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 해피엔딩
강화길 외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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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선생의 8주기를 기념하면서 오정희의 추천서에 29명의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 작품집이다. 작가의 이름 따라 가나다순으로 글이 실려 있는데 실린 순서대로 읽으려고 강화길의 작품을 읽고 나서는 마음을 바꿨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알고 있는 작가들의 글부터 읽어 보기로. 골라 읽는 재미를 찾듯이. 

 

읽은 순서는 다음과 같다.

강화길(이 작품 이전에 모르고 있었던 작가)

조경란-정세랑-전성태-최수철-한창훈(내가 좋아하는 작가들)

조남주-윤고은-함정임-김숨(이름을 아는 작가들)

그리고 여러분들......

 

다들 박완서라는 거대한 분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서 그런지, 내가 작품마다 박완서 작가를 이어 가며 읽어서 그런지 색다른 기분을 느끼기는 했다. 어느 한 편 소홀하게 넘길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마치 박완서 작가의 새 작품을 읽는 기분이랄까? 좋은 영향력의 힘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선입견일 수도 편견일 수도 온갖 좋지 않는 잣대를 갖다댈 수도 있겠는데, 순서대로 읽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기는 했다. 아무래도 모르는 이름의 작가 작품은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지. 이들 가운데 새로 좋은 인상을 받는 작가를 만나서 내 소설 목록을 넓힐 수 있다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이겠지만 그렇지는 못했다. 뒤로 갈수록 박완서의 작품을 읽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딘가 하는 마음으로 작가의 이름을 또 불러 본다. (y에서 옮김2019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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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마카롱 수수께끼 소시민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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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읽기만 해도 좋다. 그런데 가끔 궁금하다. 작가는 어떤 생각에, 어떤 의도로, 어떤 기대를 품고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꾸며 내 보는 것일까. 작가에게도 취향과 특기가 당연히 있을 테니 즐겨 쓰는 소재나 배경이나 사건의 유형이 또 저마다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새삼스럽지 않기는 한데. 지극히 평범한 배경과 인물들로 독특한 소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어 보여 주는 이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내 궁금증은 답도 못 찾은 채 흥겹게 떠돌곤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과 여학생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이 둘을 주인공으로 삼은 책이 이미 3권 나와 있어서 낯익은 독자에게는 여러 모로 다정하게 다가올 테고 처음 접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요상한 풍경을 던져 주게 될 것 같다. 이를테면 이게 뭐지?, 무슨 이런 일로 추리씩이나?, 이렇게 골똘하게 궁리할 가치가 있는 일인 건가? 등등. 묘한 것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재미있게 읽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신기한 노릇이다.


평범한 생활 안에서 가끔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겪을 때가 있다. 주의깊게 살펴보고 이유나 근거를 찾아내는 이도 있겠지만 나처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넘겨버리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꼭 알아야 할 이유가 없거나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을 것 같은 요상한 상황이라면, 그저 요상하군, 하면서.


이렇게 사소한 듯 보이는 사건들을 온 마음을 다해 추리하고 해결해 보이는 두 주인공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자니 세상을 대하는 남다른 자세를 가진 사람들이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아주 하찮은 의문도 그냥 넘기지 못하겠다는 성격을 지닌 사람이나, 그가 그 사소한 의문을 해결하는 일이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동기나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할 것 같고. 삶이 그렇게 거창하고 화려한 것으로만 번쩍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게 이 작가의 의도인가 싶은 생각까지.


소설에 등장하는 또다른 주인공, 네 가지의 디저트가 관심을 끈다. 마카롱도 치즈케이크도 튀김빵도 슈크림도 하나씩 먹어 보고 싶다. 빵을 먹기만 하는 게 아니고 누군가는 이렇게 상큼한 글로도 만들어내고 있는 세상이다. (y에서 옮김2021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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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 오늘의 젊은 작가 9
정세랑 지음 / 민음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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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시대다나도 아프고 너도 아프고살아 있는 사람도 아프고 이미 떠난 사람도 아프다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전 사람들도 사는 동안 그렇게 느꼈을까살아 있는 것도 힘들고 죽기도 힘들고 살아갈 일은 더 힘들고치료해 주겠다고 위로해 주겠다고 같이 아파하면 좀 나아질 거라고 그래야 한다고 무수한 사람들이 무수한 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좀처럼 와 닿지가 않는다여전히 아프다여전히 속상하고 여전히 억울하고 여전히 화난다누가 어디에서 어떻게 잘못하기 시작한 걸까나는 뭘 그리 잘못하고 살아온 걸까.

 

소설 속 여주인공보건 교사 안은영자신의 삶이 고단하다 하면서도 씩씩하게 운명을 받아들이고 온 힘을 다 쏟는 선생님내가 이 사람처럼 할 수 없다는 자괴감이 들면 대신 이런 사람이 내 주위에 있어 주었으면 하고 바라게 된다내가 나서면 제일 좋겠지만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고 요구하지 않아도 되고 눈치 받지 않아도 되고 왜 못하느냐고 불평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렇게 되는 게 제일 좋은 상황이겠지만우리는 또는 나는 그럴 때 꼭 약해지거나 두려워지거나 소심해지거나 비겁해진다나는 못하겠지만너는 좀 해 달라고 기대하고 요청하게 되는 마음내가 아니라 너에게서.

