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 저택의 비극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4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원은주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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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자주 배경으로 삼는 곳, 저택이다. 영국에는 저택이라고 부르는 집들이 많은가 보다. 얼마나 흥미로운지 저택이라는 곳을 한번쯤 방문하고 싶을 정도이다. 영화나 드라마로는 아무래도 꾸민 듯해서, 실제로 남아 있는 오래된 저택이라든가 오래된 성이라든가 그런 곳들 말이지. 


이번에도 어김없이 저택에서 일이 생긴다. 저택에 초대받은 사람 중 한 명이 죽는 것이다. 그의 죽음을 두고, 누가 죽였는가를 찾는 과정에서 저택과 관련된 사람들의 사정이 낱낱이 드러난다. 작가는 이를 아주 조금씩, 야금야금 들려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푸아로 경감이 이 역할을 맡는다. 알려 줄 것과 숨겨 놓을 것을 적당히 조절하면서. 


나는 이번에는 애써 추리하지 않았다. 그냥 범인을 내버려 두고 읽은 셈이다. 추리한다고 성공한 적이 없기도 했고, 추리하지 않고 읽어도 재미있기만 하니까. 무엇보다 죽은 희생자에게 조금의 동정심도 갖지 못한 탓이 크다. 의사로서는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사생활은 영 아니었으므로. 그래서 지극히 당연한 결말이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좀 아쉽기도 했다.  


책은 초반 3분의 1 정도에 이르기까지 살인 사건이 일어날 징조만 서술하고 있다. 되돌아 생각해 보니 나는 누가 죽을 것인가 하는 게 더 궁금했던 것 같다. 세상에 죽을 만한 사람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죽는 그 순간에는 '마침내 네가' 하는 안도감이 들었을 정도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그 사람이 희생되어서 다행인 듯이. 


소설 속 상황이 가끔은 현실을 위로한다. 혼날 사람이 제대로 혼나는 이야기, 현실에서도 더 자주 듣고 싶다. (y에서 옮김2021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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