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인생 한입 26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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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히 봤으나 계속 사 모으면서 들여다보는 술과 안주 이야기.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알려 주는 안주를 만들어 먹는 것도 아니면서 나는 맛있게도 본다. 무슨 맛인지도 전혀 모르면서.


이번 호는 겨울에서 시작하여 가을로 끝난다. 매번 사계절이, 사계절의 술 마시는 풍경이 실려 있다. 만화를 읽으면서 내가 읽는 시기와 걸맞는 소다츠의 싯구를 챙겨 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이렇게 계속 읽는 것에도 끈기가 필요한데 계속 그림을 그리고 있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술을 아주아주 좋아하면 이런 능력이 생기게 되는 것일까. 


만화를 보는 동안에는 이런 저런 감상의 조각들이 잡혀서 리뷰를 쓸 때 이용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다음 에피소드로 넘어가면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앞에 무슨 내용이었던지, 하기야 이런 내용이라면 외울 필요가 없으니 안타까워할 노릇은 아니지만 막상 쓰려고 할 때 아쉽기는 하다. 이번 호에서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게 무엇이었던가 다시 들춰 봐야 하니 말이다.


아키타라는 곳에 출장으로 간 내용이 만화와 기행문으로 실려 있다. 오래 연재하는 동안 일본 전역에서 술로 유명한 고장과 술집에 취재하러 간 모양이다. 저마다 찾아가는 곳이 다르고 찾아가는 이유도 갖가지이겠지만 오직 맛있는 술을 마시기 위해 가는 여정도 꽤 멋있어 보인다.    


흑백 만화지만 나는 늘 색이 있는 형태로 보고 있는 기분이다. 이것도 작가의 마법일까? (y에서 옮김2023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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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집 - 1998 제1회 21세기문학상 수상작품집
이청준 지음 / 이수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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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해를 대표하는 수상소설집을 읽으면 여러 모로 이점이 있다. 우선은 그 해의 대표작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출판사에 따라서나 수상하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다소 다른 면도 있을 수는 있겠으나 그래도 그 해의 사정을 문학적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선별하여 놓은 소설모음집에는 틀림없다. 시간을 놓쳐 미처 읽지 못했던 소설이나, 어떤 문학잡지에서 이미 읽었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소설들.

이 책은 이수출판사에서 펴낸 작품집이며 1회 당선자로 이청준의 소설을 뽑았다. 물론 나는 이청준의 소설 때문에 이 책을 구입했다. 그의 소설은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아주 만족했다. 나로서는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가 1회 당선자로 뽑힌 것이 지극히 당연하게도 생각되었다. 아마 내가 그의 맹목적인 독자여서 그랬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작품은 좋다. 늘 그래왔듯이 보통 사람이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여기며 살아갈 문제들을 깊이 그리고 무게있게 또한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읽다보면 이런 글에 내가 왜 이리 빠져들고 있을까 스스로 의심할 정도로. 그리고 곧 빠져든 자신이 행복해진다. 작가를 따라 덩달아 생각하고 고민하고 회의하면서 글 속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이란.

한편 이 책에는 여자 작가들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실려 있다. 1998년에는 여자 작가들이 분발했던 시기였던 모양이다. 김형경, 전경린, 조경란, 공지영, 강규, 최윤. 지금 모두 내노라 하는 작가들이다. 모두들 재미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다. 특별히 조경란의 '사소한 날들의 기록'이 남는다. 아마도 내가 지금 사소한 일에 자주 마음이 쓰이는 상태이기 때문인 것 같다.

방현석의 '겨울미포만'은 가슴아픈 소설이다. 내용이 가슴아프다는 게 아니라, 이 소설의 배경이 그러하다. 현재의 우리에게 노동현장의 소설은 어떤 의미를 주는지, 80년대 초 민주화 과정을 몸으로 겪지 못한 요즘의 젊은이들은 이런 소설을 어떻게 읽어줄 것인지 그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분명히 한 시대를 증거해 줄 글들임에도 조금씩 낯설어지고 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내가 지금 이럼에랴. 그래서 가슴이 아프다.

[인상깊은구절]
한 폭의 좋은 그림 앞에 우리가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우리에게 마음의 자유와 위로를 안겨주는 그 아름다움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물론 그 표현방법이나 화면의 메시지 등을 망라한 그림의 작품성 때문일 터이다. 현실은 결코 아름답고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그 현실의 아름답지 못하고 자유스럽지 못함을 그의 작품으로 아프게 앓아낸 작가의 예술정신, 그 아름다움과 자유를 얻기까지 그 현실과 우리 삶에 바쳐진 사랑과 피땀어린 작품과정 때문일 것이다. 바꿔 말해 그것은 어느 종교의 성인이 "중생이 앓으니 나도 앓는다. 모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마지막으로 나도 나으리라."고 한 법어 속에 우리가 사랑 가득한 위로와 자유를 느낄 수 있음과 같이, 우리 현실과 삶의 아픔을 그 작가가 앞서서 혹은 대신해 앓아준 때문이라 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것이 작가가 작품으로 감당해가야 할 값지고 큰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상소감에서-  (y에서 옮김2001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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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5
라즈웰 호소키 지음, 문기업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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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읽으면서 늘 느끼는 궁금증. 주인공 소다츠는 집에서 안주를 직접 만들어 먹는다. 만화니까 만드는 장면이 바로바로 이어져 보이지만 실제로 만들어 술안주로 먹는다고 짐작을 해 보면 어지간한 정성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특히 한 가지 재료로 여러 종류의 안주를 만든다고 할 때, 가능한가 싶기까지 한데 이 또한 내가 술꾼이 못되니 함부로 짐작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근본적으로 소다츠가 마시는 술의 양 자체가 어마어마하기도 하고. 


