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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304
장석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8월
평점 :
내가 '길'을 좋아하는 게 맞나 보다. 이 시집에서 길에 관한 시 두 편 얻는다. '밤길'과 '새벽길'. 이 길마저 만나지 못했더라면 몹시 서운하고 허탈했으리라.
떠나는 길, 떠났다가 돌아오는 길, 완성된 상태로 놓여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게 진행 중인 길.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 어떤 식으로든 가능성도 열려 있는 공간이어서 비록 밤이어도 좋고 아직은 새벽이어도 좋다. 길이 보이기만 한다면.
실려 있는 시들은 대체로 소탈하다. 겨울 이미지가 잦아서 요즘 읽기 좋겠다는 느낌을 살풋 받기는 했지만 글자를 지나고 나면 특별히 남는 시어는 없었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기가 수월했다, 마음은 무거웠어도.
읽어도 읽어도 애타는 시를 만나고 싶다. (y에서 옮김20160222)
밤길을 걷는다
걸음은 어둠이나 다 가져라
걸음 없이 가고 싶은 데가 있으니
어둠 속 풀잎이나
바람결이나 다 가져라
걸어서 닿을 수 없는 데에 가고 싶으니
유실수들 풋열매 떨어뜨리는 소리
이승의 끝자락을 적신다
그러하다가
새벽달이 뜨면 올올이
풀리는 빛에 걸음은 걸려라
걸려 넘어져라
......
내가 밤길을 걸어서
새벽이 밝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새 날이 와서 침침하게 앉아
밤길을 걸었던 이야기를 하게 된다면
나는 벙어리가 되어야 하겠지
그것이 다 우리들의 연애였으니 <밤길> 중에서 - P30
욕망이 빠져나가버린 육체의 적막을
사랑이 빠져나가버린 정신의 적막을
이미 그 얼굴이 빠져나가버린 기다림의 적막을
그리고 또 별들이 빠져나가버린 동편 하늘을
어지간히 익힐 때 비로소
새벽길은 거리를 지나 불빛을 지나
들판에 닿아 쉬일 것이다
산모퉁이에 닿아 쉴 것이다
사랑이 그이의 몸속에서 쉬듯이 <새벽길> 중에서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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