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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600
시의 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4월
평점 :
시인은 시를 쓰고 시인이 쓴 시는 자기의 말을 전한다. 시를 자꾸 읽다 보니 시인이 전하는 말과 시가 전하는 말이 구분되어 들리는 듯하다. 증명은 못하겠는데 나는 느낀다. 시인의 말인지 시의 말인지. 틀렸다고 해도 상관없고 착각이라고 해도 괜찮다. 심지어 시인이 주장한다고 해도 나는 끄덕여 줄 테다. 속으로 아니라고 하면 되니까. 시인을 벗어난 시의 말, 근사한 것도 있고 실망스러운 것도 있다.
이 책의 일러두기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 이 책은 문학과지성 시인선 501부터 599까지 총 99편의 시집 뒤표지 글을 묶었다.
시라고 해도 좋을지 어떨지 모르겠는데 이것이야말로 읽는 이의 선택이겠다. 시인이 써 놓은 말인데 시집 속을 벗어난 시로 읽든 시집을 낸 시인의 감흥으로 읽든 이것도 저것도 아닌 덧소리로 읽든. 나는 시인들이 쓴 시가 하는 말로 읽었고. 둘의 차이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거리감? 책임감 회피? 잔소리? 변명? 같은 것들... 그래서 이 말을 듣는 내게 좋은 점은? 시인도 시를 쓰면서 쓸쓸해 하는구나, 표현의 수준은 우리 서로 다를지라도 감정의 결은 다를 바가 없구나, 어쩌면 나도 내내 내 안의 시가 하는 말을 들으면서 살아왔겠구나, 깨닫는 시간이 있더라는 것.
기획을 한 이들의 의도가 참신해 보였다. 이미 나온 글을 다시 모아 책으로 낼 때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했을 텐데. 이 출판사라서 가능했을지도. 이곳에서는 앞으로도 시집들이 계속 나오리라는 것을 믿으니까. 세상이 아무리 메마르고 부서져 나간다 해도.
분명하지 않은 말들 안에서 분명한 망설임을 읽게 되는 시절이다. 어느 한때도 낙원으로 불리지는 않겠지만 조금은 살 만한 시대라고 여기면서 지내고 싶다. 불안해서 참 힘들다. (y에서 옮김20250201)
다시 올 수 없고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나날의 삶을 더욱더 절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하곤 한다. - P15
사막을 횡단하는 고래, 태평양을 건너는 낙타. 젊은 시절에 나를 숨 쉬게 해준 이미지들이 아직도 내 삶 속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다. 짠맛 없는 바다가 없듯이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삶은 없다.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다른 세상은 없다. 좀더 나은 사람을 향하여 갈 뿐이다. 세상은 딱 그만큼 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 - P23
건강한 슬픔은 사람을 괴롭히지 않고 아름답게 한다. 나는 당신에게 그런 슬픔을 안겨주고 싶다. - P50
새들의 농담에도 웃지 않는 신호등
뒷걸음질 치다 밟은 햇빛의 발
페인트칠이 덜 마른 기침
눈 마주칠 때마다 멈춰 서는 시계 - P53
나와 당신이 읽고 쓰는 동안 아주 작은 희망이라도 발견했다면, 이 세계를 흐르는 시간이 한 뼘은 더 넓어졌을 것. - P98
사라지는 일에 하루하루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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