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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3 ㅣ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조은하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6월
평점 :
삶의 어느 지점에 이르면 행복이라는 게 거창하고 특별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온다고 들었다. 별다른 걱정이 없는 것도 행복일 수 있고, 어제와 오늘이 같은 것도 행복일 수 있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예측만으로도 행복으로 느껴야 하리라는 것. 나도 그런 나이에 이른 것일까,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작가의 책을 어지간히 읽은 셈이다. 작가의 성향에도 익숙해졌고 가치관에도 공감을 많이 하는 편이라 특별히 색다른 느낌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도 읽는 내내 좋았다. 이렇게 작은 순간을, 이렇게 사소한 기억을, 이렇게 평범한 고마움을 행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니. 나는 내 생에 거만했다는 반성이 저절로 일었다.
수없이 되풀이해 보는 일이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고마움을 느끼고 행복을 느껴야 할 순간들은 참으로 많다. 지금 아프지 않은 것,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다는 것, 이 책 다음에 읽을 책이 있다는 것, 읽고 싶은 책을 살 돈이 있다는 것, 점심 때 무엇을 먹을까 고민해도 괜찮다는 것, 가족이 있고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현재로서는 지진이 나서 국가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네팔을 떠올리기만 해도 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보편적인 공감대 형성에서 벗어나 있는 이기적인 발상이라고 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내 한계로서의 다행스러움으로)
그리고 이 마음의 여유를 내 밖으로 돌려서 살펴야 할 것이다. 작은 실천이라도, 작은 마음씀씀이라도, 내 삶에 주어진 고마운 여운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받은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y에서 옮김2015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