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하고 대단하다 싶다. 그 시절에 이런 글을 상상해 내고 쓸 수 있었다니. 내가 본 많은 첩보 영화들의 시나리오가 이 글을 벗어나지 못한 듯한 이 느낌, 시기상 이 글이 앞서 있으니 작가들로서는 어쩔 수 없겠구나 싶은 막연한 심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배경은 바그다드다. 지금은 이라크가 위험 지역이라 쉽게 갈 수 없는 곳으로 알고 있는데, 여행을 하는 사람들은 또 개의치 않고 간다고 한다. 나로서는 굳이 가 보고 싶지는 않고 이 글을 읽고 마음으로 그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용으로 보았을 때 바그다드는 작가가 살아서 글을 쓸 당시-미소 냉전시대-에 주요 행사가 있었던 곳인 셈이고, 지금의 상황을 반영한다면 또 여러 곳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내내 그 장소를 내 식대로 추측해 보는 재미도 있었고. 이런 형태의 정치 상황은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하기야 세계 패권을 잡고 싶어 하는 각국의 정치 권력들이 있는 한 사라질 현상은 아니겠지.주인공이 아주 멋진 선남선녀가 아니라는 점도 특별했다. 평범하고 조금 모자라거나 조금 넘쳐서 약간 거북한 인물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 영화로 제작한다면 제작 쪽에서 이 대목에 약간 곤란을 겪을 것 같기도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더 가깝게 다가왔다. 이렇게 평범한 사람도 첩보 역할을 맡을 수 있겠구나 하는 나름 신나는 감정 이입을 할 수 있을 것 같기에. 짬짬이 이 작가의 글을 골라 읽는 맛, 오래 누려야지. (y에서 옮김2019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