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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훔쳐라
박성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구한 이유는 단순했다. 수능특강 언어영역 문제집에 '댈러웨이의 창'이라는 작품이 실려 있는데 전문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구해 읽었다. 문제집에 실려 있는 작품 중, 내가 안 읽었는데 작품 전문이 실린 책이 절판되었다고 뜨면 참 난감해진다.(그럴 때 내 마음은-어쩌라고, 어떻게 수업하라고? 모르면서 아는 척 하라고? 에이!!! 하는 심정이 된다.) 다행히도 이 책은 2000년에 출간되었으면서도 여전히 살아 남아 있고, 아직 이 작가의 작품을 한 편도 안 읽은 사람으로서 좀 미안함도 느꼈다가 읽으면서 주목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문제집이라고 하는 계기가 없었다면 내가 이 작가를 끝내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내용으로 봐서는 그동안 내가 즐겨 봐 왔던 작품 세계가 아니어서 다른 경로로 읽었더라면 마음에 두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의외로 꽂힌 작품집이라고 해야겠다. 최근에 알게 된 우리 작가들의 SF 영역에 이끌려 들어간 것도 한몫 했고.
유쾌하거나 단순하게 읽히는 글이 아니다. 좀 기괴하다고 할 수 있다. 뭘 이런 상상을? 뜬금없다 싶을 수도 있는데, 해 볼 법도 한 상상의 세계를 그려 내고 있다. 재미있다고 하기보다는 좀 섬뜩하고 좀 혼란스럽다. 이게 뭐지? 내가 보는 게 맞나? 내가 알고 있던 게 진실이었나?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있기는 한 세상인가? 하다못해 나는 나 자신에게 진실하기는 한가? 등등
2000년이면 지금으로부터 17년이나 이전의 날들이었을 텐데, 작가가 작품을 쓰기로는 그때보다 더 이전이었을 텐데, 그때도 소설 속 세상과 같았다면,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면, 세상 참 바뀌지 않는 거다,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살기에 무서운 곳이다, 이렇게밖에 말할 수가 없다. 어떻게 여전히 속으면서 살아야 한다는 말인지. 아니다, 이제는 속으면서도 속은 줄 모를 정도로 더 철저해졌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악은, 불의는 선이나 정의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더 무섭게 자랄 수 있는 속성을 가진 건 아닐까?
편한 독서는 아니었지만 이대로 고개를 돌리고 싶지는 않다. 작가의 최근 작품을 좀더 봐야겠다. (y에서 옮김2017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