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이어달리기 - 마스다 미리 그림에세이
마스다 미리 지음, 오연정 옮김 / 이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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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책은 따지지도 않고 사서 본다. 딱히 특별한 게 없다는 점, 바로 그 진한 평범함이 좋아서 계속 보고 있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어째 살짝 거부감 혹은 지루함 같은 것이 생겼다. 정도를 넘어 섰나, 내가 너무 많이 다가갔나, 이번만큼은 이유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무엇보다 글 때문이다. 나는 이 작가의 만화를 좋아한다. 단순하고 간결하고 심심한 듯하면서도 속뜻은 깊이 품고 있는 장면들. 나른하고 따분한 일상마저 새 마음으로 되짚어 보게 하는 그림 옆의 대사들이 좋았다. 이걸 오로지 글로만 써 놓은 책이니, 이래서야 새로움이 안 보인다. 게다가 앞서 만화에서 이미 본 듯한 에피소드들도 제법 겹치는 느낌이다. 그렇겠지,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는 메모를 해야 할 테고 그 메모가 다시 그림이 되고 글이 된 것일 테니. 그런데 같은 내용을 겹쳐 쓰고 있다면, 아니 꼭 그렇게 하지는 않았더라도 이미 본 듯한 느낌을 거듭 받게 된다면, 이건 독자로서 좀 서운해지는 대목이다. 계속 보고 싶어지는 이유로는 적당하지 않으니까.

 

한 사람의 작품을 시간을 두고 계속 보게 된다는 건 작가가 그려내는 작품 속 세상에 대한 매력도 있겠지만 작가 자체에 대해서도 짙은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알아간다는 게 얼마나 신비하고 오묘한 즐거움을 주는 일인지, 한번이라도 겪어 본 이라면 알 일이다. 더구나 서로끼리는 잘 모르는, 작가와 독자 사이라면 더더욱 신기한 인연이 되는 셈.

 

이쯤 해서 에세이라는 장르에 대해 또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들어 자신의 신변잡기에 대해 쓴 에세이 형태의 글이 아주 많이 발표되고는 있지. 책으로도 넘쳐나는 것 같고. 에세이라는 게 또는 산문이라는 게 어떤 특징의 글인지에 대해 배웠던 오래 전 시간이 떠오른다. 작가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 그래서 일기도 이 속에 포함된다. 일기, 일기라, 그러고 보니 일기 같은 글들도 인터넷 공간에서 많이 보인다. 에세이스트라는 표현도.

 

여기까지 쓰고 보니 내가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작품들에 대해 요즘 들어 특히 인색해졌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분명히 후하게 대접해 주었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글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믿었던 어느 한 때에는.

 

뭘까, 이 피로감은. 이른바 TMI 같은 건가? 더 이상 당신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감정은 알고 싶지 않아요, 같은 마음? 너무 넘쳐 흐른다 싶기는 했지. 적당하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경계인가. 한 발 더 나가고 들어오고 차이로 작품이 되기도 하고 쓰레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라.

 

감질나게 담겨 있는 그림만큼은 여전히 좋았다. (y에서 옮김202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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