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27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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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살기 위해 먹고 마시는 사람도 있고, 먹고 마시기 위해 사는 사람도 있다. 극단적인 한쪽 편에 선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체로 한쪽에 가까운 채로 살아갈 텐데. 살기 위해 먹는 쪽에 아주 가까운 나로서는 한때 먹기 위해 산다는 사람들의 마음과 욕망과 해방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먹어야 한다는 것일까, 의아함이 더 컸던 탓. 


지금도 아주 다 알아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먹는 즐거움이라는 게 대략 어떤 것인지 좀 알게 된 듯하다. 혼자 먹는 즐거움도 같이 먹는 즐거움도. 술이라는 것도 같이 떠들썩하게 마시기 위한 조건인 줄로만 알았지 혼자만의 삶에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술주정뱅이나 술을 마시고 저지르는 이들의 나쁜 사고들에 부정적인 감정이 너무 많았던 셈이다.  


혼자 느긋하게 좋아하는 안주와 술을 마시는 기쁨. 얻을 수 있다면 얻는 게 좋겠다. 안주를 직접 마련하는 재미도 그럴 듯하다. 소다츠가 집에서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술 한 잔을 위해 이렇게 정성들여 안주를 만든다고? 그런데 또 따지고 보면 이런 즐거움이나마 자꾸자꾸 얻는 것이 또 삶의 보람이 아닌가 한다. 우리처럼 보통의 사람들에게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소소한 이벤트와 기쁨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방법밖에 없을 테니. 긴 생이든 그렇지 못한 생이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어쨌든 잘 살아 있도록. 


먹고 마시는 대신 나는 계속 읽어 나가겠다. 한 잔 술의 황홀함이든 기막힌 맛을 지닌 안주의 달콤함이든 내게는 이 만화에 실린 에피소드들이 바로 그 맛을 주고 있으니. (t에서 옮김2023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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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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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권한 책인데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부모님의 죽음에 대처하는 태도와 내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태도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이 차이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은 기회였다. 


고독사라는 말 대신에 재택사라는 말을 쓰자고 하는 작가. 수긍이 된다. 병원이나 시설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는 대신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자는 작가의 권고도 받아들이고 싶다. 부모의 죽음을 처리하는 쪽은 내가 확실하겠지만 내 죽음만큼은 내가 처리할 수 없으므로 준비에도 한계가 있다. 내가 살아서 전하는 뜻이 죽음 이후에 이루어지게 될지 나로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든 책을 읽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병원으로 가든지 요양원으로 가든지 집에서 보호를 받든지 분명히 하나 이상은 선택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므로. 피하고 싶다고 해서 무조건 외면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시대, 이제는 죽음까지도 내가 통제하는 범위 안에 들여 놓아야 할 시절이다. 


잘 죽는다는 것이 잘 사는 일과 같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죽음 자체가 크게 두려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두렵다면 사는 일에 미련이 많다는 증거일 수도. 더 잘 살고 싶다거나 더 갖고 싶다거나 더 알려지고 싶다거나 더더더 하는 욕심이 있는 한 죽고 싶지 않을 테니까,  아니 죽을 수 없다 싶을 테니까.


정말 잘 살아야 한다. 사는 동안 잘 살아 있어야 한다. 스스로도 잘 살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잘 하고 가까운 사람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도 적절한 거리를 지켜가면서 잘 지내고. 나쁜 마음은 어쨌든 물리쳐 가면서. 


사람은 결국 혼자 죽는다는 사실, 어디에 있든 죽는 순간에는 혼자일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다는 사실만 인정해도 혼자 죽는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지는 않게 될 것 같다. 고독사가 문제가 아니라 고독하게 사는 동안이 문제라는 말, 오래 또 깊이 남을 것이다. 우리네 정치나 사회망에서도 제대로 대처해야 할 대목이고. (y에서 옮김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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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국수 웅진 우리그림책 63
백유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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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국수라면,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작가님이 아주 내 취향의 국수를 보여 주신다. 먹을 것으로 그림책을 만들어 내다니, 얼마나 예쁜 상상과 감성을 갖고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일까. 재주와 솜씨는 당연한 것이고.


동물 친구 중에 한 친구가 아프다고 한다. 아픈 친구를 위해 다른 친구들이 힘을 모아 만들어 낸 시원한 음식, 여름에 이 책을 봤다면 비슷하게라도 만들어 먹어 볼 뻔했다. 파란 국수 정도 되려나?


그림책을 읽고 동화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여쁘다. 이 어여쁜 아이들을 위해 어여쁜 그림책을 만들어 내는 어른들도 정녕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렇게 서로서로 챙겨 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어여쁘게 키웠을 것인데 어린 시절이 지나가면서 다들 마음은 어찌 삭막해져 가는 것일까. 어린이는 어린이들대로 어린이를 키우던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마치 이런 그림책 한번도 안 본 사람들마냥. 


