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일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 지음, 김명남 엮고옮김 / 바다출판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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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런 책이 있어서 한번쯤 해 보고 싶었다가도 하지 말아야겠다는 일이 생긴다. 크루즈 여행이 정녕 이렇단 말이지. 제목에서부터 짐작은 했지만 한 쪽 한 쪽 읽어나갈수록 '이건 내 취향이 아닌 걸' 여겼다. 시절이 수상해서 크루즈 여행에 대한 관심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상황이 나아진다고 해도 이제는 더 품지 못할 것만 같다. 작가는 자신이 쓴 이 글 덕분에 시도해 보지도 않고서 안도감을 얻은 독자가 있으리라는 것을 기대했을까. 


실린 글은 모두 9편. 분량이 고르지 않아 낯설게 보이는 면이 있었다. 내가 제일 관심있게 읽은 글은 표제작인 크루즈 여행 글이 아니라 '페더러, 육체이면서도 그것만은 아닌'. 정말정말 꿈처럼 간직했던 바람이 페더러의 경기를 실제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는데. 호주 오픈이든 US 오픈이든, 비싼 입장권을 구한 뒤 비행기를 타고 가서 보았으면 좋겠네 그랬는데. 꿈은 꿈으로 남고 최근 이 선수는 무릎 수술 후 회복 중이라고 한다. 올 겨울 호주 오픈에서 볼 수 있을지. 작가 덕분에 한 줄 한 줄 읽으면서 이 선수의 젊은 날 경기 모습을 떠올렸다. 잘 보이는 장면도 있고 채 보이지 않는 장면도 지나간다. 내가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겠지. 사람을 대상으로 두고 얼마나 오래, 얼마나 깊은 열정으로 그것도 좋은 마음으로 관찰하면 이런 글을 쓸 수 있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했다. 독자로서 나는 글을 쓴 이도 글의 대상자도 다 고맙기만 했고.


작가의 이력이 특별나다. 죽음마저도. 이걸 먼저 알고 글을 보니 작가의 성향과 죽음에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이구나, 이렇게 빠져들 수 있는 성격이었던 건가, 재능이었을까 고통이었을까, 유머도 냉소도 비판도 회의도 도무지 평범하게 보이지 않았으니. 작가로 사는 동안에는 괜찮았을까 하는 의문까지. 


책이 아주 두껍다. 그래서 오래 붙잡고 있었고 다 읽고 나니 흐뭇하다. 다만 우울한 기분이 남는다. 세상을 떠난다는 건 뭘까 하는 물음과 함께. (y에서 옮김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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