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나 전개 과정은 그다지 신선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나만 혹은 나를 포함한 몇몇만 남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가정해 보는 일. 소설은 이 내용을 담고 있다. SF라는 게 약간 의아하기는 했지만. 이전에 지구에 핵폭발이 있고 난 후 모든 인간이 사라지고 난 다음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때의 장면들이나 '나는 전설이다', '월 E' 같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영화 장면이 소설과 함께 떠오르면서 상상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물리학적인 장치로 13초의 시간 개념을 설정하고는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가정해 보았다가도 이후의 대책이 서지 않아 그만 상상을 중단하고 마는 그런 상황이기는 하다. 이성을 발휘하려고 해도 본능이 앞서는 무서운 상황, 당장 먹어야만 살아 남을 수 있으니, 내가 살아야만 생명을 논할 수 있으니 그 앞에서라면 지금의 선악 개념과 달라지기도 할 테지. 상상 안에서는 생각할 거리가 꽤 담겨 있는 내용이다.
인류의 역사에 대해 길고 긴 통찰력을 가져보게 한다. 어떻게 흘러 왔을까, 어떻게 이어 왔을까, 내게 주어진 사명은 무엇일까, 내가 이 생에서 완수해야 할 몫은 무엇일까, 나는 그걸 알아내고 해낼 수 있을까...... 살짝 긴장하게도 한다.
흥미 위주의 소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한 가지 이상의 생각할 거리를 전해 주니 나로서는 마음에 드는 독서를 한 셈이다. 그러고 보면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서 모르는 거지, 나도 목숨이 왔다 갔다 했던 과거의 어느 순간에 다른 차원에 다녀온 것은 아니었을까. (y에서 옮김2014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