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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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메리의 뜻을 알게 되었다. 책의 제목에 이 말이 쓰인 이유도 알겠고. 그럴 만하다. 태양이 식어가고 있다면, 그래서 지구에 빙하기가 갑자기 찾아온다면 헤일메리를 내뱉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하다. 나같은 보통 사람이야 그냥 흐르는 대로 맡기고 말겠지만. 과학자들은, 정치가들은, 기업가들은, 돈 많은 부자들은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면 뭐라도 할 사람들이니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서기는 하겠지. 그래서 구해지는가 어쩐가는 모르겠고.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몇 날 며칠을 과학자인 화자와 함께 우주선 안에서 보낸 듯하다. 꽤 피곤하다. 못할 일이다, 우주여행은. 너무 불편하고 너무 힘들고 너무... 대책이 없다. 책만 읽어도 이러한데, 이 내용으로 영화도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아, 영화를 보게 된다면 나는 또 얼마나 떨까? 기대된다, 봐야지.

이 작가가 썼다는 마션도 책은 안 읽었고 영화만 보았다. 맷 데이먼의 연기도 배경도 아주아주 훌륭하여 그 영화를 볼 때도 내가 화성에 같이 있는 것만 같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같은 마음이었다. 배경만 달라졌을 뿐 상황은 비슷한, 비슷하면서도 더 절실하고 더 힘겨운, 그럼에도 끝까지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에게 매달리면서.

우주는 넓고 우주에 우리만 있는 건 아닐 것이라는 상상은 이제 익숙하다.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는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물음을 오로지 과학적 상상력으로 펼쳐 보이는 소설이다. 나는 대부분의 과학적 장치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서 읽었다. 그럼에도 전혀 답답하지 않았고 아주 깊이 설득되었다. 이게 더 놀랍다. 내가 믿고 있다는 게. 저 먼 별들 어느 곳에 우리와 조금 닯고 많이 다른 누군가가 우리처럼 생을 이어가고 있을 것 같다고.

이름을 짓는 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이 이름 짓기인 듯하다. 너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시인이 의미 있는 노래를 했던 데에는 깊은 성찰이 있었던 것, 나는 소설을 읽고 시를 읽는 일에도 아주아주 멀었다. 멀어도 괜찮다,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니.

로키를 보고 싶다. 영화 속 로키는 어떤 모습일까? 로키로 인해 엔지니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도 맥가이버가 멋있기는 했지. (y에서 옮김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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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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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게 참 묘한 감정이다. 내 처지에 만족하여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내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내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순간조차 남의 행복에서 위로를 얻기도 한다. 도대체 행복이라는 게 무엇이기에 이렇게 사람들이 매달리는 듯 보일까. 갖고 싶다고 쉽게 가질 수 없는 듯하다가 애써 가지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행복한 감정의 한가운데에 머물러 있기도 있고. 아무튼 좋은 것임에는 분명한데.

책은 우리나라 작가가 쓴 것이다. 칼 라르손이라고 하는 스웨덴 화가를 아주아주 좋아해서 그의 삶과 이력과 근거지와 작품들을 몽땅 찾아다니고 자료들을 모아 만든 책이라는 것. 대상자인 칼 라르손이라는 화가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많겠지만 한 사람을(혹은 어떤 대상 하나를) 좋아하면 어떤 경지까지 활동할 수 있게 되는지도 이 작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만하면 일과 놀이와 즐거움을 한데 모아 누릴 수 있다고나 할까. 취재 과정의 수고로움이 단지 수고스럽기만 하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이런 대상을 많이 가질수록 각자의 삶이 좀더 풍요로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칼 라르손, 몰랐던 사람이고 알게 되어 좋다. 이케아의 정신적 모토라고 하는데 위대한 화가는 세계로 향하는 국민 기업의 모델이 될 수도 있음을 실제 사례로 본다.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예술과 인문학을 잘 알고 활용하면 얼마나 큰 힘을 얻을 수 있는가를 보여 주는 사례이기도 하니.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가까이, 내 가족과 함께 하는 데에 있다. 아는데, 알아도, 쉽지 않다. (y에서 옮김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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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한 사람
이승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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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는가 하는 기준을 자신으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나는 나를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얼마나 믿고 있나. 내가 나를 이렇게 이 강도로 이만큼의 질로 여기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나면, 내가 다른 사람을 혹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여겨줄 것인지 견주어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한마디로 '못믿겠다'이다. 그런데 이게 또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아무도 그러라고 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소설 읽는 시간이 길었다. 돌아보니 하루에 한 편 이상 읽기 힘들었다. 참고 두 편 읽은 날은 체한 느낌마저 받았다. 실제로 아프기도 했고. 그게 소설 때문이었는지, 아픈데도 이 책 속 소설을 읽어서 겹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쉽지 않다. 읽고 싶은 글이고 읽어야 할 글이고 읽으면서 좋다 싶은데도 읽는 내내 몸과 마음이 아프다니, 그만둘 생각이 없으니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지. 