 

그래서 아프게 된 걸까내 아픔이 될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 외면하려고 했던 대가로자신은 처리하지 않으면서 남들이 처리해 주기를 미룬 대가로나는 편하게 구경하면서 다른 사람이 힘들게 해결하기를 요구한 대가로그래서 우리 모두 아프게 된 걸까소설의 배경은 사립학교이지만소설 속 인물은 학생과 교사들이지만그대로 확대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위 무대가 되는 것을학교 안의 갈등이 곧 사회의 갈등이고 국가의 갈등이고사람 사는 모습이나 관계가 거기서 거기인 것을누군가는 제 욕심 때문에 다른 이를 해치려고 하고누군가는 제 어리석음 때문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게 되고그 안에서도 사랑은 피어나고 가여운 영혼을 구하고자 하는 갸륵한 인물은 살아 있고보건 교사 안은영과 한문 교사 홍인표처럼

 

관심이 많이 생긴 작가이다소설 초반에는 좀 무서웠는데 읽어 나갈수록 마음이 훈훈해졌다세상이 좀 이래야 하지 않을까무섭기는 하지만 서로 손잡으면 훈훈해지는 세상마음의 나쁜 귀신이나 옴 따위는 서로 잡아서 없애 주기도 하면서안은영 교사가 나타나 지금 우리나라 안에 퍼져 있는 이 나쁜 기운을 플라스틱 칼과 비비탄 총으로 물리쳐 주었으면 좋겠다달리 기대할 데가 없다. (y에서 옮김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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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열쇠의 계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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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소설은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가도 끝내 서늘해지고 만다. 하찮게 보이는 말이나 관계 속에 감춰져 있던 비밀이 비밀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그제서야 서서히 번져 나오는 거짓 혹은 악의. 그걸 알아 내지 못한다면 끝까지 알지 못하는 위악의 조각 때문에 상처를 입고 마는 지경에도 이른다. 이유도 없이 아프게 된다는 것, 누군지도 모를 대상을 원망하고 있다는 것, 그러다가 그 뾰족한 흉기가 스스로를 향해 올지도 모르는 결말까지. 

 

고등학교 도서실이 배경이다. 도서위원인 화자와 화자의 친구가 주인공이다. 여섯 편의 글은 고등학생들의 인간 관계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갈등을 다루고 있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좀더 세밀하고 은밀하고 사소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섬뜩한 요소들이 보일 듯 보이지 않게 깔려 있다. 범죄라는 게 어쩌면 이렇게 무심한 상태에서 시작되고 자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설 각각은 독립적이지만 여섯 편은 전체적으로 이어져 있다. 순서대로 읽다 보면 화자인 호리카와와 친구 마쓰쿠라가 점점 친해지는(이걸 친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되지만)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어울리지 않는 듯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돕고 챙겨 나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은 흐뭇하기도 하고 안심도 된다. 부러울 만한 우정의 모습으로. 다만 반전은 늘 있지만.

 

나는 이 작가가 화자를 퍽 매력 있게 그려 내는 솜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번번이 반하는 느낌이다. 이 책의 호리카와도 그랬다. 별로 말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도 않고, 지극히 소심한 것처럼 보이고, 그런데 생각은 깊고, 관찰력도 주의력도 뛰어나고, 눈치도 빠르고, 무엇보다 정의롭다. 이걸 밖으로 내세우거나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않는 점이 더욱 더(나는 이런 사람들에게 많이 질렸다). 현실에서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는 게, 내가 알아보지 못한 탓이 크겠지만, 섭섭하다. (y에서 옮김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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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내연애 이야기 달달북다 2
장진영 지음 / 북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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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출판사에서 기획한 첫 번째 주제(Romance-chick lit)의 두 번째 책이다. 단편소설 한 편으로 된 한 권의 책. 이번 책에서는 책값에 대해 살짝 따지는 마음이 들었다. 12권을 다 모으는 것도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사내연애. 요즘의 젊은 여성들도 오래 전 우리 때마냥 이 말에 호기심이나 충동을 많이 갖고 있는 편일까? 그러하니 이런 제목의 글이 나오기도 하는 것일 테지? 사내연애를 하면 설레기 쉬웠던가? 처음에 숨기고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당사자만 모른 채로 다 아는 연애가 된다는. 연애에 시들한 마음이라 그런가 영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이래서야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읽어 낼 수 없을 것만 같은데.

경쾌하게 진행된다. 연애인지 아닌지, 썸인지 아닌지, 자신의 마음도 상대의 마음도 제대로 모르는 채로 감정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 사랑이라 부르면 사랑이 되고, 아직 사랑까지는 아니라고 하면 또 아닌 것이 되고 마는 그런 이야기. 남의 사랑 이야기는 다 재미있다고 했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니고.

아직 구체적인 갈등 관계로 들어서지 않아서 흥미가 덜 돋았는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상상보다 어떻게 이러고 있나 하는 대목이 사랑 이야기에서는 더 인상적일 수밖에 없는 탓이다.

구성은 신선했다고 생각한다.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부터 사실인지 알고 싶도록 했다는 점, 바로 이게 중요하니까.

chick lit - 젊은 현대 여성을 겨냥한 영미권 장르 소설을 지칭하는 신조어(위키백과에서)

(y에서 옮김2024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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