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봄 2019 소설 보다
김수온.백수린.장희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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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미 여름이 와 버린 것 같은데 이제야 봄을 읽는다. 세 편이다.

 

김수온 작가의 글은 내가 좋아하는 소설의 형태는 아니다. 소설 속 풍경 묘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글 전체가 묘사처럼 보이는 서술은 잘 읽히지 않았다. 심심했고 단조로웠고 싱거웠다. 소설이라면 그래도 긴장의 맛이 있어야 하지 않나, 이게 내가 소설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요건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이 글의 긴장미를 찾아 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백수린 작가의 글은 내용이 익숙하다. 요즘 들어 더 자주 보는 내용인 것 같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방황, 내 집을 갖고 싶은 젊은 부부의 바람.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이다 보니 여전히 절실하기는 한데 거듭 보다 보면 따분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장희원 작가의 글도 낯선 게 아니다. 작품 속 갈등을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의 갈등이라고 크게 가를 수도 있고, 아버지와 아들의 내밀한 갈등이라고 섬세하고 가를 수도 있겠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가족이라는 범위를 넓혀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기성 세대는 여전히 변화의 속도가 느리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답답하게 굴다가는 더 크게 혼이 날 것 같아 걱정인데 나만의 조바심이었으면 좋겠다.  

 

여름호는 곧 나오겠지? (y에서 옮김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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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마라톤 Run Run 런런! - 뛰고 먹고 마시고 즐기고
다카기 나오코 글.그림,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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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하는 것을 골라서 하는 작가다.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니까 본인이 고생하는 이야기는 빼고 보기에만 좋아 보인다. 좋아하는 그림 그리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 먹으러 다니고, 먹고 또 그리고, 그린 것을 책으로 펴서 그 책이 팔리는 곳에 또 다니고. 얼마나 맛있게 잘 먹고 그림도 맛있어 보이게 잘 그리는지. 하루에 우동 8그릇을 찾아가서 먹었다는 작가의 경험은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 ㅎㅎ

 

그리고 마라톤. 걷는 것도 아닌 뛰는 것. 나는 걷는 것만으로도 2시간이면 한계인데 마라톤 풀 코스를 뛴다. 자신의 최고 기록인 4시간 17분 대를 돌파하기 위해. 작가의 조국인 일본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만 참가하는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신청하고는 참가한다. 출발 전부터 마칠 때까지의 과정은 고스란히 그림과 사진으로 남겨 책을 만들고. 그걸 읽어 보는 나는 이렇게 또 흥미를 느끼고. 정말 나도 작가처럼 뛰어 보고 싶을 정도이다. 마라톤 후에 오는 근육통마저 따라 느껴 보고 싶을 만큼.

 

예쁜 마음으로 도전하고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일에 더 도전하려고 할지, 이미 잘 하고 있는 일은 어떻게 더 잘 하게 될지 그녀의 그림으로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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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SF #1
정소연 외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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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이 어떤 것을 이르는지 막연하게 알고 있던 바를 확실하게 하기 위해 구한 책이다. 이 책이 나올 만큼의 배경이 되었다는 것도 우리 독서 세계로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할 것 같은데 문학에서는 어떻게 말할지 잘 모르겠다. SF를 문학 안에 넣어 주느냐 마느냐로 문학 전문인들이 망설이고 있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아서다. 이런 분류나 포함 방식에 대한 결정은 내 몫이 아니니, 나는 독자로서만 즐기려고 한다. 내게는 이미 기꺼이 내 문학 독서 안에 들어와 있노라고.  

 

편집에 참여한 사람들이나 글을 실은 작가들이 탄탄해 보인다. 알고 있던 이름도 있고 이 책으로 알아가는 이름도 생겼다. 문학 잡지의 장점이다. SF소설을 쓴다는 작가들이 SF소설의 영역이나 영향력을 키우고 싶어 하는 바람을 충분히 알겠다. 더 크고 넓게 본다면 소설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더 많이 읽히기를 바라는 마음과도 같은 것이니까. 소설이 현실을 넘어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것과 마찬가지로 SF소설 역시 지금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을 그려 보이면서도 지금의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바람에서 나오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한다.

 

실려 있는 글들이 모두 재미있다거나 유익했다고는 못하겠다. 잡지라는 게 어느 정도 독자의 취향에 따른 선택을 받게 마련이니 어쩔 수 없겠다. 소설보다 소설이 아닌 기사들에서 좋은 말들을 많이 들었고 정작 소설 작품들에서는 좀 질리는 기분을 느꼈다. 상상을 할 수 있는 혹은 하고 싶은 범위를 넘어 서는 장면에 자꾸 부딪히면서 멀미가 나는 듯했다. 작가들마다 작품에 힘을 많이 넣었다고나 할까. 한 편도 빠짐없이 다 그러하니 편하게 숨쉴 틈이 없었던 탓이다. 아직은 내가 SF소설을 읽는 역량이 확연하게 낮아서 그러하겠지만.

