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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ㅣ 문학과지성 시인선 542
허연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6월
평점 :
봄날, 시를 읽는다. 따스한 봄볕처럼 시도 따스한 온기로 마냥 다가와 준다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시는 늘 봄이 아니다. 아니, 내가 봄을 못 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여전히 춥고 시리다. 막 보낸, 추운 겨울에 시달렸던 기억에서 못 벗어난 듯.
온전한 한 편 대신 여러 구절을 옮겼다. 옮기면서 잠깐씩 머물렀다. 내가 스쳐 지나가는 구절과 기어이 머무는 구절을 구분하면서 새삼 보았다. 나는 많이 살고 싶어하는구나. 나는 제대로 살고 싶어하는구나. 나는 정녕 괜찮아지고 싶어하는구나. 그게 어떤 모습인지는 제대로 말도 할 수 없으면서.
그래도 아닌 건 안다.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이나 이렇게 바꾸면 안 된다는 것이나. 다행이다. 아닌 게 어떤 것인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된다. 나서서 누군가를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나서서 누군가를 해치지는 않을 것임을, 이 조그마한 소원을 품는 일마저 힘에 겨운 시절이다.
시집 안에 가까이 들어선 죽음의 소식들이 낯설지 않다. 무섭지도 않다. 그래, 그러려니, 익숙하고도 안타까운 목숨은 언제나 내 삶을 긴장시킨다. 그러니 고마운 마음으로 확인하면서 살아야 한다.
이 시집은 많이 고달팠다. (y에서 옮김20210408)
차에 시동을 끄고 자판기 앞에 서면 살고 싶어진다 - P14
이 거리에서 이런저런 생들은 지구의 가장자리로 이미 충분하다 - P15
늙고 좋은 놈을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젊었을 때만 좋았다 - P17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당신은 모르지 내일에도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 - P39
가끔 기도는 할게. 그대의 슬픈 내력이 그대의 생을 엄습하지 않기를. 나보다 그대가 덜 불운하기를, 그대 기록 속에 내가 없기를. - P41
이제 내 삶을 뒤흔들지 않은 것들에게 붙여줄 이름이 없다. 내게 와서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은 모두 무명이다. 나를 흔들지 않은 것들을 위해선 노래하지 않겠다. 적어도 이 생엔. - P71
당신은 이 숲 어딘가에서 저 사선으로 내리꽂는 차가운 빗살무늬로 서 있겠지요. 빗금처럼 서 있겠지요. - P81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바람, 너무 많은 빗물 이런 게 다 우리를 힘들게 했지 - P89
눈물이란 그런 것이다 무한 속으로 사라지는 한 컷 누구나 흘리는 대책 없는 생의 밀도 - P102
그대 살아 있으라 죽지 말고 살아 있으라 피라도 살아 있으라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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