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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네치를 위하여 - 제2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조남주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4월
평점 :
'82년생 김지영'에 그리 감동을 얻지 못한 탓에 이 작가의 글을 찾아 읽지는 않는 중이었다. 영화를 만든다고 하고 다 만들었다고 하고 상영한다고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반응들이 쏟아지는 것을 보면서 내가 그 소설을 제대로 못 읽었던가 잠시 의문을 가졌다. 그렇지만 책을 다시 읽겠다거나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고(짜증도 감동도 회한도 얻고 싶지 않았으므로) 이 작가의 다른 글을 읽어 봐야겠구나 싶어 빌린 책이다. 결과적으로 성공한 독서였다.
이 책을 안 봤더라면 많이 후회할 뻔했다. 작가에 대한 관심을 확실하게 갖게 해 준 책이다. '82년생 김지영'에서의 느낌과 확연히 다르다. 좋은 쪽으로. 이건 내가 소설의 형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 책은 이야기 그 자체다. 쉬지 않고 풀어 내는, 발랄하고 수다스럽고 아프고 처절하고 가슴 뛰는 이야기. 이 글을 먼저 읽고 작가의 이름을 안 뒤에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더라면 쓸데없는 편견을 갖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어린 여자 아이가 화자로 등장하는 소설은 앞서 몇몇 있었다. 당장 양귀자와 은희경이 떠오른다. 이런 익숙한 느낌에 대해 책 뒤 심사평에서도 언급해 놓기는 했다. 기시감이라고. 그럼에도 글은 잘 읽힌다. 어린 화자에게 몰입도 잘 된다. 어른이 된 후의 화자에게도 동정심이 든다. 그래, 어쩔 수 없다. 내 입장에서는 이만큼의 동정심이 다일 수밖에 없다.
최근 386세대를 향한 반성을 촉구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해당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뜨끔하는 부분이 많다. 요즘의 젊은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 중 많은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 세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관련되는 내용이 구석구석 등장한다. 아이를 키우는 방법이나 태도, 부동산으로 재산을 늘리는 방법, 사회의 공정성을 해치거나 미루면서 제 이익을 챙겨 간 방법 등등. 그러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그러면 안 된다고 외쳤던 젊은 날들의 구호가 부끄럽게도 더하면 더했지 모자라지는 않았을 이기적인 일들을 하고 만 이제는 어른인 세대. 그로 인한 불평등의 결과나 피해를 받은 인물들의 사정을 그때를 배경으로 삼은 소설로 읽고 있자니 얼마나 불편한 마음이 그득하던지. 들켜서 그만 시원해졌을 정도다.
생각해 보니 내 생은, 내 주위의 비슷한 친구들의 생 또한 지금까지 참 평탄했다고 생각한다. 어려서는 대체로 다들 가난한 편이었으나 조금만 열심히 하면 곧 괜찮게 살 정도로는 되었다. 대학을 가면 금방 취직이 되었고 직장을 바꾸기도 어렵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결혼도 그랬다. 가진 것 없이도 시작할 수 있었고 둘이 잘 모으면 모으는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시절이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앞이 막막한 때는 그다지 없었던 것이다(나와 내 주변이 그러했다는 말이다). 그러니 어찌 이 젊음을 이해한다고 할 수 있으랴. 그저 못난 능력 탓일 것이라고 함부로 비난이나 하고 있는 것이겠지. 이 세대 차이는 진정 극복할 수 있게 될까?
열심히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일만 해도 쉽지 않은데. 인생에 성공이라는 게 과연 무엇인지 어떤 상태인지 모르겠지만, 다들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가느라 현재의 생을 지나치고 마는 잘못을 저지른다고도 하는데 이 소설은 참 여러 모로 생각을 많이 해 보게 한다. 정녕 잘 못 살려고 하는 사람은 없는 건데 말이다. 어쩌자고 삶은 이리도 오락가락하는 건지, 어느 날은 살 만하다가 또 어느 날은 이렇게도 지독한가 싶고. 소설은 좋았다. (y에서 옮김2019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