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적인 삶 - 개정판 ㅣ 그르니에 선집 4
장 그르니에 지음, 김용기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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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란 무엇일까. 시절이 수상하다 보니 일상이라는 말에서조차 낯선 느낌이 든다. 어떤 게 일상이었던가, 어떤 모습이 일상의 그림이었던가. 일상이라는 게 누군가에게는 평범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좀처럼 얻기 힘든 것이 될 수도 있어서 함부로 말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더듬어 생각해 본다. 이 책을 보면서, 작가가 펼쳐 놓은 일상과 그에 견주는 나의 일상과 남의 일상들을.


모두 12개의 소제목. 여행, 산책, 포도주, 담배, 비밀, 침묵, 독서, 수면, 고독, 향수, 정오, 자정. 하나씩 타이핑을 하다 보니 내 일상을 12개의 단어로 나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차례로 떠오르는 단어들을 속으로 삼키면서 이렇게 각자의 일상이 조끔씩 다른 모습으로 펼쳐지는 것이겠구나 짐작한다. 누군가에게는 일상,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일, 똑같지 않은 것이고 똑같을 수도 없는 것이고. 


글은 읽기 쉬운 듯 보였으나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광범위하게 인용한 자료들을 챙기며 읽는 것(내 배경지식의 부족 탓)이 수월하지 않았고, 서술하는 방식이 낯설다(외국의 산문에서 종종 느껴지는)는 느낌도 강하게 들었으며, 나로서는 번역된 문장의 형태에도 영향을 크게 받았다. 조금 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바꿀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떠나지 않았으니까.  


여행, 산책, 독서, 수면, 자정에 해당하는 글에서 오래 머물렀다. 여행을 일상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닌가 하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또는 여행 중에서도 일상과 가까운 여행이 있을 것이고 일상을 떠난 여행도 있을 것이니 이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그러다가 산책이 자신이 누리는 일상으로서의 여행과 어떤 경로에서 만나는지 확인해 보는 일도 흥미로울 것이고. 이 책을 통해 내 독서와 수면을 일상의 관점에서 헤아려 본 것도 괜찮았다. 이런 일상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무엇이며 왜 위험한 것인지도.  


그르니에의 산문은 쉽지 않다. 이건 이것대로 또 좋기도 하다. (y에서 옮김202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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