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형태의 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는 글을 보여 주는 작가를 만났다. 좀 많이 횡재한 느낌이 든다. 내게 횡재란 이런 것이어서 더 근사하다. 이 작가의 책을 더 사서 갖고 싶어지는 마음까지 생겼으므로. 책 제목인 고사리 가방은 고사리를 따서 담는 가방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작가는 고향인 제주도에 가서 제주 사투리를 진하게 쓰시는 엄마와 함께 고사리를 따러 간다. 그 길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간결한 선과 깔끔한 배경의 그림 그리고 다정한 대화와 흐뭇한 독백까지. 모처럼 내 마음이 다 아늑해진다. 사는 일에 별 게 없다고 입으로는 늘 떠들곤 하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바로 그 별 거 없음에 소중하고 귀한 일상이 깃들여 있으니까. 그걸 이제는 확실하게 알게 되고 말았으니까. 볕 좋은 날, 이렇게 커다란 통유리창 아래 옆으로 누워서 햇빛 받는 시간을 얻고 싶다. 생각해 보면 이럴 시간도 공간도 이미 갖고 있으면서 이럴 줄 몰라 못 누리고 있었다. 이게 문제다. 좋은 걸 이미 갖고 있으면서 모르고 산다는 것. 비가 내리거나 눈이 내리는 풍경 앞에서라도 같은 자세로 누워 바라보고 싶은 걸. 바람 부는 날이면 또 어떠랴. 행복과 평화가 내 한 걸음 안에 이미 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y에서 옮김2021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