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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마지막 결말의 끝
곽재식 지음 / 오퍼스프레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상상이라는 게 뭔가. 내가 있는 이곳, 내가 보는 것들을 벗어난 뭔가를 그려 보는 일일 테다. 내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을 일이므로, 허황될 수도 있고,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고, 그럼에도 아무도 뭐라고 나무라지 않을 머릿속 작업. 그런 상상들이 이 소설에는 무수하게 나온다. 누구나 한번 쯤 해 보았을 만한 상상, 그러나 부질없다 싶어 곧 치워 버리고 말 상상, 그런 낯익은 상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 꼬리를 따라 가면서는 결국 웃을 수밖에 없게 되고-너무도 그럴 듯해서, 너무도 적절해서. 계속 읽는데도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괜찮고, 앞으로도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고. 소설가의 작품에서 이런 정도의 인상을 받았다면 이건 독자로서도 좋은 일이다. 그만큼 기쁜 공간 하나를 더 얻은 셈이니.
이 작가의 소설에서 내가 왜 거부감을 느낀 적이 없었던가 한번 돌아보았다. 내용이다. 내가 거북하게 느끼는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먼저 잔인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나 그들이 벌이는 사건이 등장하지 않는다. 무수 한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등장하고 있음에도 이런 쪽의 묘사가 없으니 읽는 내 마음이 우선 편하다. 나는 영화나 소설을 보면서 이런 쪽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뒤틀린 인물의 충동적 행동이나 말도 안 되는 오해에서 비롯되는 갈등 구조를 만들어 놓지도 않았다. 이해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이해하면서 읽어야 하는 글은 싫다. 그리고 결말의 독특함이다. 내 예상을 벗어나는 참신한 반전, 작품마다 새로움을 느낄 수 있어 신선했다. 내가 이 작가의 작품을 꾸준히 읽어서 마침내 그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는 날이 오게 된다면 그때쯤은 결말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짐작할 수 있게 될까. 그런 날이 왔으면 싶기도 하고, 이대로 오지 않아도 좋으니 작가가 더더욱 새로운 결말을 보여 주었으면 싶기도 하다.
작가가 자신의 소설을 통해 보여주는 전체적인 주제는 세상을 향한 낙관적인 방향이 아니다. 오히려 암울하다. 이대로 이렇게만 된다면 정말 살맛 안 나는 세상이 되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그 암울한 사이사이에 작가의 유머가 담겨 있다. 반짝반짝 웃음을 일으키며 빛났다가 숨었다가 한다. 그게 지금의 세상에서 숨을 쉬게 해 준다. 학생의 입시 스트레스도, 청년의 취업 스트레스도, 미혼의 결혼 스트레스도, 부부의 자녀 교육 스트레스도, 정치인을 향한 혐오 스트레스도, 세계화에 따른 국제 스트레스도, 멀리 우주 밖까지 내다 보는 미래 스트레스까지 모조리 들먹이면서 툭툭 건드린다. 우리 다들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이냐고.
다음에 새로 그의 책을 읽게 되는 기회가 온다면, 새책을 만나게 된다면, 정리를 좀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둔다. 어떻게 정리해 볼까, 그건 그때 더 궁리하기로 하고. (y에서 옮김2016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