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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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던 작가다. 친구의 권유로 읽어 본 책인데, 이 친구의 권유는 늘 믿을만 하다는 결과를 준다. 그리고 이 작가의 책을 한 권 더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친구들을 만나러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읽었다. 지루하지 않게 좋은 시간을 얻은 셈이다.)


7편의 소설. 각각의 사건보다 표현에 집중하면서 읽었다.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 저절로 집중이 되는 표현의  힘. 한 문장 한 문장에 머물렀다 떠나면서 소설을 벗어나 내 지난 날을 돌아보았다. 좀 아릿하다가 아프다가 쓸쓸해졌다. 사이사이 화도 나고 속터지는 듯한 순간들도 있었는데 그 감정들까지 서서히 품어 안아들이는 스스로를 느끼면서 이미 지나온 이십대를 다시 거쳤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래서 엷어져도 여전히 아프구나.  


소설이 무엇이기에, 고작 지어낸 글일 뿐인데, 소설을 보면서 나는 내 삶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굳이 불러들이는 걸까. 비슷한 사람과 비슷한 일상과 비슷한 사건과 비슷한 상처와 비슷한 분노와 비슷한 암담함까지. 이 소설의 이 주인공은 이렇게 했는데, 나는 그 시절 그렇게 했었지, 나는 아마도 이렇게 하게 되겠지, 이런 과정을 몇 번 되풀이하다 보면, 이렇게 해 주는 소설을 만나게 되면, 잘 읽었구나 싶어지는 거다.   


도덕적 연대감, 세월호와 연관된 온갖 책임의식은 이 시대를 오래 붙잡고 있을 화두로 남을 것이다. 우리 삶은 여기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이어져 있을 것이며, 두고두고 아프게 살아남아 각성시킬 것이다. 어떤 사람은 글로, 어떤 사람은 그림으로, 노래로, 이야기로, 영화로 드라마로, 또 교육으로.


사는 건 쉽고 선명할 수가 없는 일인가 보다. (y에서 옮김201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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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완전판) - 나일 강의 죽음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김남주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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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일 살인 사건이라고 이 소설로 만든 영화가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1981년에 개봉한 것으로 나온다. 고등학교 1학년 때다. 시험을 마치고 학교에서 단체관람으로 본 영화라고 기억한다. 내 기억력으로는 어마어마한 영향을 남긴 영화다. 사건의 개요도 등장인물들의 인상도 범인까지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몇 번씩이나 보는 CSI 드라마 범인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는 완전 다르게) 청소년 시절 너무 강한 자극을 받은 영화였던 것일까? 지금까지도 이렇게 생생한 걸 보면 청소년기 예술 체험의 중요성에 대한 어떤 시사점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 개봉한다고 하는데나의 옛 기억과 비교해 보고 싶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1981년 개봉작품을 지금 굳이 볼 뜻은 없다.) 


소설 배경은 이집트, 나일 강 위의 유람선이다. 영화를 보면서 이집트를 향한 환상을 키웠던 것 같기도 하다. 작가는 배경 묘사도, 인물 간의 관계도, 뻔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주제까지도 참 멋지게 그려 내고 있다. 범죄에 희생당하는 사람이 가엽기는 하지만, 희생을 당하게 되기까지의 아주 작은 몫은 희생자 본인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허황된 욕심이라든가 그릇된 생활태도라든가 인간으로서의 예의를 잃은 사람의 경우처럼 아무 죄없이 희생당하는 것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내 마음에 더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도 어떤 소설에서는 도덕과 교훈을 읽고는 반가움을 느끼기도 하니까.(절대 억지나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우면서 자발적 다짐을 하도록 해 주는 장치로)


신기한 게 탐정 역할을 맡은 푸아르에 대한 기억이 희미하다는 점이다. 배우도 장면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그러니 책을 읽는 동안에도 범인이 누구이며 왜 그랬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밝혀냈는지 끝까지 읽고서야 알 수 있었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좀 미안한 기분이다. 나는 당시 이 영화를 어떻게 본 것일까? 여러 모로 신선한 작품이다.   (y에서 옮김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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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부력 -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승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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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우 작가가 44회 수상자다. 이분, 이름은 알고 있었는데 작품을 읽었다는 기억이 없다. 아니다, 언젠가 읽다가 포기한 기억이 있다. 어려웠던가, 읽기 힘들었던가, 그런 느낌에 내 취향이 아닌가 보다 하고 접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 수상집의 작품으로 다시 도전해 보자, 그때는 못 읽어냈더러도 이름을 알고 있었던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니.

