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왼손 어슐러 K. 르 귄 걸작선 1
어슐러 K. 르 귄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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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과 문명이 만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남자와 여자가 만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 물음은 인류의 역사 이래 생기는 모든 갈등의 근원과 이어져 있다. 권력도 배신도 사랑도 미움도. 살고 죽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주어지는데 우리는 다 다르게 받아들이고 다르게 살아간다. 옛날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렇겠지? 별로 기대가 안 생긴다.


작가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어스시 시리즈를 다 읽었는데 이 책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아직 내가 읽을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미뤄 두었을 것이다. "내해의 어부"를 읽고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것만큼은 기억에 남아 있어서. 그러다가 알라딘에서 책의 날 기념으로 마련한 [나도서점주인] 화면을 구경하다가 이 책을 만났다. 그리고 읽었다, 빌려서(구입하여 읽기를 원하는 이들이 있겠지만). 이 또한 인연이 된다.  


먼저 감탄한 하나-성. 이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택한 상상의 근원에 놀랐다. 사람이 남자 혹은 여자 중 하나의 성으로 태어나지 않을 수 있다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채로 살고 있다가, 일정 기간 남자 혹은 여자로 바뀌어서 성 역할을 담당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설정. 이야기 속이라지만 이렇게 대담하고 정교하게 전개되는 이야기를 나는 처음 읽었다. 낯설었지만 흥미진진했다. 남자라서 또 여자라서, 우리가 오래 겪어온 무수한 문제들이 문제가 아니게 되었으니. 만에 하나라도 그럴 수 있을까? 정녕 그럴 수 있다면? 작가는 다 만들어 놓았다. 사람일까, 사람이 아닐까.


두 번째-외계와의 만남에서.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나아갔을 때, 우리가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들과 우리는 어떻게 대치할까? 인류가 이제까지 해 오던 대로라면 상대를 공격하고 멸망시켜서 정복하려고 하겠지? 지구 안에서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반대로 생각해도 상대 쪽에서 지구인을 공격하고 지구를 정복하려고 한다고 여기겠지? 지구인은 이것밖에 생각할 줄 모를 테니. 서로 친하게 지내자고 먼저 제안하는 방식, 우주에서도 이게 통할까? 이 작가는 끝내는 통하리라고 믿고 싶어하던데.  


에스트라벤이 그리워질 것 같다. 스키도 잘 타던데, 그 험한 겨울 행성에서 잘도 버티던데. 영화 속 장면이 된 듯 내내 지켜보았다. 보고만 있어도 얼마나 춥던지. 이 작가가 글 안에서 인물을 이동시키는 과정들이 대체로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는 생각을 새삼 떠올려야 했다. 아이고, 멀고 힘들어라. 목적지에 삶이 기다리고 있었던가 떠나고 없었던가, 아득함만 남는다.  


다른 책도 봐야겠다. 빌려서. 재미있다.

음과 양입니다. ‘빛은 어둠의 왼손......‘ 그다음이 뭐였지요? 빛-어둠. 공포-용기. 차가움-따뜻함. 여성-남성. 바로 당신 자신입니다, 세렘. 둘이자 하나이지요. 눈 위의 그림자입니다. - P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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