모두 8편의 글. 책 제목처럼 등장하는 주인공 어느 한 사람 신중하지 않은 이가 없다. 이제까지 신중한 태도는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책으로 말미암아 신중하기만 한 건 신중하지 못한 것만큼이나 문제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신중하면서 치밀해야 한다고 했으니, 그러고 싶기는 하지만, 사람이 또 불완전하기 그지없어서 신중하면서 치밀하기는 어지간해서는 이를 수 없는 경지로만 보인다. 차라리 어중간하게 신중하고 어중간하게 치밀해서 실수와 실패를 인정하는 게 더 나아 보일 만큼. 


주인공들의 딱한 처지에 이입되어 내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사소한 억울함이나 원망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던 탓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도 누군가에게 가해자로 처신하지 않았을까 하는 데에 생각이 이르렀다. 작가가 공을 들여 묘사하고 있는 인물들의 속사정을 보면 알아챌 수 있었듯이 나도 내 본성을 알고 있고 한편으로 또 모르는 척 하고 있었으니 충분히 그랬을 것 같았다. 내가 누군가로 인해 아프고 힘들었듯이 나로 인해 누군가도 그러했을 텐데, 어쩌면 지금도 그러할 텐데, 마치 나는 세상 누구에게도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고 있다는 듯 자만하고 있으니. 얼마나 더 내 안을 돌아보아야 하는 걸까. 끝이 없는 길이지 싶다.  


띄엄띄엄 그러나 끊임없이 이 작가의 글을 계속 찾아읽겠다. 다만 사서 읽지 않고 빌려 읽는 이유를 말하지 못하겠다. 나 자신을 너무 가까이 만나 알게 되는 두려움 탓이라고 하면 핑계가 될지. 옆에 둘 수가 없어서. (y에서 옮김20211101)

어떻게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은 같은 걸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은 상대가 어떻게 하든 받아들이기로 정해놓은 것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이런 경로를 통해, 저렇게 하면 저런 경로를 통해 같은 걸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어떤 태도를 취할지 궁리할 필요가 없는데도, 그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혹은 알더라도, 어떤 태도를 취할지 궁리하게 되고, 결국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말 어떤 태도를 택하게 된다. - P85

욕심내고 있다는 건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 그러니까 순전히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 P107

진실은 받아들여지기가 어렵다. 사람은 잘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닌 것이다. 다른 사람의 진심을 믿기가 믿지 않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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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
이청준 지음, 김선두 그림 / 현대문학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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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 책이 발간되었을 때 왜 그걸 내가 몰랐을까. 작가가 돌아가신 후에야, 이 책을 읽었다는 게 그저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생각되는 내 마음, 그게 딱 전부다. 


돌과 나무와 강물을 매개로 사람과 그 사람과의 기억을 잔잔하고 깊게 풀어놓은 책. 작가가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낯익은 이름만 보는 것도 벅찬, 거기에다 그들과의 추억과 관계가 부럽다 못해 신기하고 존경스럽기까지 한, 그저 이렇게라도 읽을 수 있어 그지없이 고마운 그들의 에피소드들.