이번 호에서는 '템페'라는 음식 이름을 익혔다는 게 성과.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이라는데 콩과 효모로 만든 발효식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배달식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안주로서가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사 먹어 볼까 궁리 중이다. 만화를 보면서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는 식품을 좀처럼 만나지 못했는데 신기한 노릇이다.


어려서는 날씨 탓으로 뭔가를 한다거나 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최근에는 날씨에 탓을 하는 일이 종종 생긴다. 날씨가 좋아서, 날씨가 궂어서, 날씨가 심심해서, 날씨가 오락가락해서,... 나이가 들면 핑계가 늘어나는 것인가. 술 한 잔 값으로 만화 한 권을 보는 것, 아직은 괜찮고 상쾌하다.  (y에서 옮김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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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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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내 취향을 더듬어보는 일,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세상의 모든 소설을 할 수만 있다면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소설을 읽는 즐거움보다 더 컸던 시절도 있었다. 일을 그만둔 뒤로는 좋아하는 소설가의 글만 읽겠다고, 그렇지만 새로 나오는 소설가들의 작품은 꾸준히 찾아 읽겠노라고, 그래야 또 좋아하는 소설가를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이런 어수선한 태도로 읽고는 있는데. 그리고 이 작품을 탐색을 하는 과정에서 만났다.  


책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꽤나 화려하다. 이 정도의 권유라면 읽기 전 마음이 설렐 수밖에 없다. 나에게로 와서 머물러 주기를, 기대하면서 바라면서 읽어 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부터 취향이라는 말을 자꾸 떠올리는 나를 본다. 이건 별로 반갑지 않은 조짐이다. 내 읽기가 왜 앞서 읽은 이들과 다른 건가 하는 문제까지 풀어야 한다는 것이니까. 어디서 어떻게 다른가, 어디가 어떻게 걸리는가, 내 취향은 어떤 성질로 인하여 이 작품에 온전히 닿지 못하는가.  


이기동이라는 인물의 일대기, 그리고 존 케이지가 4분 33초 동안 무음으로 연주했다는 사건, 둘의 교차 서술, 작가의 의도, 작가의 희망,...... 어떤 것에도 확 빠져들지는 않았다. 그렇구나, 그랬구나, 어렵고 힘들고 그럼에도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세상의 누구나 이렇게 안간힘을 쓰면서 버티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는 있겠는데, 난 좀더 특별한 게 있었으면 싶어 아쉬웠던 것이다. 이대로 끝이라고? 나도 모를 답을 작가에게 기대한다는 게 퍽 터무니없는 소리란 걸 알지만, 알면서도 섭섭한 느낌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음악의 문제일 수도. 내가 음악을 전혀 모른다는 것, 존 케이지의 연주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는 것, 그래서 글의 절반을 날려 버린 셈일 수도 있다는 것,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도 이런 경우에 해당되겠지. 그래도, 그래도, 끝내 투정처럼 부려보고 싶은 말, 어차피 상상이라면 존 케이지의 에피소드들이 존 케이지를 전혀 모르는 이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 만큼 매력을 보였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아마도 여기가 경계였겠지. 이 소설을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독자와 나처럼 거리감을 느끼고 마는 독자 사이에 놓이는. 그러니 이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일 테고.  (y에서 옮김20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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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잔 인생 한입 24
라즈웰 호소키 지음, 박춘상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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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의 서문 첫문장으로 작가가 쓴 말이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난 안다, 이 기분. 사람마다 이 기분에 걸맞는 주량이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 마시기만 하면 다들 세상 좋은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 텐데, 이 기분이 더해질까 하여 자꾸 더 마시다가 나쁜 일이 생기곤 하는 게 아닐지. 좋은 것도 자꾸 더 많이 하다 보면 안 좋아지기도 한다는 게 이 경우에도 딱 들어맞게 되는 것처럼. 


특별한 내용이 특별하게 실려 있지는 않다. 어쩌면 앞에서 본 내용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실려 있기도 할 텐데, 나는 비교할 마음이 없고, 기억력이 나쁜 탓에 계속 보아도 계속 새 술을 마시는 것 마냥 약간의 새로움으로 유쾌하게 보고 있고. 입으로는 못 먹고 못 마시는 것들을 눈으로 기분으로 충분히 즐기고 있으니 퍽 만족스럽다. 만화책값이 주는 이득이 몹시 커서 자꾸자꾸 사 모은다. 흐뭇하다. 


데운 사케, 이제는 궁금하기는 하다. 어떤 맛인지. 


또 하나, 중국 쪽으로(대만, 홍콩 포함) 여행을 가게 된다면 중화한자메뉴에 나오는 글자를 미리 익혀 둘 필요가 있다는 정보. 이 다음 언제가 여행에 앞서 이번 호에 이 정보가 있다는 것을 내가 기억해 낼까 모르겠다.  (y에서 옮김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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