    수상작품 '마음의 부력'은 잘 읽혔다. 신기한 건 기독교의 성경 일화가 소설의 주요 배경 요소로로 쓰이고 있음에도 거부감을 못 느꼈다는 점이다. 이건 내 독서 취향으로서는 드문 현상이다. 작가에 대한 호감도가 미친 영향인 것 같다. 문장과 문장이, 사건과 사건이, 인물과 인물이 빈틈없이 이어져 있다. 이렇게 빼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 좋아한다. 읽는 내 기분이 낭비가 되지 않는 것이니. 엄마와 아들, 형과 동생, 큰아들과 둘째 아들, 남편과 아내, 그래서 가족, 그리고 가족끼리 마음의 빚을 지는 일 등등...... 심하게 울렁거렸으나 메쓰껍지는 않았다.

    이승우 작가의 자선 대표작 '부재증명'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그 자리에 없었음을 증명하는 일이라니. 나는 그곳에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그곳에서 나를 봤다고 하니, 이 노릇을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그게 지독히도 나쁜 인상을 준 상황이라는데. 이 소설은 예상하지 못한 것을 상상하게 하고 겪게 하고 다짐하게 한다. 세상은 가끔 무섭다.

    우수작 5편도 모두 마음에 들었다. 실려 있는 7편의 소설 전부를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읽어 내기 쉽지 않은데 심사위원들도 출판사도 무엇보다 우리의 작가들도 마음고생을 오래 한 게 아닌가 싶다. 독자로서는 좋은 소설을 읽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으니 고마운 마음이다.

    박형서의 '97의 세계'는 무한 루프라는 장치를 쓴 소설이다.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결국 믿을 수밖에 없는데, 믿어야 사는데, 글쎄, 그럴 수 있을까, 무한 루프로 되짚어 보게 한다. 윤성희의 '블랙홀'은 마음이 많이 무거워지는 글이었다. 저마다 남모르게 품고 있을 블랙홀,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겠지만 어느 순간 내놓고 마는 나쁜 본성들. 책장으로 내 블랙홀을 덮어 버리고 싶었다. 장은진의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은 아련하고 애틋했다. 그래, 그런 적도 있었던 거다, 그때 그 시절에는, 그 젊은 날에는. 천운영의 '아버지가 되어주오'는 색다르게 다가왔다. 어쩌면, 아니 확실하게, 내가 보는 것만 맞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겠다. 우리들 서로서로는 얼마나 가깝고 얼마나 멀리 있는 것인지. 내가 보는 거리와 네가 보는 거리는 어찌 그리도 다르기만 한 것인지. 한지수의 '야심한 연극반'은 고달픈 마음으로 읽었다. 특별한 상황을 특별하지 않도록 여기기까지 줄여 없애야 할 편견은 왜 또 이리 자주 일어나는 것인지. 해도해도 끝이 없을 일이다.

