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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살다 (문고본) - 소설을 쓰기까지 먹고 듣고 읽고 느끼고 배우고 경험한 소설가의 모든 것 ㅣ 마음산 문고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19년 2월
평점 :
세상의 어떤 이는 소설을 쓰면서 산다. 이 일 저 일 하면서 소설까지 쓰는 이도 있겠지만 오로지 소설을 쓰는 일만을 대상으로 삼고 사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은 소설을 쓰기 위해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이곳으로 집중시킨다. 먹고 자고 일어나서 소설을 쓰기. 이건 한편으로 행운(작가에게나 독자에게나)이고 다른 한편으로 숙명이며 또 한편으로는 고통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의 작가가 이런 사람이다. 예전에 이웃 나라의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으면서도 해 보았던 생각인데 소설만 품고 사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할까 궁금하다. 힘들겠지만, 힘들 때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행복하고 보람차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가득했으면 좋겠다. 독자로서 내가 바라는 모든 것이다. 작가가 행복한 마음으로 맺은 글을 볼 때라야 읽는 마음도 작가가 전하는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 작가의 글 쓴 과정이 비록 고통스러웠을지라도, 작가로서의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인 고통이라면 그 쓴 맛조차 독자에게는 곱고 가치 있는 경험으로 남을 테니까.
소설가도 아니면서, 소설가가 되려는 것도 아니면서, 소설가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내 삶을 견주고 비춰 보는 일을 한다. 내용은 달라도 방향은 같다고 해야 하나, 모름지기 이렇게 살아야지, 이렇게 사는 것이 맞겠구나, 이렇게 사는 모습이 좋아 보이는구나, 그래서 고마워지는구나, 에 이른다. 책은, 이 산문집은 나를 이렇게 살고 싶게 하고 이렇게 의욕을 갖게 한다.
2008년에 나온 책을 문고판으로 다시 냈다. 자그마한 크기에 도톰한 두께, 작가는 소설을 살고 있다고 하는데 소설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게 아님을, 아니, 하나라도 제대로 사는 이의 삶은 그 자체로 완성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는 책이다. 이런 책이 있어서 다행스러운 시절이다. (y에서 옮김20220429)
‘앓고 있는 사람들’은 왜 앓고 있는가?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각하지 않은 사람은 앓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픔에 대한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내 생각은 그곳으로부터 조금 더 나아갔다.
앓고 있다는 것은 힘이 없다는 것이다. 무력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서, 그 ‘앓고 있는 자’의 무력함에서 참된, 근원적인 힘이 나온다는 것을, …… - P64
책은 온 인류의 정신이 저장된 창고와 같다. 책을 뒤적이고 있으면 무언가 살아나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책들은 잠자고 있던 정신, 무뎌 있던 감각, 흐릿해 있던 열정 같은 것을 깨우고 벼리고 밝힌다. 독서가 무언가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면 책에든 책을 읽는 독자에게든 그 둘 다에게든 문제가 있다. 내가 읽는 책이 내 안의 무엇인가를 불러일으킬 때, 깨우고 벼리고 밝힐 때 나는 살고 싶어진다. 불러일으키는 책은 좋은 책이다. - P73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더 이상 소설책을 읽지 않고, 지식이나 정보를 원하는 사람도 문학판에 머물지 않는다.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소설책보다 더 재미있는 것이 너무나 많고 문학보다 더 유익한 것 또한 넘쳐난다. 남은(남을) 사람은 소설이나 문학에서 오락성과 실용성이 아닌, 그것만의 고유한 가치를 보았거나 보리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주어진 하나의 현실 세계에 만족하지 않거나 만족할 수 없거나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 P90
물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만지거나 그 안으로 들어가면 금방 형체를 무너뜨려버린다. 그것은 물이 간섭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 P94
다른 사람에게 부과된 것에 신경 쓰지 말고 너의 것을 누리고 감당하라. 할 수 없는 것은 하지 말라, 가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을 하라, 이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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