그림책과 동화책을 놓지 말아야지. 자꾸 보면서 나이 들어가야지. 그림도 글도 소재도 주제도 예쁘기만 한 책들을 자꾸 보다 보면 조금이라도 괜찮은 어른 쪽으로 서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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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6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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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봤으나 계속 사 모으면서 들여다보는 술과 안주 이야기.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알려 주는 안주를 만들어 먹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맛있게도 본다. 무슨 맛인지도 전혀 모르면서.


이번 호는 겨울에서 시작하여 가을로 끝난다. 매번 사계절이, 사계절의 술 마시는 풍경이 실려 있다. 만화를 읽으면서 내가 읽는 시기와 걸맞는 소다츠의 싯구를 챙겨 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이렇게 계속 읽는 것에도 끈기가 필요한데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술을 아주아주 좋아하면 이런 능력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만화를 보는 동안에는 이런 저런 감상의 조각들이 잡혀서 리뷰를 쓸 때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면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앞에 무슨 내용이었던지, 하기야 이런 내용이라면 외울 필요가 없으니 안타까워할 노릇은 아니지만 막상 쓰려고 할 때 아쉽기는 하다. 이번 호에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게 무엇이었던가 다시 들춰 봐야 하니 말이다.


아키타라는 곳에 출장으로 간 내용이 만화와 기행문으로 실려 있다. 오래 연재하는 동안 일본 전역에서 술로 유명한 고장과 술집에 취재하러 간 모양이다. 저마다 찾아가는 곳이 다르고 찾아가는 이유도 갖가지이겠지만 오직 맛있는 술을 마시기 위해 가는 여정도 꽤 멋있어 보인다.    


흑백 만화지만 나는 늘 색이 있는 형태로 보고 있는 기분이다. 이것도 작가의 마법일까? (y에서 옮김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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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집 - 1998 제1회 21세기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청준 지음 / 이수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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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대표하는 수상소설집을 읽으면 여러 모로 이점이 있다. 우선은 그 해의 대표작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출판사에 따라서나 수상하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다소 다른 면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래도 그 해의 사정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놓은 소설모음집에는 틀림없다. 시간을 놓쳐 미처 읽지 못했던 소설이나, 어떤 문학잡지에서 이미 읽었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소설들.

이 책은 이수출판사에서 펴낸 작품집이며 1회 당선자로 이청준의 소설을 뽑았다. 물론 나는 이청준의 소설 때문에 이 책을 구입했다. 그의 소설은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아주 만족했다. 나로서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1회 당선자로 뽑힌 것이 지극히 당연하게도 생각되었다. 아마 내가 그의 맹목적인 독자여서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품은 좋다. 늘 그래왔듯이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며 살아갈 문제들을 깊이 그리고 무게있게 또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읽다보면 이런 글에 내가 왜 이리 빠져들고 있을까 스스로 의심할 정도로. 그리고 곧 빠져든 자신이 행복해진다. 작가를 따라 덩달아 생각하고 고민하고 회의하면서 글 속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이란.

한편 이 책에는 여자 작가들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실려 있다. 1998년에는 여자 작가들이 분발했던 시기였던 모양이다. 김형경, 전경린, 조경란, 공지영, 강규, 최윤. 지금 모두 내노라 하는 작가들이다. 모두들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다. 특별히 조경란의 '사소한 날들의 기록'이 남는다. 아마도 내가 지금 사소한 일에 자주 마음이 쓰이는 상태이기 때문인 것 같다.

방현석의 '겨울미포만'은 가슴아픈 소설이다. 내용이 가슴아프다는 게 아니라, 이 소설의 배경이 그러하다. 현재의 우리에게 노동현장의 소설은 어떤 의미를 주는지, 80년대 초 민주화 과정을 몸으로 겪지 못한 요즘의 젊은이들은 이런 소설을 어떻게 읽어줄 것인지 그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분명히 한 시대를 증거해 줄 글들임에도 조금씩 낯설어지고 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내가 지금 이럼에랴.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인상깊은구절]
한 폭의 좋은 그림 앞에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에게 마음의 자유와 위로를 안겨주는 그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물론 그 표현방법이나 화면의 메시지 등을 망라한 그림의 작품성 때문일 터이다. 현실은 결코 아름답고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그 현실의 아름답지 못하고 자유스럽지 못함을 그의 작품으로 아프게 앓아낸 작가의 예술정신, 그 아름다움과 자유를 얻기까지 그 현실과 우리 삶에 바쳐진 사랑과 피땀어린 작품과정 때문일 것이다. 바꿔 말해 그것은 어느 종교의 성인이 "중생이 앓으니 나도 앓는다. 모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마지막으로 나도 나으리라."고 한 법어 속에 우리가 사랑 가득한 위로와 자유를 느낄 수 있음과 같이, 우리 현실과 삶의 아픔을 그 작가가 앞서서 혹은 대신해 앓아준 때문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것이 작가가 작품으로 감당해가야 할 값지고 큰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상소감에서-  (y에서 옮김200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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