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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4년 7월
평점 :
끝이 있다는 건, 끝을 내야 한다는 건, 끝을 봐야 한다는 건, 그게 어떤 형태의 끝이든 위로가 되기도 하고 포기가 되기도 할 것 같다. 내게 위로가 되어 주는 게 남들에게는 포기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테고 내가 포기한 것에 사정을 다 모르는 남들이 위로를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고. 끝은, 아무려나, 이래저래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 작가의 글, 읽기 참 좋다. 나쁜 사람이 나오지 않는 소설이라는 것, 나쁜(잔인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도 나쁜(끔찍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도 지겹기 짝이 없는 갈등이 전개되지 않아도 소설이 된다는 걸 알겠다. 다들 착하고, 착해 보이고, 성실하고, 제 할 일 다 하고, 특별히 누군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거나 모함을 하지 않는데도 긴장된 상황은 일어난다. 누군가 다치거나 누군가를 해치는 식의 위험한 긴장이 아니라 이 다음에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이러나 하는 정도의 궁금증과 호기심 같은.
작가가 묘사하는 방식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 것도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천천히, 하나하나 빠짐없이, 보이는 풍경은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바는 생각하는 대로, 등장인물 중 어느 한 사람 놓치는 일 없이 다 보여 주는 서술방식, 어느 한 대목 지겹지 않다는 게 놀랍다. 천천히 말해 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접었던 소설이 얼마나 많은데, 차이가 무엇인지 이건 좀더 궁리해 보기로 하고.
아일랜드라는 곳이 괜히 우리나라의 어느 섬처럼 그리워지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가 볼 수 있을 것 같은 곳으로. 우리네 사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마치 우리의 이웃이나 우리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전에 가 본 적 있는 익숙한 땅인 것처럼. (y에서 옮김20210730)
강한 스포일러 하나,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떠오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