    모처럼 만족스러운 기분이다. 이승우의 글을 더 찾아보고 싶어져서 이게 또 좋다. (y에서 옮김20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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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양말 - 양말이 88켤레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아무튼 시리즈 18
    구달 지음 / 제철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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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시리즈 중에 한 권씩 일주일마다 빌려서 보고 있는 중이다. 이번엔 양말, 재미있게 읽었다. 하마터면 나도 인터넷으로 양말을 살 뻔했다. 니트 양말이라는 게 뭔지 찾아봐야 했으니까. 양말이면 양말이지 양말에도 이렇게 다양한 이름과 브랜드가 있었다니. 그래서 덕후라는 말도 생기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시리즈 책이 소재를 달리 하여 계속 나오고 있는 것을 보니 이 또한 삶의 모습 중 한 형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좋아하는 대상 하나에 몰입하는 생활이다. 그 대상이 무엇인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형편마다 취향마다 다를 것이고, 쓰고 누리고 마련하는 것 또한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로서는 그런 게 있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좀더 윤기 있는 삶을 갖는 데에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아직 내게는 마땅한 게 없어서 좀 섭섭하다. 나도 한 가지 갖추고 산다면 정성을 다할 수 있을 텐데. 이 시리즈를 계속 읽다가 하나 정도 내게도 걸렸으면 싶은 바람도 있고.

    작가는 프리랜서로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일정하지 않고 적기도 한 수입에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양말을 향한 사랑을 마음껏 쏟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명품 양말이 20만 원이나 한다는 것을 이 책으로 알게 되었는데 이 대목 역시 요지경인 세상 이야기라 신기했다. 그렇구나,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사람마다 기회비용이 다르다는 것,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덕후라고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삶에 대한 정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니까.

    아무튼 시리즈는 당분간 계속 읽어 보려 한다. (y에서 옮김20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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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젝트 헤일메리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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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일메리의 뜻을 알게 되었다. 책의 제목에 이 말이 쓰인 이유도 알겠고. 그럴 만하다. 태양이 식어가고 있다면, 그래서 지구에 빙하기가 갑자기 찾아온다면 헤일메리를 내뱉지 않을 수가 없을 듯하다. 나같은 보통 사람이야 그냥 흐르는 대로 맡기고 말겠지만. 과학자들은, 정치가들은, 기업가들은, 돈 많은 부자들은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면 뭐라도 할 사람들이니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서기는 하겠지. 그래서 구해지는가 어쩐가는 모르겠고.

    참 재미있게 읽었다. 몇 날 며칠을 과학자인 화자와 함께 우주선 안에서 보낸 듯하다. 꽤 피곤하다. 못할 일이다, 우주여행은. 너무 불편하고 너무 힘들고 너무... 대책이 없다. 책만 읽어도 이러한데, 이 내용으로 영화도 만들어 낸다고 하는데, 아, 영화를 보게 된다면 나는 또 얼마나 떨까? 기대된다, 봐야지.

    이 작가가 썼다는 마션도 책은 안 읽었고 영화만 보았다. 맷 데이먼의 연기도 배경도 아주아주 훌륭하여 그 영화를 볼 때도 내가 화성에 같이 있는 것만 같았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에도 같은 마음이었다. 배경만 달라졌을 뿐 상황은 비슷한, 비슷하면서도 더 절실하고 더 힘겨운, 그럼에도 끝까지 유머와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에게 매달리면서.

    우주는 넓고 우주에 우리만 있는 건 아닐 것이라는 상상은 이제 익숙하다. 그렇다면 우리와 비슷한 누군가는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이 물음을 오로지 과학적 상상력으로 펼쳐 보이는 소설이다. 나는 대부분의 과학적 장치나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면서 읽었다. 그럼에도 전혀 답답하지 않았고 아주 깊이 설득되었다. 이게 더 놀랍다. 내가 믿고 있다는 게. 저 먼 별들 어느 곳에 우리와 조금 닯고 많이 다른 누군가가 우리처럼 생을 이어가고 있을 것 같다고.

    이름을 짓는 일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는데, 세상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이 이름 짓기인 듯하다. 너를 무엇이라고 부를까? 시인이 의미 있는 노래를 했던 데에는 깊은 성찰이 있었던 것, 나는 소설을 읽고 시를 읽는 일에도 아주아주 멀었다. 멀어도 괜찮다, 더 많이 읽을 수 있으면 더 좋을 것이니.

    로키를 보고 싶다. 영화 속 로키는 어떤 모습일까? 로키로 인해 엔지니어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예전에도 맥가이버가 멋있기는 했지. (y에서 옮김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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