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측의 증인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강표.양현길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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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전환이라는 말, 요즘처럼 자주 떠올리면서 실제의 내 의식과 행동을 바꾼 적이 있었던가 싶다. 일을 하고 있었을 때에는 그냥 날이면 날마다 주어지는 대로, 맡겨진 대로 살았던 것 같은데, 그래도 불만이라거나 불평을 느낀 적은 기억에 없는데, 요즘은 여러 모로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어쩌면 생에 처음으로 맞는 어른으로서의 적응 기간이라 이럴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딱히 지금 내 형편이 어렵다거나 위험하다거나 난감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건, 어떤 이유에서건 내 자유의지가 제한을 받고 있다는 건,- 자유를 잃고서야 그 소중함과 가치를 더 확실하게 알게 되는 것도 있고,-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코로나 19로 인한 행동 제약은 비단 나 자신에게만 끼칠 영향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는 염려로 의외로 깊고 무겁게 다가온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러다가 이대로 죽 살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그동안 지구에서 너무 나댄 인간들에게 경고라도 하듯이, 이런 뒤숭숭한 마음을 달래는 나만의 특효약, 이 작가의 책이다. 


적어도 책을 읽고 있는 동안만은 다른 생각을 안 해도 된다. 그저 재미있으니까. 인간의 본성과 심리와 욕망에 대해 한걸음 밖에서 혹은 한걸음 더 들어가서 덩달아 탐구하는 듯한 기분을 누릴 수 있으니까. 세상에는 마냥 착한 사람도 없고 마냥 나쁜 사람도 없다는 듯 보통의 사람으로서 갖는 이중적인 생각과 행동들을 다양한 소재와 배경을 통해 보여 준다. 그러면서 살짝씩 드러내 주는 반전, 소설 속 인물의 상황이지만 내 것 같은 것들을 발견할 때는 뜨끔하기도 한다. 내게도 이런 면이 있었지, 있었구나, 들키지 않았을 뿐, 아니 들켰을지도 모르는데, 들켰다는 것을 정작 나만 몰랐을 수도 있는데. 나는 글을 읽다가 내 마음 속 욕망의 어둠을 마주할 때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기를 거듭 했다.  


사람은 이기적이라거나, 제 본위로 산다거나, 제 이익 앞에서는 다른 배려를 하기 힘들다거나 하는 류의 말들에 나는 좀 나태했다. 내가 꽤 괜찮은 의지와 본성을 갖고 있노라고 홀로 자부하고 있었는데, 그럴 만한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그러니 이 작가의 소설을 지치지도 않고 지겹거나 지루함도 못 느끼면서 매번 새롭게 뜨끔거리고 있는 것일 테지. 마치 양심의 가지 끝이나마 놓치지는 않겠다는 듯이.  


소설들은 좀 기괴하고 묘하고 어떤 것은 섬뜩하기도 하다. 세상에 있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들이지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생각이나 행동만큼은 우리네 삶의 형태와 다른 점이 없다. 나쁜 사람은 마침내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기어이 복을 받는다는 것은 그저 바람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중독처럼 찾아 읽게 되는 글이다. 이런 방식의 그리고 이 정도의 의식의 마비라도 없다면 너무 힘든 시절이지 않나 싶기도 하고. (y에서 옮김2020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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