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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터데일 미스터리 - 리스터데일 미스터리 ㅣ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강표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7월
평점 :
작가의 단편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얼마 전 읽은 '올클리어'에서 주인공 중의 한 명이 시간여행으로 이 작가를 만난다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병원에서 약제사로 근무하는 작가를 본다는 설정이었는데 너무도 그럴 듯해서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얼마나 신기하고 대단하다고 여겨질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과거로 돌아가서 지금은 세상에 없는 유명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게 다른 것보다 좋아하는 작가일 경우라면, 상상만 해도 즐거운 기분이다. 어쩌면 이 책 속의 작품들 중 그때 쓴 것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스터리 추리라는 특성을 갖고 있는 소설들이라 길든 짧든 시작부터 긴장을 하게 된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려나, 누구의 욕심을 혼내려나, 숨겨둔 어떤 욕망을 건드리려나... 먼먼 땅 남의 이야기인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글 속에서 나의 속성을 여러 차례 만나곤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는, 숨기는, 어떤 것은 내 자신도 속이는, 좀 치사하고 유치하며 비겁하기도 하고 그런 줄 알면서도 좀처럼 버리지 못하는 허영이나 욕망들. 아마도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데에는 이 탓도 있을 것이다. 소설 속 인물들의 행적을 따라가다 보면 감추고 있던 내 안의 허물이 들켜서 부서지는 장면을 만나게 된다는 것. 내가 못하는 것을 해 주는 작가의 솜씨에 감탄하면서.
돈이든 사랑이든 명예든 자존심이든 얻고 싶은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저마다 원하는 만큼 얻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일 텐데 이런 바람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매순간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바람마저 또 다른 욕망 하나로 삼고서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게 삶이라고 하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일 테고.
단편들의 모음이라 매번 살인 사건을 담은 건 아니다. '재봉사의 인형'에서는 미묘한 현상만을 보여 주기도 한다. 정말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믿기 어려운, 그러나 있을 것도 같은 그런 이야기들. 재미있다. (y에서 옮김2020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