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마음 가진 채로
김화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는 마음에 뭔가를 담은 채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던 중 만난 책이다. 마음에는 담고 싶지 않은데 책은 갖고 싶어 책벗에게 요청해서 받은 책. 이 경우 나는 마음에 무엇을 담은 것일까? 책? 벗? 갖고 싶은 욕망? 욕망을 버리고 싶은 희망? 혹은 전부? 


모두 7편. 어느 하나 선명한 글이 없었다. 흐릿하게 암담하게 막막하게. 그런데 이 속에 있는 내 기분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희한하기도 하지, 어떻게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에게 내가 빠져들 수 있지? 작가를 믿는 마음이 먼저이겠지만, 작가의 조곤조곤한 문체를 내가 좋아하니 당연하겠지만, 글이 마음에 들어서 계속 놀라며 읽었다. 천천히, 띄엄띄엄, 끈질기게.


젊다, 작가도 작중 인물들도. 지금 나보다 많이 젊은 편이다. 나는 이 나이쯤에 어떠하였던가... 생각하니 이 사람들만큼 분명하지도 똑똑하지도 절망하지도 갈망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무엇보다 마음 읽는 일에 몰두하지 않고 살았다. 내 마음이든 친구 마음이든 연인의 마음이든 누구의 마음이든. 그저 단순하고 어설프고 그러면서 제 잘난 맛에 살았던 듯. 그때는 그래도 되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상처도 옅었던 것만 같은데. 


인간 관계도 연애도 직업도 자기 관리도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는 세상이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이 모두를 통제하고 관리하고 성과를 얻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하나라도 놓치면 바로 뒤처지는 사람, 패배한 사람, 낙오된 사람이 되고 마는 위험한 세상이라. 변명이라고 해도 내가 젊은 작가들의 글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은 없으니 읽어 주기는 해야 할 것 같아서, 이것만이라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나이들수록 좋아진다. 호젓한 반성, 쓸쓸한 다짐, 점점 다정해지는 노쇠의 시간들. 이후로도 내게는 젊은 작가의 글이 끝도 없이 이어질 것이므로.


<우주님의 가을 선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