내용은 전혀 낯설지 않았다. 이청준의 작품 어딘가에서 다 보았던 내용들이었다. 그럼에도 또 즐거웠다. 아마도 내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그 조건 하나로 그와 관계되는 모든 일상사가 반갑게 와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내게 이런 작가가 여러 분 있다는 게 참 좋다.) 


이청준의 소설들도 오로지 소설만은 아니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친구와 친지와 이웃들의 도움으로, 소설을 썼다고 한다. 물론 이야기 한 대목 듣는다고 누구나 소설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것만큼은 오로지 작가의 역량이라고 봐야겠는데, 아무튼 소설가라는 사람의 삶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고맙게도 알 수 있는 해주었다.(나에게는 소설가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도 있고.) 


아무려나, 이 작가의 새로운 글을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것, 그것만이 슬플 따름이다. 그리울 때는 예전 작품을 다시 찾아 읽을 수밖에. 내 기억력이 신통하지 못한 것이 이럴 때는 고마울 따름이고. (y에서 옮김2010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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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의 참회 캐드펠 수사 시리즈 20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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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에 이 시리즈의 첫 권인 '유골에 대한 기이한 취향' 리뷰를 올렸다. 그리고 이제 마지막 권에 대한 소감을 쓴다. 딱 4개월이 걸렸다. 모두 21권, 처음부터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고 내내 잘 빌릴 수 있었고 그 중 딱 한 권을 구입했다. 이 한 권이 기념이 되려나 보다. 내 독서 경험으로는 참으로 만족스러운 만남이었다고 쓴다.


먼 나라 먼 시절의 역사와 이야기, 잉글랜드와 내전과 수도원과 수사들의 삶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정보를 얻었다. 곧 잊게 되더라도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과 호의적인 의문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지속되리라. 성당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단 말이지. 십자군은 또 어떻고? 다 캐드펠 수사의 활약 덕분이다. 작가는 멀고 먼 땅에 있는 나 같은 먼 독자를 일깨운다. 우리 모두는 같이 살아가고 있는 지구인 중의 한 사람이라고, 그러니 서로에게 나쁜 사람이 되어 살지는 말자는 듯이.  


캐드펠 수사로 시작하여 캐드펠 수사의 참회로 끝나는 시리즈의 끝편.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래도 순서대로 읽는 것이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책만큼은 제일 마지막에 읽는 게 좋겠다. 앞의 책보다 먼저 읽다가는 자칫 예상치 못한 내용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으니. 반전에 반전이라고 해도 순서대로 마주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캐드펠 수사가 자신의 인생을 통째로 되돌아보면서 교리까지 거스르며 나아가는 태도에 수긍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가 있겠나 싶은데도 캐드펠은 그렇게 한다. 소설이라서? 소설에서라도 그렇게 하는 사람을 만나 보고 싶은 마음을 작가가 알아주는 듯이.


이 시리즈를 읽는 동안 좋았던 점 하나, 잉글랜드의 당시 역사적 상황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어한 나의 내적 욕망을 칭찬한다. 실제 인물과 가상 인물들을 절묘하게 조합해 놓은 작가의 솜씨도 멋졌거니와 그 시대에서 꼭 같이 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하는 내 의식도 근사하기만 했다. 전쟁 중이라 좀 무섭기는 했지만. 소설을 읽다가 역사적 사실을 찾아보는 일을 끝없이 계속 했던 셈이다. 시리즈 마지막인 이 책을 읽으면서는 글로스터의 로버트 백작인 아들 필립 피츠로버트의 생애까지 알아보기도 했고. 소설에서는 아버지와 적이 되고 마는 내전에 진절머리가 나서 십자군이 되어 떠나겠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을까? 멋진 인물이었는데, 그렇게 보내기 싫었는데, 아, 헤어지기 싫은 인물들이 아주 많은 소설이었구나 싶다.


여름 끝자락에서 겨울의 초입까지 캐드펠 수사와 함께 보낸 시간이었다. 이제 다가오는 겨울에는 누구와 함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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