 

있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일이나 없는 현실을 현실처럼 그리는 일이나 작가들의 사명은 한편으로 참 고달픈 면이 있겠구나 싶다. 물론 그게 또 그들의 보람이고 기쁨이겠지만 독자인 나로서는 왔다갔하는 기분이 들 때도 생긴다. 아름다운 글을 수월하게 써 주시기를 부탁드려야겠다.(y에서 옮김2020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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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2021 16호 - Vol 16 : 에너지, 기로에 선 인류 뉴필로소퍼 NewPhilosopher 16
뉴필로소퍼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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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좋은 책이 내내 좋은 책이 되기 쉽지 않은데 이 잡지는 읽을수록 더 좋아진다. 책도 좋아지고 책을 읽는 나도 근사해지고, 이런 방식의 도돌이표 안에서는 벗어나고 싶지 않다. 가끔 실천의 문제에 부딪히면 뜨끔거리기는 하지만.


이번 호의 주제어는 '에너지'다. 에너지라는 말에 '환경을 지키자' 혹은 '지구를 지키자' 이런 내용으로 펼쳐질 줄 알았는데 나의 이런 하찮은 기대를 나무라기라도 하는 듯 가볍게 넘어서는 내용들로 그득했다. 에너지를 다루는 데에 과학뿐 아니라 철학적 사고가 더 큰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아니다, 예전의 철학자들은 과학을 한데 포함시켜 탐구했던 것을 내가 잊고 하는 말이다-과학도 철학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 주려는 학문이므로 에너지도 이런 차원에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을 친절하고 다정하게 들려준다. 미처 못 알아듣는 내용이나 용어가 있었지만 전체의 글 흐름이나 작가의 의도를 알아내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는 것도 이 잡지의 좋은 점이다. 


세상이 살기 어렵고 이대로는 꼭 망할 것처럼 여겨져도 세상은 이대로 이어져 나갈 것이라는 것을 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이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말 것이라는 예상을 접할 때면 내가 누리며 살고 있는 여러 사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잠깐 갖기는 하지만 금방 나 하나쯤이야 하면서 외면한다. 이 책에는 나처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꽤 나온다. 에너지든 환경 보호든 정치든 도덕이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폭이 그다지 차이나지는 않는 모양이다. 이기적이며 계산적이며 위선적인 모습의 일부를 본능처럼 욕망처럼 품고 사는 사람들로서는. 


책 속에서 전문가들이 말하는 전망에 살짝 안심이 되다가도 곧 각성한다. 내 의식을 고인 물로 내버려두지 않는 글들이라 고맙다. 잡지를 추천받고자 하는 이들에게 널리널리 알려드리고 싶다. 


책 뒤쪽 부분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3쪽에 걸쳐 실려 있다. 다른 글들과 달리 무슨 말인지 내 수준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지만 펼쳐 놓고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했다. 바탕색까지 삼색으로 인쇄해 놓고. 이게 그 유명한 E=mc²에 대한 글이란 말이지? 이 이론에서 말하는 에너지가 내가 알고 있는 에너지와는 전혀 연결이 안 되고 있었어도. (y에서 옮김20211214)

그러니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인 것이다. - P31

사람들은 탄소 발자국을 크게 남기지 않고도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고유의 시가 있었고 친구와 주고받는 편지가 있었으며 전통 악기와 훌륭한 음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 P47

포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이게 옳은 표현인지, 민주주의자가 써도 되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귀족제를 믿는다. 내가 말하는 귀족제란 높은 지위와 영향력을 가진 특권층의 지배를 의미하지 않는다. 남들보다 섬세하고 사려 깊으며 용기 있는 자들의 지배를 의미한다. 이들은 국가와 계급, 나이를 불문하고 존재하며, 서로 만나는 순간 은밀하게 서로를 이해한다. 이들은 인류의 진정한 전통을 체현하며, 잔인하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별난 종족이 거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성공의 징표다. 숱하게 많은 이들이 이름도 없이 스러져 갔지만 그중 몇몇은 위대한 존재로 남았다. 이들은 자기 자신과 남들을 섬세하게 보살피며, 사려 깊으나 호들갑스럽지 않다. 이들이 용기 있는 것은 거만해서가 아니라 견디는 힘을 지녀서다. 또 이들은 농담을 받아들일 줄 안다." - P66

