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작가에게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소설가인데 소설보다 산문이 더 좋다고 소감을 말하고 있으니. 


살아가다가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는 여유 시간이 두 달쯤 주어지고, 그 두 달 동안 지내고 싶은 곳에서 머물 수 있게 되는 그런 행운이 아무에게나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작가는 시칠리아를 택했다. 이탈리아 중에서도 시칠리아섬. 지중해 역사 이야기나 읽을 때 만나게 되는 땅, 무수한 역사적 사건을 품고 있는 섬. 먼 섬. 


유목민의 삶.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안정적인 것이 편할 수는 있겠지만 심심하다고 할 사람이 있을 테고, 심심함에 지쳐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떠돌 수밖에 없다. 역마살이라고 했던가. 일생이 역마살에 영향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끔씩 역마살에 움직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한때는 좋아 보였으나 이제는 짐작만으로도 피곤할 것 같은 유목민의 떠돎. 내게는 그 유전자가 적었나 보다. 


시칠리아처럼 긴긴 역사를 배경으로 삼고 사는 사람들로서는 축복이겠다. 자연이면 자연, 문화유산이면 문화유산, 부러운 일이다.  


함께 실려 있는 사진, 보고 있으니 좀 설렌다. 섬을 향해 갖기 쉬운 막연한 동경, 불러일으켜 준다. 스쿠터를 타고 섬을 일주하든, 천천히 걸어서 일주하든, 동네 사람들과 낯을 익히면서 그들의 일상에 함께 젖어드는 짧은 삶.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지 못해도, 새로 잊어도, 괜찮으리라 싶다. 두 달 정도라면. (y에서 옮김201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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