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을 깨물다 ㅣ 시작시인선 293
이원규 지음 / 천년의시작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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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시들이다. 좀 고달프고 좀 누추하고 좀 서럽기도 한 생의 이야기를 노래로 바꾸어 놓았다. 읽는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서도 정겹다. 모른 척 고개 돌린 채로 살아가고 있는 내 마음이 그러하고, 그럼에도 마음 따뜻하고 넉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가 살고 있는 이 땅에 있어서 또 그러하다. 

 

작가가 남편의 고향 사람이란다. 시에도 경북 방언, 특히 문경의 지방말이 꽤 나온다. 함축적이면서도 재미있는 표현들이 많은데, 이 지방말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썩 반갑고 다정하게 다가올 것 같다. 지방말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글쎄 낯설 것도 같고 어떤 대목은 외국 시 번역문처럼 보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방말에는 뜻만으로는 모자란, 이를테면 뉘앙스라는 걸 품고 있게 마련인데 그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또 커다란 차이를 낳기도 한다. 남편이 평소에 쓰는 말들로 익혀 둔 표현들을 시어로 만나 보니 특별한 멋이 있다. 사투리의 소중한 역할을 새삼 생각하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런 재미들보다 아프다는 느낌을 더 자주 더 많이 느끼게 한다. 아직은 살맛 나는 세상이 못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살아서 저마다 살맛 나는 세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날이 과연 있겠는가 싶기는 한데, 그래도 나날이 심해져만 가는 듯이 보이는 세상을 향한 불평불만의 어느 한 면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좀더 억울한 사람들 편에서, 좀더 고달픈 사람들 편에서, 좀더 말없이 참고 사는 사람들 편에서, 그럼에도 살아 있다는 것에 더 많이 고마워하는 사람들 편에서 내보이는, 길지도 않은 짧은 노래들이 읽는 마음에 걸려 떨린다. 여기 이렇게 살고 있노라고, 외치지 않고 있음에도 생생하게 들리는 노래로 만든 시인의 목소리가.    

 

비유나 상징으로 화려한 치장을 하고 있는 편이 아니어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대신 마냥 아름답고 마냥 순수하기만 한 세상을 보이는 게 아니어서 읽는 마음이 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아픈 사람의 아픔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하는데, 이마저도 내가 비겁한 사람이 되고 마는 형편이라면 변명 없이 받아들이려고 한다. 내 이기심의 그릇을 깨 나가려는 데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 이 시집은 스스로를 들끓게 해 준다. 

 

가을이 오고 있다. 지리산에는 이미 가을이 한창일지도 모르겠다. 시인의 올 가을이 조금은 더 따뜻했으면 좋겠다. (y에서 옮김201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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