시인 오드리 로드도 "시는 사치품이 아니다. 시는 우리의 존재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품이다. 시는 우리의 생존과 변화를 향한 꿈과 희망을 분명히 비추는 빛의 본질을 형성한다"라고 주장했다. 노래를 부르든, 말을 하든, 글을 쓰든, 언어는 결코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우리 몸이 회복하고 생존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 배럿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듯이 "우리의 신경계에 가장 좋은 것은 또 다른 인간이다. 사람들이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닌 채 서로를 대할 때 진정한 생물학적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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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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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궁금했다

SF 소설의 초반은 궁금해야 한다. 내 생각이다. 내용이든 사건이든 작가의 의도든 하다못해 새롭게 보이는 낱말 뜻에 이르기까지 무언가가 궁금해서 알고 싶어지는 게 하나씩 늘어나야 하는데 이게 또 비슷한 속도로 하나씩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 읽고 싶어진다. 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시시해지거나 따분해진다. 채 읽지 않았는데 다 알아 버렸다 싶어도 안 되고 읽을수록 더 모르겠는 걸 싶어도 곤란한, 그래서 읽기를 그만두게 되고 마니까. 


적절한 분량과 속도로 궁금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도 궁금했고 이들이 장차 하려는 일들이 무슨 일인지도 궁금했다. 막연하게나마 인물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 퍽 고달프고 힘들어 보였는데 이 상황을 좀 더 낫게 바꾸려고 한다는 의지만큼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어떤 쪽으로 향하는 것인지 서서히 알아 나가는 게 소설의 방향일 것이고.      


2부 - 조마조마했다

1부 마지막에서 주요 인물인 태린의 행동이 소설의 분위기를 아주 큰 위기로 몰아넣었다. 2부에서는 태린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 행동 때문에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태린을 얼마나 큰 위험 속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결과는 모른 채 사건의 진행만 이어지고 있는 상황, 내가 참 견디기 힘들어 하는 대목이다. 소설을 읽다가 이런 조마조마한 상황을 못 참으면 나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먼저 확인해 버린다. 결말을 알고서 과정을 읽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편하고 싶어서, 편한 마음으로 읽고 싶어서. 


마일라와 네샤트와 함께 위험한 탐사 업무를 수행하러 떠나는 태린.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 각자 또 서로서로 어떻게 대응해 가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는 마주하기 힘든, 오로지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 낸 가상 세계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한 문장 한 문장씩 읽는 동안 내내 두근거렸다. 조마조마했다. 주인공인 태린이가 죽지는 않겠지, 아니다, SF에서는 죽을 수도 있겠다, 아니다, SF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죽음과는 다른 차원이 나타나곤 했으니 태린이가 죽었다가 살아났다가도 할 수 있겠지, 도대체 태린이가 업무를 처리하러 나선 이 지상은 어떤 세상이란 말인가. 범람체라니, 미생물이라니, 의식이 흐르는 세상이라니.     


연구일지 - 놀라웠다

태린이가 왜, 어떻게 파견자가 되어야 했는지를 알 수 있는 계기와 과정이 담겨 있는 부분이다. 과학자들의 연구라는 게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 보고 싶지는 않지만(찾아내는 답이 대체로 내 마음에 들지 않은 탓에) 이 글을 통해서도 이럭저럭 그들의 노고를 헤아릴 수는 있다. 누군가는 연구를 해야 할 테니까. 사람을, 생명을 살리는 연구이든 그렇지 못한 연구이든.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한 연구가 아주 명확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3부 - 신비했다

사람의 생각 또는 의식이라는 것. 개인이 스스로의 의식 세계에 대해 알고 느끼고 있는 범위와 한계를 짚어 본다.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내 생각과 네 생각. 내가 읽는 내 안의 생각과 내가 읽었다고 여기는 네 안의 생각들. 입장을 바꿔 보기도 하면서. SF 소설이나 SF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의 머릿속 생각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이 잘도 등장하던데. 이게 상상 밖에서 가능한 일인지. 작가는 참으로 세심하고 아름답게도 상상해 놓았다. 이렇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길 정도로. 


그리고 이 모든 길에 사랑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 내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절대적으로 그리워하는 마음, 그와 같이 하고 싶다는 마음, 살아서든 죽어서든 서로의 영혼이 닿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마음. 상상으로 세상을 확대시키는 재주와 능력은 사랑하는 힘마저도 제대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겠다. (y에서 옮김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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