮게 보일 수 있는 소소한 사건들을 이야기로 꾸며 내는 솜씨는 여전하다. 이게 어떻게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싶은 에피소드가 묵직한 의미를 주는 이야기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 보다 보면, 기억력일까 상상력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나도 이런 초등학생 시절을, 중학생 시절을, 고등학생 시절을 보냈는데, 내 학창 시절은 참 단순하고 밋밋했구나 싶어지면서, 이런 정도의 긴장감을 주는 사건이 없었던 게 좀 섭섭해지기까지 하는 거다. 아니, 있었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못해서 그렇지.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심히 넘기고 마는 일상의 순간들 사이로, 이야기가 되는 순간을 잡아낼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게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그런 능력이 없는 나는 독자로 남아 있는 것이고, 또 이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읽고 있는 것이고. 우리가 먹는 나이보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나이를 늦게 먹고 있어서(창작인지 출판인지 아무튼 이 속도가 늦어지고 있어서) 나이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진다. 언제까지 고전부 이야기를 읽을 수 있게 될 것인가, 궁금하다. (y에서 옮김2017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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