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있었던 온갖 것들이 제 몫의 가치를 드러내는 시절이다. 공기, 물, 시간, 관계 등등. 너무 무심했거나 너무 지나쳤거나 잘난 인간이라고 여기고 저질렀던 오만을 자연이 경고하고 있는 것 같다. 이쯤에서 지구 차원에서 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너나 할 것 없이, 특히 잘 산다는 쪽, 많이 가지고 있다는 쪽에서 더더욱.
만화는 앞선 작품들과 특별히 달라진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40대의 직장인 미혼 여성이 70대의 부모와 함께 살면서 겪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이야기. 특별한 게 없어서 더 돋보이는 평범한 삶의 가치. 어릴 때야 저마다 큰 꿈을 안고 세계를 정복하거나 인류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길 업적을 세우겠노라고 다짐하면서 크지만 커 보면 곧 알게 된다.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그러니 이 만화에서 보여 주는 삶의 이야기만 해도 누군가에게는 동경이 될 수 있겠다.
나이 드신 부모님이 건강하시다는 것,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게 뭔가 삶의 과제 하나를 안 한 듯하지만 그래도 또 그런 대로 괜찮게 받아들일 나이로 산다는 것, 비슷한 처지에 비슷한 고민을 나누면서 일상을 나눌 동료가 있다는 것, 비싸고 거창한 건 아니지만 맛있게 사 먹을 음식이 가까이 있다는 것, 변하고는 있으나 조금씩 남아 있는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거리를 산책할 여유가 있다는 것.
사는 게 참 별것 없다 싶다가도 사는 게 이토록 대단한 건가 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몇 차례 오가는 요즘, 지금 내가 갖고 있고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떠올리자니 갑자기 눈물이 맺힌다. 이만해도 고마운 일이다. (y에서 옮김20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