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래빗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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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사는 생물체와 지구 밖에서 온 생물체가 만난다면? 친하게 지낼 수는 없을 테고, 결코. 무조건 싸우려고 들 것인데, 싸우면 누가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현실적으로 지구 밖에서 누군가 지구에 왔다면, 그들이 지구에 올 정도의 과학기술력을 가진 존재라면, 지구 생물체로서는 그들을 이겨 낼 수는 없다는 말을 과학 관계자에게서 듣기도 했는데. SF 소설은 소설이므로 싸움이 일어난다. 누가 누구를 이길 것인가?

소설은 유쾌하다. 배경으로 나오는 우리 사회의 온갖 문제들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유쾌하게 놀림을 받고 있다. 우리네 정치가와 정부 관계자와 이웃 나라의 막된 정치가들이 문어만도 대게만도 상어만도 못한 처지에 놓인다. 문어를, 대게를 쪄 먹으려고 할 게 아니라 이들만도 못한 저들을 쪄 먹어야 할 일인데. 문어와 대게와 상어와 개복치와 해파리와 고래가 손을 잡고 일어나서 잡아가 버렸으면 좋겠다. 뜨거운 이 여름에 이 소설집을 읽고 있자니 이런 바람밖에 떠오르지가 않는다.

그리고 한탄하게 된다. 지구 생물체들이 항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에. 같이 망하자고 같이 죽자고 도리어 덤벼들지는 않을까? 그래서 외계인들이 지구인을 무서워하는 것일까? 이런 쓸데없는 공상에도 빠져 본다. 날이 너무 더운 탓이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진 이유에 혹시 외계인들의 간섭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구에서 인간을 없애 보자며. 문어도 대게도 말을 하는데, 고래도 변신을 하는 소설 속 세상인데, 소설 안에서조차 우리네 삶은 지긋지긋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는데, 작가는 유쾌하고 통쾌하게 연약한 인간 존재들을 놀리고 있기만 한데. 내 상상은 버릇이 자꾸 없어지고 있다.

이제 문어도 대게도 해파리냉채도 못 먹겠다. 항복하라고, 살려 달라고, 혼내겠다고 제각각의 목소리로 나를 흔들어 댈 것만 같다. (y에서 옮김2024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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