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일하고 사랑을 하고 창비시선 472
최지인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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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살 만한가, 살 만하지 못한가. 우리는, 나는 살 만한가, 살기 어려운가. 어떻게 보든, 어느 쪽으로 다짐하든 각자의 몫이겠지만, 가끔은, 때로는, 더 자주는, 마음이 아프다. 내가 잘 살고 있든 그렇지 못하든. 이 시집을 읽고 있는 지금은 더더욱.

이 시대 젊은이의 삶은 왜 이리도 고단한가. 말하는 이들 가운데 사는 게 녹록하지 않다고 하지 않는 이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괜찮은 이들은 죄다 입을 다물고 사는 탓일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의 힘이든 부모의 배려든 요행이든 재수든 살 만하다 싶으면 세상 경계에서 뒤로 뒤로 물러나 구경만 하고 있는 듯 여겨지니, 내 자격지심도 깊을 대로 깊어진 것 같고. 

시는, 시들은, 제목에서 알려주는 만큼 고달프고 서글프고 절망스럽다. 30대의 시인이 이런 노래를 읊을 수밖에 없다면 30대를 오래 전에 지나온 기성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무어라고 변명이나 위로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무런 책임도 못 질 것이면서. 이제는 반성하는 마음도 무색하다. 어지간해야 미안해 하고 부끄러워하면서 눈치를 볼 텐데. 막무가내로 뻣뻣해진다. 가장 무서운 일이다. 나는 점점 더 멍텅구리가 되어 가는 느낌이다.

시의 구절들은 아프다. 찌르지도 않는데 한 행 한 행이 읽는 시선을 멈추게 한다. 시인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누군가를, 이를테면 독자를, 일부러 아프게 하려는 마음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자신이 아프다고, 좀 많이 아프다고, 좀 많이 서럽고 힘들다고, 삶이 왜 이토록 가혹한 것이냐고 투정하고 원망했을 뿐일 텐데, 읽는 이가 고스란히 전해 받고 말았을 뿐. 그게 작가의 힘이든 독자의 역량이든.      

고운 구절을 골라 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운 말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내가 딱하다. (y에서 옮김20221004) 

서성이는 슬픔 - P12

잘될 거란 말과 걱정 말라는 말
사이
있으나 마나 한 것이 많다 - P13

작은 모닥불 앞에 둘러앉은 소원들
높고 맑은 마음들 - P20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해지도록
읽고 또 읽었다 - P27

사실 이 세상에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투성이다 - P36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믿음이 안 간다 - P90

나만 괜찮으면 정말 괜찮은 걸까 - P112

우리는 돈이 없고 돈이 없어서 슬프고 슬퍼서 좋아하는 일을 그만둘 것이다 - P151

높은 산을 매일 보고 사는 사람에겐
짜증 같은 것도 사소해질 것 같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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