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기획이 돋보이는 구성을 갖춘 작품집이다. 푸아로라는 뛰어난 탐정을 주인공으로 삼으려고 했을 때부터 이 구성을 생각해 둔 것이었을까? 푸아로의 이름인 에르퀼이 헤라클레스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했으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독자로서 해 보는 이런 상상마저 신기하다. 답을 몰라도 전혀 상관없이.이번 책에서는 푸아로가 헤라클레스 신화를 이용한다. 헤라클레스가 해결해야 했다는 12가지 과업처럼 자신이 맡은 사건들을 헤라클레스의 12가지의 과업과 연결시켜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적절한 건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고 약간 억지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있었으나 소설 구성을 이렇게도 할 수 있는 것이구나 여겼다. 덕분에 오래 전에 읽었지만 다 잊어버린 헤라클레스의 신화를 다시 찾아볼 수 있었다.괜히 읽는 시간을 늘였다. 한번에 주욱 연달아 읽어버리고 싶지는 않더라는 것. 하루 한 편씩 읽어 보니 열두 가지 사건이 서로 겹쳐지는 대목 없이 마치 요즘의 범죄수사 드라마 시리즈를 보는 듯했다. 제목과는 달리 각 이야기에 푸아로의 대단한 모험 상황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고 사소한 듯 사소하지만은 않은 사건들의 전말이 짧은 분량의 글 속에 재미있게 펼쳐지고 있었다. 마지막 편에서는 좀 많이 섭섭할 정도로. 1940년대에 나온 책이라고 하고, 작가가 글을 쓴 시대 배경도 대략 그 시절이었을 텐데 어째 작품 속 범죄의 형태는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얼마 전에 007 영화에서 본 소재와 비슷한 장면을 갖고 있는 글을 읽으면서는 약간 놀라기도 했고.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종종 던져 주는 작가다. (y에서 옮김2021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