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는 Evil Under the Sun. 우리말로는 백주의 악마. 백주의 뜻은 환하게 밝은 낮. 한낮에 아름다운 여성이 살해를 당한다. 악마는 누구지? 푸아로 경감이 사건을 해결시키는 사람으로 등장하고 배경은 바닷가의 멋진 휴양지다. 작가의 이런 배경 설정은 늘 나를 대리만족시킨다. 가 본 적 없는 멋진 곳에서 푸아로 경감을 따라다니며 사람들과 사건을 구경하는 기분을 충분히 느끼게 해 주니까. 읽어도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바로 이 맛에 계속 읽고 있는 것도 있고.살해당한 여성은 남편이 있는데도 젊은 남자와 데이트를 한다. 누가 죽였을까? 왜 죽였을까? 악마는 누구를 가리키는 것이지? 살해 동기는 대체로 돈이나 질투심 때문인 경우가 많았는데 독자가 빨리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작가는 많은 설정을 해 둔다. 나는 번번이 속고 이번에도 속고 푸아로가 친절하게 설명해 줄 때까지 엉뚱한 추리만 한다. 안 해도 되는 의심까지 하면서.벌 받아야 할 사람은 벌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또 어떻게 이루어져야 좋을까. 지극히 마땅한 마음인데도 새삼 의심이 든다. 누가 벌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일까. ‘하늘’이라는 말과 같은 순진함은 더 이상 갖고 있지 않고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는 마음은 확실한데, 모를 일이다. 나쁜 사람이 나쁜 사람을 해치는 일은 공정한가. 오늘은 이 문제가 나를 붙잡는다. (y에서 옮김2024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