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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5월
평점 :
소설을 읽고 있는데, 소설일 뿐인데, 읽는 내 마음이 왜 이리 저리나. 왜 이리 민망하고 애틋하고 서글프고 속절없나. 잘 살아온 것도 잘못 살아온 것도 시절시절 오갔겠지만, 살아 있다는 게 고맙다가도 서럽고 불만이다가도 행복이 이런 게지 싶어 눈흘김을 멈추게 된다. 무엇보다 내가 이 소설을 평온한 상황에서(마음이야 널을 뛰고 있다 해도) 읽고 있는 처지, 이것만으로도 난 불평해서는 안 된다.
이 작가의 글, 조건 없이 읽는다. 읽고 좋아한다. 좋아하면서 나를 돌아본다. 내 삶, 내 가치관, 내 가족과 주변인, 내 처지, 내 미래까지. 이렇게 나를 자꾸 생각하다 보면 나를 있게 해 주는 배경에 대해서도 저절로 따지게 된다. 괜찮은가, 괜찮아야 하는데, 괜찮지 않은 저 무엇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작가는 어떻게 다루고 있나, 우리는 어떤 세상을 바라고 있나......
소설은 7편. 권희철의 해설이 소설 한 편 정도의 분량으로 실려 있다. 해설로 도움을 얻으실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시기를. 나는 대충 보고 넘겼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나 자신과 나눈 대화가 혹 무안해질까 하여. 사는 일에 답은 없고 소설집 제목처럼 각각의 물음과 각각의 계절과 각각의 선택과 각각의 의지만 있을 뿐이니. 어쩌면 포기나 체념까지도, 그조차도 각각의 표정으로.
60살에 가까워지니 세상을 바라보는 내 방식이 점점 뚜렷해진다. 여자 아이에서 젊은 여자로, 다시 아내와 엄마를 거쳐 할머니에 이르는 과정이 필름 영화처럼 돌아간다. 시도때도 없이. 기억하거나 잊어버렸거나 모든 것이 선택이었을 것이다. 순간순간을 살아남기 위하여. 기특했던가? 글쎄, 함부로 자신할 수가 없다. 그런데 하나는 말할 수 있겠다. 다시 돌아가도 역시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것. 내가 이런 사람이라는 것을.
고마운 소설집이었다. 마구마구 권하고 싶다. 지금 뭔지 모를 서러움에 울먹이고 있을 사람들에게. (y에서 옮김2023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