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 자신이 무척 내 마음에 들 때가 있다. 또 어떨 때는 내 자신이 너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도 있다. 나는 두 경우가 결국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에 꼭 들거나, 마음에 전혀 들지 않거나. 그럴 때 내가 찾게 되는 시집이 천양희의 이 시집이다.
자신의 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에 대해 그전보다 더 잘 알 수 있게 될까. 혹은 자신에 대해 진정 알 수 있기는 한 것일까.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고 느끼면서 사는 때가 참 많다. 그러하니 주위 사람들로부터 듣는 내 평이 오히려 더 맞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내가 왜 나인지,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거나 속상하거나 설레일 때 천양희의 이 시집을 읽으면서 난 시인을 몹시 부러워한다.
시를 읽는 일은 시인을 읽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래 전부터다. 시를 통해 시인을 더듬어 보는 일은 나 아닌 한 사람의 삶과 정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러므로 시를 읽으면서 내가 느끼는 부러움이란 곧 시인의 삶과 정신에 대한 부러움이다. 어떻게 이렇게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자신의 모자란 부분과 남는 부분에 대해 어떻게 이렇게 성찰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 자신을 이토록 사랑할 수 있게 되었는지.
한 편 한 편 베껴 쓰기도 한다. 한 줄 한 줄 외워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늘 부족하다. 한 순간 한 순간 그를 따라 살 수는 없는 까닭이리라. 그래서 나는 오늘처럼 내가 내 마음에 드는 날, '오래된 골목'으로 간다. (y에서 옮김20010208)
[인상깊은구절]
세상은 나 없이도 가득 차 있고 흐르는 물은 몇 개 웅덩이를 키우면서 내려갔습니다 아름다운 꽃이 언제 말하며 피겠습니까 다른 사람 나만큼 사랑할 때 나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러나 옛 자리는 그리워해보는 것이지 가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옛 우물 옛 거울 없어진...... 물음표의 모든 것은 바꾸고 싶지 않아도 바뀌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