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애매하게 재미있었다. 확 빠져들지는 않았고 훅 잡아당기지도 않았으며 좀 미지근하게 그러나 은근하게 붙잡고 있게 했다. 이건 무슨 재미인 거지? 알아볼 틈 없이 읽어 나갔다. 괴테가 진짜 다 말해 놓았는지 궁금하게 여기면서.일생을 대상 하나 혹은 사람 한 명에 몰두하여 연구하며 사는 삶은 어떤 것일까? 박사라고도 전문가라고도 하겠지. 세상 어떤 사람보다 잘 안다고 스스로도 자부하고 주위로부터도 인정받는다면 그가 아는 범위는 어떤 말로 얼마만큼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이 내게 가장 큰 목소리로 던진 질문이다. 굳이 답은 필요하지 않는, 내 정신 안에서 굴리고 다루며 놀 것으로서의 질문.소설가가 젊다. 젊은 소설가는 나이 든 주인공인 도이치를 괴테 전문가로 내세운다. 도이치 뒤에 있을 젊은 작가, 나는 글을 읽는 내내 괴테에 대한 젊은 전문가를 자꾸 찾는다. 얼마나 일찍 얼마나 많이 읽고 찾고 정리를 해야 했을까? 괴테를 얼마나 숭배해야 이런 세상을 창조해낼 수 있을까? 괴테는 이런 물음에도 답을 알려 주었을까? 괴테가 쓴 유명한 책 몇 권은 나도 읽었다. 분명히 읽었다고. 기억에는 통 남아 있지 않지만. 읽었다는 이 말 한 마디만 자신 있게 할 수 있을 딱 이만큼만. 그러니 책 속에 있는 괴테가 한 말들은 모조리 처음 보는 말들. 도이치가 이 말들의 출처를 찾아가는 과정들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연구자란 이런 자질과 품성을 갖고 있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도이치의 가족이 나누는 대화만 봐도, 풍습만 봐도 연구자의 가족이란 이런 풍경을 연출해 내는구나 또 감탄하였고.애매한 재미도 색다른 재미가 된다는 것을 알겠다. 강렬하지 않아도 인상에 오래 남을 수 있는 것처럼 번쩍번쩍 하지 않아도 글맛의 여운이 길게 흐를 것을 짐작한다. 작가에게 괴테만큼 영향을 미쳤을 정도의 어떤 사람이 내게는 왜 없었을까,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제법 많은데 내게는 소설가로서의 소질이 전혀 없었다는 증거인 것일까, 이런 맹랑한 생각도 해 본다. 누구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하나의 대상에만 매달릴 수 있는 건 분명히 적성이자 능력이겠다.그래도 괴테 비슷한 무언가가 있었다면 내 삶이 좀더 풍성해졌을 텐데 싶어 아쉽다. 이 또한 한계일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