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도 없이 헤어졌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69
피천득 지음 / 민음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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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어떤 책은 갖고 있으면서 또 구하고 싶어진다. 이 책처럼. 읽겠다도 아니고 그저 갖겠다는 욕심으로. 앞서 나온 '인연'이라는 제목보다 이번 책 제목이 훨씬 마음에 든다. 오래 전부터 글 '인연'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려 있는 글들은 낯익고 또 낯설다. 다시 읽어도 은근히 멋진 글들이 많다. 처음 읽는 것처럼 여겨지는 글들도 있다. 한 번 읽었다고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니 처음처럼 본들 또 어떨까 싶다. 한편 몇몇 작품은 아주 많이 읽어서 외운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 글을 한창 읽고 있었을 그때, 나는 몇 살이었던가, 어디에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보는 일 자체가 추억이 된다. 


시작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였을 것이다. '인연'을 가르치셨던 나의 국어 선생님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이 또한 내게는 인연이었던 것인데. 


이번 책에는 아들 수영이에게 보내는 몇 편의 편지도 담겨 있다. 작가의 딸인 서영이에 대해서만 알고 있다가 두 아들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점도 신선했다. 수필의 역사, 개인의 역사, 한 가정의 역사,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더없이 소중한 삶을 만난 기분이 된다. 위대하고 거창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위대한 것만 같은.


'플루트 플레이어'를 내가 좋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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