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화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4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을 읽고도 그 여운에 젖어 하루를 넘길 수 있다니, 아주 괜찮은 기분이다. 이만큼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었던 책이라면, 내게는 축복이고 행운이다. 읽기를 잘 했다.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이 많이 담겨 있는 책이어서 그랬던 것 같다. 무엇보다 치밀한 구성. 사람 사이의 관계가 꼬이고 꼬이더라도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러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만큼의 즐거운 긴장감을 갖게 된다. 그리고  끝까지 알 수 없는 결말. 그러나 이 작가의 작품에서 내가 본 결말은 앞선 내용에 비해 비교적 약했다는 기억은 이 책에서도 여전하였으나, 이 정도로라도 만족한다. 또 등장인물들에 대한 호감.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까지 미움이나 증오를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부여해 준 필연성, 인간으로서의 서글픈 한계, 같이 서글프고 더욱 흥미로워진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동질감이 국적을 넘어서 하잘것 없는 내 편견을 넘어서 호감을 갖게 해 준다. 그러면서 내가, 이러는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각에 이르도록,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좋았던 모양이다.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거북한 거부감은 별도로, 일본인 개인에 대해서는, 특히 작가들에 대해서는 내 호감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것처럼, 지금 일본의 젊은이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이런 태도로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한다면, 혹은 작가가 젊은 독자들에게 이런 자세를 가진 젊은이들을 기대하는 의도를 가지고 쓴 글이라면, 일본의 미래가 어둡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기성 세대는 신세대를 염려하게 마련이고, 이대로라면 세상이 망할 것 같다고 한다 해도 망하지 않고 거듭나 이어져 왔으니, 일본 또한 그러하리라. 후쿠시마 원전은 그들에게 앞으로도 계속 숙제로 주어지게 될 것이고.    


잘 짜여진 구성, 내가 이 요소를 노골적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진작부터 그랬던 것 같은데 왜 인식하지 못했을까 모르겠다. (y에서 옮김20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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